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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도 양극화 ... 부자일수록 오래산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9-30 12:00:00
  • 수정 2021-10-02 2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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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사회적 스트레스 겹치면 당뇨병 우울증 위험에 돌연사까지 유발

건강형평성학회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간 기대수명 격차는 6.59년, 건강수명 격차는 11.33년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2018년 3월에 내놓은 바 있다. 경제 소득 차이가 수명 및 건강수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명확하게 확인됐다. 


2015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기대수명은 평균 85.1세로 소득 하위 20%(78.6세)보다 6.59년 길었다. 학회는 이러한 기대수명 격차가 2025년에는 6.90년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건강수명의 소득 수준별 격차는 더 커져 2014년 기준 소득 상위 20%는 평균 72.2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반면 소득 하위 20%는 60.9세까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집단 간 격차가 11.33년에 달한다. 전남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수명 격차가 가장 커서 13.1년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면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꼭 투자 대비 효과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사회경제적 상황 자체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발전을 이룬 공동체에서 불평등은 사회적 관계의 질을 악화시켜 건강불평등을 유발하는 핵심요인이다. 취업난, 경제불황, 소득양극화 등 경제 문제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면 각종 정신적·육체적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선 사회적 신뢰와 유대감이 떨어지고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돼 구성원들이 받게 되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스트레스는 당뇨병, 우울증 같은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돌연사까지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요즈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 및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갑은 자꾸 얇아지는 데 취업은 안 되고 장사도 안 되고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걱정과 고민을 반복하다보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우선 수면장애와 불면증이 나타난다. 


전세계적으로 경제불황 여파가 컸던 2010~2011년 영국에선 수면제 처방이 평균보다 17% 증가했으며, 전체 성인 3명 중 한 명꼴로 수면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설치는 날이 지속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멍해지는 경우가 많고, 심리적 불안이 행동으로 표출되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무엇인가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제양극화에 따른 영향으로 “먼저 불면·불안·화병·우울증,·히스테리 등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 뒤 두통, 부종, 뒷목 뻣뻣함, 가슴답답증 등 신체적 증상이 뒤이어 발생한다”며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안면경련 및 마비, 흉통, 중풍, 돌연사 등 심각한 질병으로 악화되고 자살 시도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 코로나19와 연관돼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일상생활이 무너지는 등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엄청 많이 변했다. 이런 것들이 연이어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보통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충동조절이 안 될 때 자살을 시도하거나 돌연사가 발생하게 되는데, 결국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희망이 없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는 환자들이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0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공공부문 축소, 국영자산 매각, 연금개혁 등 강도 높은 긴축안을 이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살사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처럼 심각한 경제난으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불황증후군’이라고 한다.  


경제불황은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5년 독일 만하임에서 열린 유럽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기 불황기에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임신 초반 3개월 시기의 평균 몸무게가 120g 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의 뱃 속에서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만큼 각종 질병에 취약하다


돌연사(突然死)는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내에 사망하는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말한다. 돌연사는 흔히 화약이 쌓여 있는 화약고가 터지는 것에 비유된다. 심장 및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결함이 ‘화약’이 되며, 내적·외적 스트레스가 ‘불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심장 돌연사는 1년에 대략 인구 1000명당 1~2명의 발생빈도를 보인다.


박정의 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 돌연사는 주로 남자에게 오며 그 빈도는 여자에 비해 2~4배 정도 더 높다”며 “남자에게 관상동맥질환이 훨씬 많고, 스트레스·과로 등 사회환경상 돌연사를 일으키는 위험조건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병원 이외에서 돌연사가 발생한 곳은 집(72%)이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길거리(11%)였다. 그외 헬스클럽·비행기·경기장 등에서 발생했다. 박정의 교수는 “돌연사의 원인이 밝혀진 160명 중 102명은 심장질환자였고, 그중 71%가 관상동맥 질환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돌연사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체내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리고, 혈소판의 응집력을 증가시켜 피딱지(혈전)가 형성되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이와 동시에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도 높아져 심장 부담이 커진다. 이런 모든 현상은 심장근육에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박 교수는 “지나치게 힘겨운 운동이나 성행위가 돌연사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도 교감신경의 흥분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 때문”이라며 “특히 강렬한 분노, 적개심, 지나친 우울증 등이 관상동맥 질환이나 돌연사를 잘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과 고혈압·당뇨·비만·고(高)지혈증 등에 해당되는 사람일수록 돌연사 예방을 위한 정밀 심장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한편 돌연사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는 것이 ‘브루가다증후군’이다. 스페인의 ‘브루가다’라는 심장내과 의사가 발견한 부정맥으로, 갑자기 심장의 심실이 불규칙적으로 뛰면서 혈액 순환이 정지돼 돌연사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은 유전자 이상으로 심장 박동을 유지하는 심장 내 전기 자극에 결함이 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현재 국내에서 부정맥으로 심실제세동기(부정맥 방지 전기기구)를 체내에 심는 시술을 받은 사람 3명 중 1명이 이 질환에 해당된다. 이 질환을 발견하려면 정기적인 심전도 체크가 필수다.


전국 주요 사망률 지표, 수도권-비수도권 건강격차 고착화 우려


각종 사망률 지표에서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의료 자원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지역별 건강수준 격차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전북 전주시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치료가능 사망률 현황에 따르면, 충북이 2018년(47.0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장 높은 치료가능 사망률(2016년 55.01명, 2017년 52.06명, 2019년 46.95명)을 보였으며, 서울은 2016년(42.2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장 낮은 치료가능 사망률(2017년 37.79명, 2018년 38.09명, 2019년 36.36명)을 나타냈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란 의료적 지식과 기술을 고려할 때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기사망(premature death)을 뜻한다. 70개 진료권 기준 상위 20% 평균 수치와 하위 20% 평균 수치의 비를 나타내는 ‘5분위 지역격차 비율’을 보면 2016년 1.474배, 2017년 1.482배로 늘다가, 2018년도에 1.394배로 다소 개선되었지만, 2019년 다시 1.450배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치료가능 사망률을 10만명 당 30.7명으로, 5분위 격차비를 1.27배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다음으로 중증도 보정 입원사망비 현황을 보면 충북과 경북이 전체 조사기간에 걸쳐 5개년 평균 사망비가 ‘매우열악’을 나타냈으며, 대구는 2014~2018년 및 2015~2019년 기준으로 ‘매우열악’을 나타냈다.


전체 현황을 통틀어 ‘우수’을 나타낸 지역은 2015-2019년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이 전부였으며, 서울만이 전체 조사기간에 걸쳐 유일하게 ‘보통’ 이상을 유지했다.중증도 보정 입원사망비란, 급성기 의과 입원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기대(expected) 사망자 수와 실제(actual) 사망자 수의 비로서, 특정 지역의 사망비가 1인 경우는 해당 지역이 전국 평균의 수준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고, 초과 사망이 있는 경우 1 초과의 값을 보인다.


김성주 의원은, “지역 및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질 좋은 필수 의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공공보건의료의 기본 방향임에도 여전히 각종 사망 관련 지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지역별 건강 수준의 격차가 고착되지 않도록 정부는 시설, 인력, 장비 등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특단의 지원을 통해 의료 공급 및 이용의 불균형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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