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과 1인 1개소법 집행 강화에 따른 여파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최근 치아 임플란트(인공치아) 식립 환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임플란트 제작 치과의료기기 업체는 작년 1분기 급감한 수요가 서서히 반등해 작년 4분기부터 올라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선 치과에서는 도저히 체감하지 못한다며 임플란트를 심으러 오는 환자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0~30% 감소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치과 (병)의원의 환자 감소율은 평균 25.2%, 매출 감소율은 평균 23.4%였다.
한 치과의사 사무장은 “과거에는 치아를 상실하면 당장 치과를 찾아 임플란트를 심던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병원내 감염 위험과 경제난 때문에 치과 방문을 꺼리고 있다”며 “특히 경제사정으로 임플란트를 기피하는 환자가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니가 빠질 경우에는 선뜻 임플란트 시술에 나서지만 정작 씹는 기능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금니가 빠지면 치명적인 위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는 환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중산층 이하 계층의 치과진료비 지출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시술시 입을 벌리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봐 우려해 치과를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다. 작년 상반기에는 전세계 국가의 77%에서 일시적인 치과진료 중단 현상이 나타났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중반 이후 잘 나가던 ‘저렴한 임플란트’를 내세우던 양대 치과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와 룡플란트의 상승 기세도 꺾였다. 유디치과 관계자는 “미국내 프랜차이즈 개설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서는 예전보다 지점 의원수가 20%가량 감소했다”며 “지점의 몇몇 원장들이 유디치과에 내는 로열티가 부담스러워 독립 개원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디치과를 통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원장들이 독립경영을 통해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2019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 소위 ‘1인1개소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영향도 지대하다. 헌재 과잉금지, 신뢰보호, 합리적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기존 ‘1인 1개소’ 법률의 타당성을 확인했다.
유디치과의 경우 창업자인 김종훈 대표가 미국으로 건너가 연달아 지점을 내고 있다. 현재 136개 지점 중 미국내 지점이 12개에 달한다. 국내 지점은 전성기인 2015년 125개에서 현재 124개로 줄었고 이탈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에서는 사업에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김종훈 대표가 미국내 사업에 주력하면서 국내 사업에는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나돈다. 룡플란트도 2012년 44개 지점이 30개로 감소했다.
치과계는 현재 다양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치과의사가 치과위생사 면허가 없는 일반 직원에 스케일링을 지시했다가 잇따라 벌금형을 맞고 있다.
또 정부로부터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치과의 비급여 진료 비중은 2013년 76%에서 2020년 63.7%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보험 되는 분야가 많고 가격도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돼 소비자 불만이 여전히 높다.
게다가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생명보험협회 등은 임플란트 관련 ‘치조골 보험사기’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로부터 제보를 받는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관이 2019년 공동 작성한 포스터 ‘치조골 보험사기 이제 그만!’에 따르면 △치조골 이식술 허위 청구(임플란트만 식립했는데 치조골 이식까지 했다고 허위 청구) △수술 일자를 나눠 청구(하루에 받았는데 이식술을 여러 날짜에 걸쳐 받았다고 허위 청구) △병력 발생 일자 변경(발치 일자를 보험가입일 이후로 변경) △질병을 재해골절로 허위 진단(치주질환으로 인한 임플란트 시술을 재해골절로 허위 진단) 등 4가지 보험사기(부당청구) 형태를 적시하며 국민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를 준 범죄자 취급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단속 명분을 제공한 탓에 적극적으로 따지지는 못하고 있다.
또 소비자단체 및 시민단체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진료’의 상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등 치과계는 코로나19의 파고로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