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인구가 늘면서 무릎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05년 167만6000명에서 무릎관절증 환자는 2015년 260만명, 2017년에는 279만명, 2020년에는 300만명에 달하고 있다. 신체 하중이 집중되는 무릎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이 가장 빨리 오는 신체부위 중 하나다.
관절염 외에 허벅지뼈(대퇴골)와 종아리뼈(경골)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C자형 연골조직이 파괴되는 반월상연골판열도 스포츠레저 인구 증가를 이유로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무릎질환은 환자가 많은 만큼 치료법도 수술부터 비침습적 주사치료 등 다양하다. 과거엔 무릎통증이 발생하면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더이상 무릎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 범위가 넓어지면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했다.
최근 의료기술과 신약의 발달로 퇴행성관절염의 치료가 비수술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부상했다가 임상시험 당시 허가받은 세포주가 아닌 다른 세포주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허가가 취소돼 환자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만은 피하자’는 생각에 주사나 민간요법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프롤로주사,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주사, 줄기세포치료 등 비수술요법은 질환의 진행 단계나 환자 상태에 따라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고,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프롤로주사는 흔히 힘줄·인대 강화주사 또는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로 불린다.
프롤로테라피는 증식(proliferation)과 치료(therapy)의 합성어로 고농도 포도당을 주사해 인위적인 경미한 염증 반응을 유도한 뒤 인체의 자연치유능력을 통해 손상된 인대와 혈관을 재생하는 치료법이다.
주입된 포도당이 체내 단백질과 결합하면 염증 유발물질인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AGEs)’이 생성되면서 경미한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이럴 경우 인체 면역시스템이 가동돼 면역세포와 섬유세포 등의 증식이 활발해지면서 망가진 인대와 혈관이 재생된다.
요통이 있지만 막상 병원에서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보면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초기 디스크질환, 초·중기 퇴행성 무릎관절염, 테니스엘보, 발목염좌,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인대 손상 등에 적용한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이나 신경이 심하게 눌린 중증 디스크질환, 관절이 심하게 변형된 말기 관절염엔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염증을 유발해 세포를 증식시키는 원리라 처음에는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할 수 있다. 또 비급여인 데다 여러 차례 반복시술이 필요해 경제적인 부담도 큰 편이다. 관절통 치료에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주사, 일명 ‘뼈 주사’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라는 항염증약을 관절통 부위에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개선한다.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관절통, 유착성 견관절낭염(오십견), 견관절충돌증후군, 수근관증후군, 테니스엘보, 근막동통증후군, 건염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된다. 초기 퇴행성관절염 치료에만 쓰이는 연골주사(히알루론산 주사)보다 사용 범위가 훨씬 넓다. 단기간에 진통 억제와 소염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맞으면 부작용을 유발하는 ‘양날의 검’이다.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관절·연골 손상, 골다공증, 비만, 혈당 상승, 피부색 변화 등 전신적인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고 심하면 뼈가 삭는 무혈성괴사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항암치료, 장기이식, 당뇨병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스테로이드주사를 맞으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골주사는 연골이나 탯줄 등에 들어있는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을 주입해 관절의 윤활 작용을 돕고, 연골을 보호하는 치료법이다. 관절염 환자는 활액(관절액)의 히알루론산 농도와 분자량이 감소해 관절이 마찰을 잘 일으키고 연골이 쉽게 손상된다. 이 때 관절강에 연골주사를 놓으면 활액의 히알루론산 농도가 높아져 관절의 윤활 작용이 향상되고 연골을 보호할 수 있다.
‘새로운 연골을 생성시켜 주는 주사’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통증과 염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뿐 연골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연골주사와 스테로이드주사는 헷갈리기 쉬운데 주성분부터 다르다. 연골주사는 연골이나 탯줄 등에 들어있는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으로 퇴행성관절염 증상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 연골이 과도하게 손상되기 이전인 초기 관절염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개선 효과가 스테로이드보다 천천히 나타나는 대신 오래 지속된다. 보통 6개월마다 1주일 간격으로 3회 정도 맞으면 된다. 연골주사를 맞은 뒤 바로 목욕하는 것을 삼가고, 주사 후 2일 정도는 관절에 무리가 되는 운동이나 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PRP 치료는 자가혈소판 주사요법으로 체내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돌려 혈소판을 분리한 뒤 관절강에 주사해 관절염 통증과 염증을 완화시킨다.
세계적인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나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시술받으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관절염 치료를 위해 PRP주사를 맞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안전성과 효과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19년 11월부터 팔꿈치 치료에 한해서 식약처는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허용된 이 방법은 식약처에서 허가 받은 원심분리기, 혈액처리기구를 갖추고 있는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줄기세포치료는 연골이 부분적으로 손상된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이다.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 중간엽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로 구분되며 치료효과는 후자로 갈수록 떨어지는 편이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뒤 4일째 되는 배아세포를 배양해 연골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다른 줄기세포들보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윤리적 문제로 연구 목적 외에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는 배아줄기세포 다음 단계로 태아의 태반과 탯줄에서 추출한 혈액에서 채취해 배양한다. 다른 줄기세포와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태반, 탯줄을 채취해 뱅킹을 시작한 때가 1990년대 후반이서 막상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한정적이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장기와 조직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로 신체가 손상됐을 때 재생작용을 한다. 제대혈(탯줄혈액)·골수·혈액·근육·지방조직 등에서 소량 얻을 수 있다. 윤리적 문제는 없지만 다른 줄기세포에 비해 효과가 가장 떨어진다. 연세사랑병원이 유일하게 제한적 의료기술로 성체줄기세포로 관절염 치료에 나서고 있다. 기한은 2018년 5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다.
이수찬 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현재 의학 수준에선 젊고 연골이 부분적으로만 손상된 환자에게만 중간엽 줄기세포로 제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말기 관절염 환자도 수술 없이 줄기세포치료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은 허위·과장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