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을 넘어, 기업의 경영활동과 영향력을 고려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을 뜻하는 ESG 경영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ESG 경영성과를 평가하기란 어려웠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기업의 건강가치창출활동을 평가하는 ‘건강가치창출지수(Health-Friendly Activity Index, HFAI)와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건강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하는 ’소비자건강기여척도(Contribution Assessment Tool for Consumer’s Health, CATCH)‘를 개발했다.
건강가치창출지수는 △구조조직 △수요 현황조사 △계획수립 △실행 △평가 및 피드백 △성과 6개 영역 총 105개 항목을 측정한다. 상품의 기획부터, 생산,마케팅, 포장, 유통,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가치 사슬 전 과정을 평가한다. 소비자건강기여척도는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 △영적 건강 4개 영역에서 20개 항목을 평가한다.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151개 기업의 건강가치창출지수 평균은 100점 만점에 50.9점에 불과했다. 기업 자체적인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보통(50-74점) 혹은 취약함(50점 미만)을 기록했다. 또한 소비자건강기여도는 최소 5.5점, 최대 6.4점으로 보통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기업들이 건강가치창출지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에 연구팀이 일반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건강친화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 중 약 72.4%(869명)은 ‘건강친화라벨 도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65.1%(781명)는 해당 라벨이 도입 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건강친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의 건강가치창출을 위한 노력이 기업이나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한 것이다.
건강가치창출지수는 소비자 건강에 미치는 기업의 활동과 영향에 주목한 최초의 지표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개발한 ‘직장건강평가표(Worksite Health Score Card)’나 윤 교수팀이 개발한 ‘기업건강경영지수(Worksite Health Index, WHI)처럼 직원 건강에 기여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는 있었지만, 기업의 소비자 건강가치창출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영호 교수는 “건강가치창출지수는 기업의 ESG 경영이 소비자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점수화한 최초의 지표”라며 “향후 기업들은 소비자의 ‘덜 나쁜 건강’을 달성하는 수준에 안주하기보단 ‘좋은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 오픈(British Medical Journal Open)’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