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일주일 간 헌혈을 금지하는 방역당국의 방침에 혈액원의 적정 혈액 보유 일수가 급감했다. 오는 코로나19 접종 대상이 전국민으로 확대되면서 이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0년 혈액보유일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연평균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전체의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는 원활한 혈액 수급을 위한 혈액 적정 보유량을 ‘5일분’으로 정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과 공급 전 검사를 기다리는 혈액이 총 5일분은 확보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혈액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가능성이 있을 경우 각 위기단계별 해당 기준에 따라 대응하게 된다.
2016년을 기준으로 5일분 이상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125일을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85일을 기록하며 4년 사이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대로 위기단계가 적용되기 시작하는 5일분 미만 혈액 보유일수는 2016년 103일에서 2020년 137일로 늘어났다.
한편 올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1월부터 9월까지 혈액 적정 보유일수는 단 10일을 기록했다. 특히 3~4월과 7~9월의 경우 혈액 적정 보유일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혈액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이유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최근 5년간 헌혈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0년 헌혈 실적은 261만 건 수준으로 2016년 대비 약 25만 5천 건이나 줄어들었다. 헌혈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라 전체 혈액 보유량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7일간 헌혈을 금지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은 매회 접종 시마다 접종일로부터 7일간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 증상이 사라진 날로부터 다시 7일간 헌혈해서는 안된다. 2회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1회차는 백신 접종 7일 후부터 2회차 백신 접종 전까지 헌혈이 가능하며, 2회차는 백신 접종 시 다시 이로부터 7일 후에 헌혈이 가능하다.
이는 혈액제제의 안전성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는 혈액관리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다.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 결과와 해외사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방역당국의 방침에 전국민 대상 접종이 진행되면 혈액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혈액본부는 예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활한 혈액수급을 위해 군 부대·학교·사업장 등 백신 접종 전 단체헌혈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백신이 단기간 개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헌혈 금지 기간을 설정한 것이며,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서 헌혈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생명을 나누는 헌혈에 시민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라고 전했다.
김성주 의원은 “보건당국은 감염병 유행 상황 하에서의 안정적 혈액 수급 및 관리대책을 재점검하는 한편, 방역 수칙를 준수하며 안전하게 국민이 헌혈에 동참을 할 수 있는 대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