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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승인받더니 ‘압박성’ 과장광고까지 … ‘애듀헬름’ 구설수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7-28 17:57:11
  • 수정 2023-01-07 19: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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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국민의 치매환자化’ 획책 비판 … 유병률 통계도 억지 … MCI가 치매의 원인이라 호도

지난 6월 7일 논란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허가받은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이번엔 공격적인 마케팅 광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바이오젠과 일본 파트너인 에자이는 최근 알츠하이머병 6가지 증상을 퀴즈형태로 질문하며 조기진단을 유도하는 온라인 광고를 냈다. 예컨대 때때로 약속이나 사교 행사를 잊어버리십니까? 대화 중에 생각의 흐름을 잃으십니까? 결정을 내릴 때 우울해지거나 압도될 때가 있습니까? 라고 소비자에게 묻는다.


그리고 나서는 6가지 질문에 설령 ‘절대 아니요’라고 대답해도 알츠하이머병 초기 징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일 수 있으니 신속하게 의사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고한다.


이 광고 웹사이트는 접속자가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주위에서 가까운 전문의를 소개하고 척추천자 또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를 통해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압박한다. 


이에 대해 비싼 미국 의료비를 감안할 때 보험도 되지 않는 치매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한 상업성 광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PET 검사에 수천달러가 든다. 기억강탈병(memory-robbing disease)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명분 아래 소비자 호주머니 강탈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아도 무방할 정도다. 바이오젠이 연간 5만6000달러에 달하는 애듀헬름 약가를 책정해놓은 것도 모자라 약탈적 광고를 내세우자 많은 미국 지식인들이 지적에 나섰다.


미국 밴더빌트대 병원의 신경과 조교수인 매튜 쉬라그(Matthew Schrag)는 “바이오젠이 온라인 광고에서 내놓은 질문은 그럴싸하지만 경도인지장애를 식별하는 합법적인 도구에 바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의 신경과 부교수인 에릭 뮤지크(Erik Musiek)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노화와 가벼운 알츠하이머병의 차이가 극히 미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며 “바이오젠의 증상 퀴즈가 검증되었거나 더 구체적이면 선호했겠지만, MCI를 감지하는 게 지극히 까다로움을 감안할 때 환자에게 온라인을 통해 최종 진단할 도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은 ‘AD8 스코어’라는 설문지표를 사용해 경도인지장애를 평가한다며 환자의 인지 변화를 노출하도록 설계된 일련의 질문이 포함되고, 환자 가족과의 신중한 인터뷰, 혈액검사 및 심리평가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애듀헬름 승인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인지저하를 늦추는 게(1차 평가지표)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이 병의 특징적인 징후인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약물의 능력(평가대리지표)을 기반으로 가속승인을 받은 점에 있다. 그러나 FDA와 바이오젠은 아밀로이드 제거 능력이 임상적 이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승인의 정당성을 옹호해왔다.


이로써 미국에서 약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애듀헬름을 처방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바이오젠은 적응증을 자진 축소했다. 6월초 허가 당시에는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적응증 대상이었지만 7월 8일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으로 좁혔다. 이에 대해 FDA는 “연구된 것보다 질병의 초기 또는 후기 단계에서 아두카누맙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유효성이나 안전성 면에서 이를 입증할 근거자료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35% 정도만이 애듀헬름 처방에 긍정적일 뿐 40%는 부정적이며, 나머지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적응증 범위가 축소되고 의사들의 부정적인 처방 태세에 바이오젠이 무리하게 광고를 밀어붙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오젠은 의약품 거대 도매상인 CVS헬스와 협력해 뇌 건강에 대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선별검사 및 질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지난주에 기나긴 광고를 뉴옥타임스에 게재하면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이 광고는 애듀헬름이 승인되기도 전인 지난 5월에 구축한 웹사이트로 안내하고 있다. 


지난 16일 ‘볼티모어선(Baltimore Sun)’은 바이오젠의 과도한 광고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바이오젠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까지도 전문의를 찾아가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제약사는 당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바이오젠 웹사이트에 50세 이상 12명 중 1명은 현저한 MCI 증상을 갖고 있으며 MCI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적어놓은 것도 비판했다. 의학 문헌을 검토한 결과 두 진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바이오젠은 볼티모어선의 요청에 그 근거가 될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다만 쉬라그 교수는 2018년 1월 16일 ‘뉴롤로지’(Neurology)에 실린 논문을 보고 바이오젠이 인용한 것 같다며 당시 연령대는 60대 이상이었는데 이 사실을 빼고 50세 이상이라고 얼버무린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MCI 유병률은 60~64세에서 6.7%, 65~69세에서 8.4%, 70~74세에서 10.1%, 75~79세에서 14.8%, 80~84세에서 25.2%였다.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치매 발생률은 2년의 추적관찰 결과 14.9%로 집계됐다. 이 논문은 또 어떤 약물치료도 경도인지장애에 좋다는 높은 신뢰도의 증거가 없으며 6개월 이상의 운동치료와 인지훈련만이 인지척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볼티모어선은 사실 MCI를 진단하는 데 표준화된 것은 없으며 65세 이상 인구의 유병률 추정치는 3~22%라고 밝혔다. MCI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소이지만 반드시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약물 부작용, 피로, 우울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B12 결핍, 수면무호흡증, 기타 만성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게다가 MCI는 종종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는 게 볼티모어선의 기사 내용이다. 두 전문가는 바이오젠이 환자 풀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바이오젠은 “환자가 의사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게 중요하다”며 “희망적으로 더 나은 질병 관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50세 이상 12명 중 1명이 MCI라고 기술한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에 대응하지 않았다. 


애듀헬름의 승인을 지지하고 이 약의 높은 약가에도 솔직한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학회도 바이오젠의 통계는 낯설다고 밝혔다. 다만 학회의 추정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약 8%(12분의 1)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MCI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학회는 바이오젠의 광고에 말을 아끼면서도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뇌 관련 장애의 조기 발견 및 진단율 제고에 나서는 바이오젠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바이오젠 경영진은 애듀헬름 출시 후 기대에 못 미치는 처방과 매출이 잘못된 정보를 조장한 언론과 증권 애널리스트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천달러에 달하는 척추천자를 활용한 아밀로이드 분석 비용을 바이오젠이 일부 지원하고 있다며 조기진단에 애를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점진적이지만 몇 개월 안으로 애듀헬름의 매출이 당초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텍피데라’(Tecfidera 성분명 디메틸푸마르산염 Dimethyl fumarate)의 바이오시밀러 출시 등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80% 급감하면서 올 2분기 전체 매출이 27억달러로 주저 앉았다. 전년 동기 매출은 37억달러였다. 텍피데라의 작년 2분기 매출은 9억1300만달러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억7840만달러로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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