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늘어난 질병도 있고 줄어든 병도 있다. 늘어난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비만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맞물려 ‘확찐자’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활동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며 당뇨병, 고혈압 등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해 건강검진 자료에 따르면 수진자 1317만명 중 514만명(39%)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전년 대비 과체중 인구 증가율은 2019년(0.11%포인트)의 6배인 0.66%포인트로 상승했다.
임준용 365mc병원장은 “‘집콕’ 생활과 ‘배달’ 음식 증가로 지난해 지방흡입 수술 건수는 2019년 대비 11% 늘었다”며 “고열량 인스턴트식품 주문을 자제하고 홈트레이닝으로 규칙적인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흡연과 음주의 증가로 호흡기와 간 건강은 더욱 상했다. 특히 집에서 ‘혼술’은 1회 음주량을 줄일지는 몰라도 음주 빈도를 점진적으로 늘려 간도 망치고 알코올의존성이 심화되며 고립감이 깊어지게 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재택근무 및 온라인교육 등으로 실내생활 시간이 증가하면서 실내 알레르기유발물질과 접촉할 빈도가 늘어나면서 알레르기천식, 아토피질환, 알레르기비염 등 이른바 알레르기 3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민 7명 중 1명은 알레르기비염 환자로 매년 증가세다. 가장 직접적이고 대표적인 원인은 집먼지진드기다. 침구 한 채당 평균 20~70만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구류 중에서 베개에 가장 많이 존재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주로 사람의 피부각질, 먼지, 곰팡이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이들을 최대한 없애 줘야 한다. 침구류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55도 이상의 고온에서 세탁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불가능하다면 세탁이 쉬운 소재의 침구로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집먼지진드기가 좋아하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해야 한다. 바람직한 실내 온도는 18~20도, 습도는 50% 이하다.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좋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연항균력이 있는 구리·그래핀·탄소 등의 소재를 사용한 침구류를 사용하거나, 집먼지진드기가 싫어하는 계피와 피톤치드를 집 안에 두는 것도 방법”이라며 “매일 30분씩 환기해 집안 공기 중에 부유하는 집먼지진드기가 실외로 배출되게 하고, 침구류를 털어줘 충격으로 인해 떨어져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컴퓨터,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욱 늘었다. 이로 인해 목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 목·허리·어깨 등의 근육통·근막동통증후군을 특징으로 하는 VDT증후군, 손목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한 손가락·손목·손바닥·팔·어깨 등이 저린 수근관증후군이 늘었다.
모니터를 장시간 보면서 생기는 근시나 난시의 악화는 말할 것도 없다.
통계에 따르면 평균 시간 당 20 차례 이상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세균과 접할 확률도 높아진다. 2017년 미국 고교생들의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평균 1만7000여종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코로나19는 공기 중에서 약 3시간, 물체 표면에서는 며칠간 전염력을 유지한다. 따라서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이고 알코올 70%이상 함유 물휴지 또는 따스한 비눗물을 묻힌 부드러운 천으로 휴대폰을 주기적으로 세척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로 코로나19가 직접 죽지는 않지만 세균을 표면에서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심각한 타격은 우울감 같은 마음 건강의 약화다. 이소희·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박혜윤·박완범 서울대병원, 이해우 서울의료원, 이정재 단국대병원, 김정란 충남대병원 연구팀(감염내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유행 당시 생존자 148명 중 63명의 정신건강을 분석한 결과 42.9%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27.0%는 우울증이 있었다. 54%는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
또 22.2%는 중등도 이상의 자살사고를, 28%는 불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들은 감염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을 높게 인지할수록, 감염 당시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위험도가 높아졌다.
박완범 교수는 “메르스와 코로나19는 이환율과 치사율, 정부와 사회의 대처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감염증의 심각도보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감염증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지하는지가 정신건강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증은 약제를 사용하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얻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빠르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크게 감소한 질병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감기와 독감이 크게 줄어 일선 의원과 약국은 울상이다. 이곳에서 체감하기로 최소 20%, 많게는 40%까지 환자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활성화,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이 확산된 덕분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폐렴으로 인한 입원 환자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100만명당 1,872.59명으로 2016~2019년간 4년 평균(3,965.29명)의 47%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유행 전보다 53% 정도 감소했다.
COPD 입원 환자도 40% 이상 줄었다. 4년 평균 100만명당 435.11명이던 COPD 입원 환자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251.70명으로 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천식 입원 환자는 52%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천식으로 입원한 환자는 100만명당 168.13명으로 4년 평균인 353.16명의 48%였다. 같은 알레르기질환이라도 비염과 아토피는 늘어난 반면 천식은 감소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COPD와 천식을 악화시키는 가장 흔한 유발 인자인 호흡기 감염이 감소하면서 입원 환자도 줄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