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코로나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다. 일 확진자는 8일 이후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17일엔 1050명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다음 달 초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With Corona)’으로 방역 정책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해외 국가들이 백신 효력이 점차 감소하면서 확진자가 늘어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올라가면서 감염 전파 차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현재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3318만여 명으로 전 국민의 64.6% 수준이다. 4차 대유행 시작점으로 보는 7월 6일 당시 접종 완료자는 546만여 명으로, 전 국민의 10.6%에 불과했다.
방대본은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완료율이 85%에 이르게되면 마스크 착용이나 영업정지 없이도 전파력이 큰 델타변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이론적 토대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률을 85% 이상으로 높이게 되면 코로나 사태 이전과 큰 차이 없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이론적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앞서 기초재생산지수가 1이 넘으면 유행이 확산되고,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초재생산 지수가 약 2.7, 최근 확산한 델타변이는 기초재생산지수가 5까지 이른다고 설명드린 바 있다”며 “기초재생산 지수가 5라는 것은 감염자 1명이 5명의 또 다른 환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과 관련된 수식에 따라서 계산을 해보면, 접종완료율이 30%대를 이를 때까지는 집단면역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일단 50%를 넘어서 대강 한 55% 정도에 이르면 집단면역도는 거의 50%에 이르게 된다”며 “집단면역도가 50%에 이른다는 건 기초재생산지수 2.0인 바이러스가 퍼져도 마스크나 집합금지 없이도 유행이 억제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국내 백신 접종완료율이 85%에 이르게 될 경우 마스크와 집합금지 없이도 델타변이 유행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권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접종완료율이 85%가 되면 집단면역도는 대략 80%에 이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델타 변이조차도 이론적으로는 마스크 없이, 집합금지 없이, 영업금지·제한 없이도 이겨낼 수 있다는 이론적 토대가 된다”며 “결론적으로 백신 접종완료율이 가장 주요한 거리두기의 수단이며, 최근 유행의 감소와 정체 양상도 최근 접종완료율이 급속하게 상승한 것에도 분명 기인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접종완료율 85%’가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한 최근 유행을 차단하는데 있어 의미가 크다는 게 권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을 위한 접종완료율 기준을 70%로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 85%로 언급한 것도 델타 변이의 기초재생산지수가 5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이 예고된 가운데, 18일부터 수도권·비수도권 사적 모임 인원은 각각 8인과 10인으로 확대된다.
본격적 위드 코로나 전환을 앞두고 ‘징검다리격’ 방역 완화 조치가 내려지지만, 마스크 착용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실외 경기장 등에서 마스크를 편하게 벗고 여흥을 즐기는 미·영과 비교하면 “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방역 당국 지침에는 “예방접종자는 실외 여가 활동 시 마스크 착용 예외가 적용된다”고 되어 있지만 당국은 “마스크를 벗어선 안 된다”고 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
최근 마스크 착용 논란은 방역 당국이 ‘노 마스크’를 언급하며 불거졌다. 당국은 지난 14일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체 인구의 85%까지 올라가면 ‘이론적으로는’ 마스크 없이 이겨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스크를 벗으면 확진자 대량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노 마스크’는) 이론적 설명이었을 뿐, 마스크 착용은 최후까지 유지돼야 할 부분”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마스크를 꼭 써야 하냐”에 대해선 원칙도 없고 지침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7월 방역 당국은 ‘접종 인센티브’로 1차 이상 접종자에게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무를 해제한다고 했다. 그러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4일 만에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방안을 내놓고 이를 번복했다.
‘4차 대유행’이 확산하자 예방접종자라 하더라도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면서도 지침은 그대로 뒀다. 지침에 따르면 예방접종자는 야외에서 2m 이상 거리가 유지될 수 없거나, 집회·공연·행사 등 자리가 아니면 꼭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도록 했다. 다수 국민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무슨 큰일 나는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벗어도 된다. 미착용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300만원 이하 벌금이 내려지지만 다른 처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