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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면역 완성은 ‘부스터샷’보다는 ‘청소년’ 접종에 달려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9-04 01:05:53
  • 수정 2021-09-08 17: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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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려면 집단면역 90% 상향 전제 … 12세미만 ‘접종 공백’ 노출, 저개발국 낮은 접종률도 문제

뒤늦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 비판받고 있는 우리 정부가 접종률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10월말까지 전국민 70% 접종(1차 기준), 11월말까지 70% 접종(2차 기준)을 통해 전국민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 상황을 종식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델타변이 바이러스 득세와 여름휴가 시작을 계기로 시작된 4차 대유행으로 9월 2일 기준 59일째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백신 접종 일정을 대폭 앞당겼다. 현재는 10월말까지 국민의 70%가 2차접종까지 마치는 스케줄을 잡았다. 2일 기준 1차 접종자는 1차 접종자는 2964만4464명(57%), 2차 접종 완료자는 1678만3832명(32.7%)이다.


문제는 초강력 코로나19 변이가 출현하면서 집단멱역의 기준을 90%로 높여야 한다는 게 지난 8월초부터 제기되고 있다. 집단면역(集團免疫, herd immunity)이란 특정 감염질환에 대한 사회집단의 저항력을 말하는 것으로 일단 감염돼 면역력이 형성된 사람은 물론 비 감염자까지도 접종받은 경우엔 더 높은 방어력,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간접적인 보호능력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변이 바이러스 잇따른 출현으로 집단면역 90%로 상향해야 


최근 코로나19 델타변이(인도발 변이)는 국내에서도 94.3%까지 올랐다. 델타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기존 오리지널 코로나19의 300배에 달하며 감염력(전파속도)이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 1.6배, 기존 코로나19보다 2.7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파 변이, 브라질발 감마 변이는 크게 줄었고 남아공발 베타 변이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콜럼비아발 뮤변이 감염자 3명이 한국에 처음 입국한 것으로 3일 확인돼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31일 발간한 코로나19 주간 보고서에서 콜롬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를 뮤 변이로 명명하고 코로나19 관심 변이(Variants of Interest, VOI)로 지정했다. 관심 변이는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 VOC)보다는 한 단계 낮은 경계 대상이다. 


현재 뮤 변이의 전 세계적인 발생률은 감소 추세로 전체의 0.1% 미만으로 검출되고 있지만, 콜롬비아나 에콰도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 중이다.


결론은 이런 감염 추이의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코로나19 백신을 가급적 조기에, 다수에게 맞히는 일이다. 국민의 43%가 1차 접종도 맞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캐나다 매니토바대(University of Manitoba) 바이러스학 교수인 제이슨 킨드라척(Jason Kindrachuk)은 “코로나19 방어에 도달해야 하는 핵심 숫자가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가장 쉬운 방어책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창궐과 관련, 전체 인구의 70%만 완전히 예방접종을 마친다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으나 델타 변종 등장으로 공중보건의학 관점에서 90%로 최근 상향했다.


문제는 어린이 청소년까지 백신을 맞아야 90%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5월 11일 12~15세 청소년 접종용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모더나 백신도 지난 6월 11일 12~18세가 맞을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이전까지 유일하게 16세 이상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이었다. 


우리나라 고3학생은 오는 12월 3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해 지난 7월 19일부터 이들 백신을 맞고 있다. 점차 중고생들까지 접종이 확대될 전망이다. 영유아부터 11세(초등학교 5학년)의 접종이다. 한국의 인구분포 상 11세 이하(12세 미만) 어린이는 전체 인구의 약 9.86%로 추산된다. 저출산 풍조로 10%가 넘지 않는 것인데 캐나다의 경우 13% 수준이다. 따라서 12세 미만을 제외한 전국민이 백신 접종에 동참해야 90%를 채울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 일부 국민들처럼 백신 접종에 극렬하게 거부하는 경우는 없다. 화이자는 올해 말에 12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도출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신규 확진자, 사망자, 입원자의 97~99%가 백신 미접종자로 집계됐다. 지난 8월 23일 기준 국내 전체 접종 완료자 772만8157명 중 0.04%(3128명)에서 돌파 감염이 일어났다. 활동량이 왕성한 30대(0.085%)의 발생률이 가장 높았고, 백신별로는 얀센(0.113%), 아스트라제네카(0.068%), 화이자(0.021%) 순으로 발생률이 높았다. 1·2차를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로 교차 접종받은 경우 발생률은 0.016%였다. 


