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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동의없는 수술, 무조건 손해배상 책임 있나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8-03 11:45:09
  • 수정 2021-08-22 22: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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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에게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면 상해로 평가되기 어려워 처벌 안 돼

수술이란 질병이나 외상에 대해 피부 또는 점막을 절개하는 외과 치료행위이다. 따라서 행위만 놓고 본다면 타인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위법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수술은 환자의 동의가 있고 어떻게든 환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에 그 위법성은 사라지게된다. 

그렇다면 환자의 동의없이 수술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우리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을 할 경우 환자 혹은 법정대리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동의도 없이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경우, 상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업무상 과실치상). 당연히 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다만 동의없는 수술이라 하여 무조건 상해죄를 구성한다거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환자 혹은 법정대리인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동의없이 수술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면 상해로 평가되기 어렵게 된다. 


예컨대 환자의 동의없이 원래 수술하기로 하였던 좌측 무릎이 아니라 우측 무릎을 수술한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환자는 왼쪽 무릎에 이상이 있어 왼쪽만 수술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오른쪽 무릎관절 역시 심하게 손상돼 의사는 착오로 환자 동의 없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술했다. 이후 물리치료, 재활치료로 통증과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정상으로 회복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환자로서는 자신의 동의 없이 수술을 진행하였다 하여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의 오른쪽 무릎에도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수술 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면, 피해자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환자 동의없이 폐 일부 잘라낸 의사 11억 배상 판결


이와 반대로 최근에 조직검사를 하다가 환자 동의 없이 폐 일부를 잘라낸 의사와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11억여 원 물게 된 경우도 있다..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 A씨는 2016년 서울성모병원에서 폐렴 관련 검사를 받은 뒤 정밀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도 받았다. 당시 의사 B씨는 조직검사용 검체를 채취하면서 비교적 작은 범위를 절제하는 ‘쐐기절제술’(폐 조직 일부는 쐐기(V자) 모양으로 떼어냄)을 시행했다. 


그 자리에서 ‘악성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이란 소견이 나왔다. 이 환자는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부위의 염증으로 인해 봉합이 어려워졌고 절제 부위를 넓혀 폐 오른쪽 위 부위(우상엽) 전체를 뗐다. 그러자 변호사 B씨는 쐐기절제술을 통한 조직검사로 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우상엽 전체를 절제할 가능성이 있는 조직검사라면 수술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약 20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폐는 폐엽 5개로 구성돼 있는데, 절제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절제술 후에 10% 내외로 폐 기능이 저하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1부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서울성모병원)과 의사 B씨가 A씨에게 11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A씨에게 14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쐐기절제술로 절제하는 범위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우상엽 전부를 절제하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환자의 동의를 받고 수술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환자의 구체적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사후 판결이 달라질수 있음을 서울성모병원 사례가 보여줬다.  


면역세포 치료제 난치병환자에 임상시험도 다반사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들이 개발한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치료제를 수십 명의 난치병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해온 바이오벤처와 병원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 없이 뇌졸중·척추마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으며, 일부에서는 4000만원 안팎의 고가 치료비를 환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약사법 등에서는 새로운 약제나 의료기기 등을 개발해 새로운 치료를 할 때는 식약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기술이 ‘신(新)기술’, ‘첨단 치료’라는 이름으로 환자 동의 없이 남용되고 있다. 임상시험에 가까운 새로운 의료행위이면서도 부작용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환자 동의 없이 시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경우에도 불법적 규정이 있기 때문에 처벌을 받게된다.


수술 방법·주치의 변경시 환자에 설명하고 동의 필수


한편 환자가 의식이 없는 전신마취 상황에서 동의하지 않은 의사나 비의료인이 몰래 수술하는 이른바 '유령수술'을 막는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령수술'을 막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중요 의료행위 때 그 필요성과 방법, 담당의사 성명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의사가 바뀌면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그러나 변경요건이나 고지시기에 관한 규정이 없어 수술 후 환자에게 변경 사실을 고지하더라도 환자는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사전 설명이나 동의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만 이뤄져 위반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은 수술 방법과 주치의를 변경할 경우 환자에게 설명 후 서면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수술 시작 후 변경하는 경우에는 수술 종료 후 지체없이 환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해야 한다. 설명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을 할 경우 의료인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규정도 담았다. 다만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 설명이나 동의없이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은 유지했다.

 

양 의원은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자신을 수술하는 의료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것은 알 권리와 건강권, 신체의 자기결정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환자안전사고 보고 위반시 과태료 최대 300만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실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의료기관의 장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세부기준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올해 1월 19일 의결하고 같은 달 30일부터 시행 중이다. 


1월 개정된 환자안전법 제14조제2항에 따르면 동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을 의무보고 대상사고에 포함시켰다. 


이외에도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이 투여되거나 용량,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다른 부위의 수술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신체적 폭력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 이를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여부 구성·운영 현황,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현황 보고의무를 위반할 경우는 1차 위반 시 30만원, 2차 위반 시 6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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