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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백신접종 80%넘고 전담병원 갖춰야 가능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9-14 13:09:28
  • 수정 2021-09-14 13: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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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질병청장 10월말 시행 전제 조건 ... 추석연휴가 최대 분수령

실제로 감염경로를 추적하기 힘든 환자의 비율과 양성률이 높아지는 등 유행 확산의 우려가 큰 가운데에서도 위ㆍ중증 환자나 사망자 숫자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적 약자의 고통과 일상의 마비, 방역의 한계, 코로나19의 위험도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공포에서 벗어나 과학적ㆍ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선도국들은 확진자를 최대한 억제하던 데서 치명률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은경 질병청장이 10월 말 ‘위드 코로나(With Corona)’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방역 체계 전환에 대한 논쟁이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위드 코로나’ 전환에 73.3%가 찬성했다. 반대는 20.2%에 그쳤다. 


다만 ‘위드 코로나’는 국민이 코로나를 독감처럼 일상 속 불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걸 뜻한다. 이를 위해선 9월 중 ‘4차 대유행’ 확산세를 꺾고, 충분한 백신 공급으로 접종률을 80%(성인) 이상 올리며, 감염병 전담 병원 등 충분한 의료 대비 체계까지 갖춰져야 가능하다.


추석연휴 ‘4차 대유행’ 고비 넘어야


특히 9월은 점진적인 방역 완화 조치로 건너가는 중대 갈림길이다. ‘추석 연휴’에 6~8인 모임 허용 등 일부 방역 완화 조치까지 더해져 자칫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 계절적으로도 9월은 저온 건조한 날씨로 코로나 바이러스 활동이 더 왕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여름휴가철 수도권 주민의 이동량 증가로 비수도권에 확진자가 늘어난 것처럼, 추석 연휴에 유행이 비수도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추석 고향 방문 땐 연로하거나 건강이 취약한 고위험군 접촉이 이뤄질 수 있고, 이동량도 증가하며 전파 확산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코로나 ‘풍선 효과’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추석 귀성으로 비수도권 지역에 다시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 방역 당국은 이날 비수도권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수도권 지역은 이미 지난달 13일 행정명령을 내렸다.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은 코로나 전담 치료 병상을 기존 1%에서 1.5%로 올리고, 7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7곳도 허가 병상의 1%를 코로나 중증 환자 전담 병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방역 당국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집에서 치료받는 ‘재택 치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감염병 재생산 지수(확진자 1명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 따지는 지표)는 0.98 수준. 1을 넘으면 유행이 확산되는데 아슬아슬한 단계다. 이를 더 낮추지 못하면 2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대한수학회 분석에 따르면, 감염 재생산 지수가 0.8이면 이달 중순을 지나며 1300명대 수준으로 환자가 줄지만, 1.2까지 커지면 2200명으로 늘 수 있다. 코로나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를 ‘하루 100명 미만’ 이라고 봤을 때 당분간 감염확산 차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신 수급 원활, 부스터샷도 가능 해야


그동안 수급 차질로 골머리를 앓게 했던 백신 안정적 공급 역시 관건이다. 접종률을 더 빨리 끌어올려야 ‘단계적 방역 완화’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으로 ‘고령자 접종률 90%, 성인 80%’ 이상을 제시한 상태. 잇따라 공급 ‘펑크’를 일으켰던 모더나 등 주력 백신 제품 계약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백신 거부자 등도 최소화해 접종률을 올려야 한다.방역 당국은 “모더나와 계약했던 백신 139만3000회분이 국내 공급됐다”며 “10월 말 전 국민의 2차 접종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물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공급 물량이 충분할 경우, 화이자·모더나의 1·2차 접종 간격을 현행 6주에서 다시 3~4주로 조정하는 식으로 접종 속도를 올리고, 공급 물량 불안에 대비한 비상 계획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의료 체계 동네병원 중심 재정비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완화에 앞서 ‘위기 대응’ 위주로 편성된 현행 의료 체계를 동네 병원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드 코로나’ 적용 시기를 묻는 질문에 “10월 말까지는 최대한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취급하면서 일상생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백신 보급으로 집단 면역을 이루면 코로나19도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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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힘이 빠졌으나, ‘짧고 굵게’를 내세웠던 고강도 거리두기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다시 힘을 얻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의료 대응 방안 등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취급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코로나19도 독감처럼 동네 의원과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다룰 수 있도록 정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위기에 맞춰 ‘상급 병원’ 중심으로 감염병 의료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하다. 여기 대응하려면 앞으로 ‘동네 병원’이 신속진단키트로 진단하고, 환자를 치료하고 전원 대상을 가려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코로나19로 지친 (상급 의료기관의) 보건 의료 인력들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비하는 차원도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대형병원 등에서 다루면서 이 의료기관의 인력에 업무가 과도하게 몰렸다.


현재 비상 체계로 가동 중인 코로나 의료체계를 재정비하는 것도 급선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만 주장할 게 아니라 민간 병원 중 코로나 환자 전담 병원을 지정해 병상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코로나 병동 의료진 처우 개선과 인력 확보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코로나 진료·치료 체계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단계적 방역 완화’란 개념을 마치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과도한 기대·낙관을 갖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위드 코로나’를 방역의 완전한 완화로 여기거나 코로나가 종식되는 거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시점의 문제일 뿐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약 10% 국민에겐 코로나가 계속 퍼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은 필수


정부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부적인 방역 완화 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19세 이상 성인 중 80% 이상이 10월 말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11월 중순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방역 완화가 시행되더라도 기본 수칙인 ‘실내 마스크 착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방역의 최소한이자 마지노선”이라며 “접종률이 80% 이상 올라가더라도 해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방역 완화가 급격히 이뤄질 경우 확진자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전체적인 피해를 줄인다는 개념이 아니라 완화 속도에 따라 우리 사회가 부담을 나눠지는 선택의 문제”라며 “방역 완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미국·영국·이스라엘처럼 대규모 유행이 나타나 중증 환자·사망자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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