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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들 “수술실 CCTV, 고위험 수술 기피하게 될 것”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9-01 10:55:25
  • 수정 2021-09-16 03: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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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의사들 외과 회피 극심한 인력난 … 환자 상급병원 쏠림현상도 가속

의료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계는 헌법소원 제기 등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법은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할 때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환자 또는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의료인이 반드시 수술장면을 촬영하도록 규정했다.


CCTV 영상정보의 열람·제공은 △ 수사·재판을 위해 관련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개시 절차 이후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한정했다. 음성 녹음은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환자의 의사가 동의하면 가능하다. 개정법은 부칙에 따라 공포 후 2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외과계 5개 학회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등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은 의사들의 방어 수술을 조장하고, 위험한 수술을 회피하고 미래의 젊은의사들이 외과 기피현상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청했다


외과계, 소극적 수술로 전환… 상급병원 쏠림현상 가속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의 합의가 없었던 게 CCTV 설치법이 가진 한계로 지적된다. 일부 독소조항은 빠졌다고 하지만 외과계 의사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5개 학회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내고 “진정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외과계 의사들의 손목을 묶길 원하느냐”며 법안 철회를 주장했다. 이들 학회는 일부 의사들의 수술 과정에 대한 의혹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해 이 법안이 발의될 수밖에 없게 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표명했지만, 이를 전체로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방어적 수술’로의 변화가 이뤄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5개 학회는 “수술 과정을 CCTV 녹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이는 외과 의사가 소극적이고 문제가 없을 만큼만 수술을 진행하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악성 암환자의 경우 환자가 후유증이 남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것이 암의 완치율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이 녹화되고 증거로 사용되면 안전하게 남기고 나가려는 경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암환자들의 재발률과 사망률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응급수술이나 고위험 중환자 수술은 기피하게 되어 상급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해지며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흉부외과의 심혈관수술이나 뇌혈관수술의 경우, 예기치 못한 혈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한 동의 하에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외과계 의사와 환자 관계다. 그러나 수술 전 위험성에 동의한 수술 과정이 동영상으로 남겨져 검증 수단으로 사용되면 고위험 수술을 포기하는 병원이 많아지고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로 보내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쏠림현상이 가속화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고위험수술 누적이 심해져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기피하는 외과계, 미래세대 전멸  


젊은 의사들이 노동 강도 대비 보상이 부족한 외과계를 기피하는 경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졌다. 국내 의료계가 풀어야 할 고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소위 ‘기피과’로 전락한 현실 속에서 CCTV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흉부외과계 고위 관계자는 “힘든 수련 과정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전문성과 노동량에 비해 보상은 별로 없고 수술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 신규 흉부외과 의사보다 은퇴하는 의사가 더 많아 그 수가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수술실을 CCTV로 녹화까지 하겠다는 것은 잠재적인 의료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앞으로 의사들은 외과계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고 전국에 외과계 의사가 부족해 수술을 못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수술 성공률은 세계 최고의 수준임이 입증되고 있는데 CCTV설치법이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외과계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의 생명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의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면서 일부 의사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신체 녹화, 2차 피해 우려


또 5개 학회는 “CCTV 법안은 환자의 신체가 녹화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2차적 피해에 대한 대안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 노출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뇨의학과 수술, 산부인과 수술, 대장·유방 수술과 같이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를 가리고 녹화하기는 하겠지만, 수술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신체가 찍힐 수 있으며, 녹화 영상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치매 범죄에 악용돼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 개정안은 2년 후 시행하므로 그 사이 개인정보 노출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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