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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7.8명 자살, 결코 남이 일 아니다 … 정부가 나서라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6-29 14:34:12
  • 수정 2021-07-11 14: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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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로 청소년, 독거노인 등 우울증 걸릴 확률 높아

자살률은 자연재해나 금융위기를 겪은 후 상당 기간 상승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도 가계수입 감소, 비트코인 또는 주식의 급작스런 폭등 또는 폭락, 이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박탈감을 초래해 종국에는 자살률을 높일 뇌관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높다. 세계적으로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6년 기준으로 183개국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는 26.9명으로 리투아니아(31.9명), 러시아(31명), 가이아나(29.2명)에 이어 4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2019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799명, 하루 평균 37.8명에 달한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청소년들과 독거노인들이 적잖아 자살률이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살자 수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감소해 1만2463명 규모까지 줄어들었지만 2018년과 2019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9년 자살자 중 경제생활문제이 원인인 것은 2019년 3564명으로 2018년 3390명과 2017년 3111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 수치는 2018년 대비 174명, 5.1% 증가한 것이지만, 2017년과 비교하면 무려 453명, 14.6%가 늘어난 것이다.


자살은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위이고, 40대, 50대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2019년 사망원인통계 결과).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는 60대 33.7명, 50대 33.3명, 40대 31.0명, 30대 26.9명, 10대 19.2명이다. 10대 사망원인의 37.5%, 20대 사망원인의 51%, 30대 사망원인의 39%, 40대 사망원인의 21.7%, 50대 사망원인의 10.4%를 자살이 차지한다.


생명존중시민회의 서경주 공동대표는 “미국의 팬데믹 상황을 보면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과 어린이, 독거노인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무심하다고 생각하며, 이들의 어려움을 보듬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자살의 특징은 집 밖서 70% 발생


한국인 자살의 특징은 집 밖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계획적인 자살보다 우발적인 경향이 큰 것을 의미한다. 이용주 동덕여대 대학원 보건학 교수팀의 연구결과 한국의 경우 집 밖에서 목숨을 끊은 사람의 비율이 70.1%에 달했다. 반면 벨기에는 34.2%, 프랑스 35.3%, 뉴질랜드 37.9%, 미국 41.3%, 캐나다 43.8%, 체코 44.9%, 멕시코는 46.3%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집 밖은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을 시도하다 다른 사람에게 발각될 확률이 집 안보다 훨씬 크다. 즉 자살을 만류하는 외부인이 개입할 여지도 많다. 자살 행동도 투신 등 충동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 반면 집 안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띌 확률이 적고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아 계획적인 자살이 일어난다. 이런 경우 목숨을 끊겠다는 의지가 더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징후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혼자 고민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것도 한국인 자살의 특징이다. 유은정 의좋은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한국인은 감정이 억압돼 있고 표현을 잘 하지 않아 자살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우울증을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증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우울증 전조증상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울증과 자살은 불가분의 관계 


가슴이 미어지고 안타까운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우울증과 자살은 불가분의 관계로 자살의 원인의 90%가 우울증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즐거움과 의욕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안 될 것 같이 보인다. 또 각종 신체증상(두통, 어지러움, 통증, 소화불량, 가슴 답답, 두근거림, 불면증, 집중력, 인지기능 저하 등)들이 동반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학습 및 업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갑자기 공부를 할 수 없거나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르면 우울증인지 염두에 둬야 한다. 진료를하는 유명한 의대 교수들도 우울증에 걸리면서 갑자기 환자 진료를 할 수가 없어서 중단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 달 동안의 휴식과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 계열 항우울제 치료 후에 회복돼 다시 환자를 보게 되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이 우울해지면 행동이 위축돼 외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고 대화도 없어진다. 점점 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절망감에 빠지고, 죽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로 자살 방지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을 우울증 퇴치의 해로 정하고 ‘우울증, 대화합시다 (Depression, Let’s talk)’ 운동을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에는 이런 운동이 없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선 국민 모두가 스스로 가족, 자녀, 친구, 동료들에게 우울증 또는 우울감이 있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조기에 치료받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기 가장 어려운 나라이다. 


정부가 비정신과 의사 10만명에게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간호사도 처방할 수 있는 안전한 SSRI 항우울제를 한국 의사는 처방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우울증에 걸려도 어디에 가서 치료를 받을지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르완다 등 외국에서는 모든 의사들이 우울증을 치료하고 있다. 


2002년 3월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작된 한국의 우울증 처방 규제 악몽이 언제 끝날지 모를 일이다.


대화만 자주 나누어도 자살 90% 예방


죽고 싶은 생각이나 절망감이 드는지 수시로 물어봐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 바쁜 직장인들이 더욱 그렇다. 옆에서 자살에 대하여 물어보기만 해도 30%가 자살 계획을 중단한다. 또 자살 생각(자살사고, 自殺思考)이 들 때 주변의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자살을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실제 마음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재의 고통을 멈추게 하고 싶은 것이다. 자살 예방의 시작은 자살 경고를 인지하고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살 생각에 대하여 터놓고 이야기하면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안타까운 소식에 실질적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정부는 효과 없는 자살예방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최빈국,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를 신속히 폐지해 전국의 10만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크레이그 앤더슨 호주 시드니대 신경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전적으로 정신과 의사에게만 맡긴다는 것은 가장 부적절한 판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10.2%, 2주내 자해 또는 자살 생각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29일 ‘코로나19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전국의 만 13∼18세 청소년 5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의 17.5%는 중등도 이상의 불안 또는 우울 위험군 중 한가지 이상에 해당했다. 14.2%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위험군, 11.2%는 중등도 이상의 불안 위험군이었다. 다만 앞서 학회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보고된 성인의 우울 위험군 비율 22.8%보다는 낮았다.


청소년의 10.2%는 최근 2주 이내에 자해나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앞선 조사에서 성인의 16.3%보다는 낮은 편이다. 성별로는 남자 청소년 11.44%, 여자 청소년 8.96%였다. 연령대별로는 중학생 7.45%보다 고등학생이 13.81%로 더 높았다. 학회는 “청소년의 우울과 자해, 자살 생각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방역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나 없어지면 모두 편할 거야’ ‘죽는 것이 낫겠다’ 같은 자기비하적, 자살암시적 언급을 하거나, 자해 흔적이 보이거나 약을 모으는 행동이 관찰되면 비판하거나 훈계하지 말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면 전문기관이나 전문의사에게 연결시키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자살신호를 감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자살신호를 인지하는 역치(閾値)를 낮춰야 한다. 최소한의 신호라도 느껴지면 즉각 대응하라는 얘기다. 


감정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 해야 할 5가지 행동


1)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아라.

2) 그들은 안전하게 지켜라. 

3) 거기 있어라: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아라.

4) 연결시켜 주어라: 자살예방센터, 가족, 친구 또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연결해주어라.

5) 계속 감시하라: 누군가 추적 감시를 하면 자살이 크게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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