백신 접종자는 1차만 맞더라도 돌파감염이 일어날 경우 이로 인한 입원, 사망 위험이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아지므로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다. 미접종자에서 신규 확진자가 월등하게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킨드라척 교수는 “백신 접종은 델타변이에 대해서도 심각한 질병과 사망을 예방하는 데 여전히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는 작년 초반에 예상했던 전파지수를 상당히 높인 게 사실이며, 집단면역을 얘기할 때 현재 유행하는 균주의 전염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공중보건 유지에 초점 맞춰야   변이 출현, 백신 성능, 접종 기피 탓 완전면역엔 한계


집단면역이라는 용어 자체를 탐탁찮게 여기는 학자도 많다. 캐나다 맥매스터대(McMaster University)의 면역학 교수인 돈 보우디시(Dawn Bowdish)는 “일부 백신 거부론자들이 접종을 미루는 근거로 주위에서 백신을 맞기 때문에 자신은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로 삼는다”며 “지금 사용되는 백신이 ‘멸균면역’(sterilizing immunity)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저위험 감염자가 여전히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고 진정으로 바라는 집단면역의 임계치에는 영영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백신 기피론자와 백신 자체의 미흡한 방어효과 때문에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할 만큼 충분한 수의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의 감염내과 의사인 아이작 보고흐(Isaac Bogoch) 박사는 “집단면역은 ‘지역사회 방어’ 수준으로 현실적으로 기준을 낮춰 잡아야 한다”며 “그동안 바이러스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출현하는 과정에서 목격했듯이 공중보건을 해칠 정도로 파급되지 않도록 충분한 사람에게 백신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린이가 접종 받을 자격이 없는 동안에는 진정한 집단면역 달성이 한동안 ‘어려운’(elusive)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모래에 인공 선을 긋고 이 연령대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 접종을 했다고 해서 집단면역을 달성했다고 기대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킨드라척은 “누구나 COVID-19 감염의 물결을 신속하게 억제하기를 희망하지만, 새로운 변종이 침투하기 시작하면 지역사회 방어망 구축에도 상당한 수준의 위협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더 위험한 변종이 지역 간에 이동하기 시작한다면 지역사회 단위의 집단면역에 근접하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지구상에는 백신에 접근할 수 없는 넓은 지역의 저개발 국가가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까지 통제해야 더 위험한 추가 변종을 근절하는 기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란 얘기다.


부스터샷에 접종 의무화까지 밀어붙이는 각국


이제 코로나19는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에서 계절성 독감처럼 지역사회에서 언제든 감염될 수 있으나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엔데믹(국가 단위의 유행)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시판 중인 백신의 유효기간은 6개월 내지 1년으로 2차 접종을 마친 후에도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 바 ‘부스터샷의 정례화’다. 접종 기피론자가 많은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접종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부스터샷(2차 접종 후 추가 접종)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당초 마지막 백신 접종 8개월 후에 부스터샷을 놓자고 하더니 지금은 더 당겨서 5개월 후에 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서두르는 중이다. 이에 몇 달 전만해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무게를 두던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면역학자로서의 경험에서 말하면, 적절한 백신 접종 방식이 3차례 접종이라고 해도 놀랄 게 없다”며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미국, 이스라엘, 스위스, 대만, 영국 등은 부스터샷 시행에 대비한 백신 ‘쟁여두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은 내후년 백신까지 확보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남아공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과도하게 들여와 아프리카 사람들이 맞을 것조차 싹쓸이했다는 비난에 직면, 조달한 백신을 다시 아프리카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최근 단행하기도 했다.


부스터샷도 좋지만 ‘아동 청소년의 백신 접종 확대’ ‘전세계 저개발 국가에 대한 백신 보급 확산’에 더 신경쓰고 협력하자는 캐나다 의학자들의 조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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