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성인 돌발성(간헐성, 급성, 응급성, 삽화성, episodic) 편두통 예방 치료제 ‘큐립타정’(QULIPTA 성분명 아토게판트 atogepant)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개발된 경구용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수용체 길항제(차단제를 말하며, 항체가 아님)는 ‘큐립타’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뇌내 단백질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편두통을 유발한다. CGRP와 그 수용체는 편두통 병태 생리와 관련된 신경계 영역에서 발현되는데 이를 억제하는 약물은 편두통 발작 중에 CGRP 수준이 상승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약효가 나타난다.
이 때 CGRP와 결합하는 게 항체로서 성분명에 –mab이란 어미가 붙는다. 항체는 주로 편두통 예방용으로 쓰인다. 반면 CGRP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게 CGRP (수용체) 차단제 또는 (수용체) 길항제로서 –gepant란 어미로 끝나며 주로 급성 편두통 치료제를 목적으로 한다. 다만 아토게판트만이 편두통 예방 목적으로 개발돼왔다. 또 바이오헤븐파마슈티컬스(Biohaven Pharmaceuticals)의 편두통 약물인 ‘너텍오디티’(Nurtec ODT, 성분명 리메게판트 rimegepant)만이 지금까지는 급성 편두통 치료(응급치료)에 이어 예방 적응증까지 승인받은 유일한 CGRP 관련 약물이다.
애브비의 마이클 세베리노(Michael Severino) 이사회 부의장 겸 사장은 “무수하 많은 편두통 환자들이 돌발적인 편두통 발작이란 피폐하게 만드는 증상으로 인해 매달 중 며칠은 생산성을 상실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1일 1회 경구 복용하는 약물인 ‘큐립타’가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작용해 월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를 감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성 편두통 예방약 ‘보톡스’, 돌발성 편두통 치료제 ‘우브렐비’, 급성 편두통 예방약 ‘큐립타’ 등 3각편대 구축
그는 이어 “이제 애브비는 편두통 치료제의 모든 스펙트럼에 걸쳐 3개 제품들을 보유한 유일의 제약기업이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즉 만성 성인 편두통 예방에 FDA가 최초로 승인한 ‘보톡스’(BOTOX 성분명 오나보툴리눔톡신A, onabotulinumtoxinA), 급성(돌발성) 편두통 치료제인 CGRP 수용체 길항제인 ‘우브렐비’(UBRELVY 성분명 우로게판트, ubrogepant), 이번에 CGRP 수용체 길항제 경구약으로서 FDA가 최초로 승인한 전조증상(aura)이 있거나 없는 급성(응급) 편두통 예방약인 ‘큐립타’ 등을 갖췄다는 얘기다.
FDA는 매월 4~14일 동안 편두통 증상을 겪고 있는 총 2000명 가까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큐립타’가 입증한 유효성 및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탄탄한 임상연구에서 확보된 자료를 근거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임상연구에는 지난 8월 19일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아토게판트가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나타낸 효과”란 제목으로 게재되었던 중추적 3상 ‘ADVANCE 시험’, 또 다른 2b/3상, 3상 임상을 연장한 장기 안전성 평가시험 등이 포함된다.
지난 30년 가까이 편두통을 앓아 왔고 ‘ADVANCE’ 임상연구에 피험자로 참여했던 켈시 오웬스(Kelsi Owens) 환자는 “임상시험에서 큐립타를 복용하는 동안 편두통 발생일수가 상당히 줄어든 데다 처음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편두통 발작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중요한 일을 건너뛰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편두통은 돌발적인 재발을 동반하는 감당할 수 없고 증상이 극심한 복잡한 증상군의 일종이다. 요동치는 듯한 두통은 물론 극도의 광 민감성 또는 소리 민감성, 구역질 등을 동반한다. 유병률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세계 각국의 환자 수가 10억명을 웃도는 가운데 미국에서만 3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편두통은 세계 각국의 50세 이하의 성인에서 장애를 유발하는 최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ADVANCE’ 임상연구를 공동 주관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및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피터 고즈비(Peter J. Goadsby) 신경과 교수는 “이번 큐립타 승인으로 편두통 커뮤니티에 편두통 치료‧관리 전반에 걸쳐 폭넓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며 “간편하게 경구 복용하면 편두통 발작을 예방하고, 다수의 환자들에게서 편두통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CGRP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게 바로 ‘큐립타’”라고 강조했다. 그는 큐립타에 대해 경구약이라 복용이 간편하고,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고, 치료반응률 대비 안전성과 내약성이 뛰어나 앞으로 수년 간 편두통 예방약에서 기념비적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즈비 교수는 ‘ADVANCE’ 임상연구와 관련, 편두통 발작에서 CGRP의 역할에 관한 혁명적인(revolutionary) 연구결과를 내놔 올해 ‘Brain Prize in 2021’을 수상했다.
다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법, 위약대조 병렬 방식으로 진행된 중추적 3상 ‘ADVANCE’에서 12주 동안 ‘큐립타’ 60mg을 1일 1회 복용한 시험군은 월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착수시점의 7.8일에서 4.2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월 평균 편두통 발생일수가 50% 이상 감소한 피험자 비율은 ‘큐립타’ 10mg, 30mg, 60mg을 각각 복용한 그룹에서 56%, 59%, 61%로 집계돼 위약대조군의 29%를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