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COVID-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단체 해외여행이 허용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와 함께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9일 밝혔다.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Travel bubble) 제도는 입국 목적에 관계없이 특정 국가와의 입국 금지와 자가격리 조치를 완화해 더 자유롭게 여행과 교류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눗방울(bubble) 안에 들어 앉은 것처럼 외부 위험요소는 차단한 채 안전권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중대본에 따르면, 트래블 버블 제도를 적용받는 여행객은 출발 전 14일간 우리나라 또는 상대국가에 머무른 후 직항편을 이용해 입국해야 한다.
도착 후에는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출하고 코로나19 확진을 위한 유전자증폭(PCR)검사를 받고 검사에서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되면 격리가 면제된다.현재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와 뉴질랜드, 대만과 팔라우 등에서 시행했거나 시행을 추진 중에 있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부는 국내 예방접종과 방역상황을 고려해 국제교류를 단계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여행안전권역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싱가포르와 여행안전권역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에서도 제도에 대해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대본은 제도 시행초기에는 철저한 방역관리를 위해 예방접종자로 구성된 단체관광객만 여행안전권역 제도를 적용하고 운항편 수 및 입국 규모도 상대국과의 합의를 통해 일정규모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 4월 19일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행 중이다. 이 때문에 올초만 해도 2만6000명 수준이던 뉴질랜드 입출국 여행객 숫자가 5월에는 19만명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는 오는 7월부터 백신접종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27개 회원국에만 통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여건을 봐 제3국의 백신접종자에게도 허용될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가 허가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에 국한된다.
벌써부터 국내 홈쇼핑에는 유럽 패키지 상품이 팔려 1시간 방송에 무려 5만2000명이 예약하고 200억원이 넘는 결제액을 올렸다.
대표적인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주식은 이 덕분에 작년 상반기 바닥을 칠 때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2000년 500만을 돌파한 우리나라 해외여행객은 2005년 1000만명, 2016년 2000만명을 넘었고 코로나18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에는 남한 인구의 절반이 넘는 2871만명을 찍었다. 그러다 작년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 출국자 수가 85% 급감해 427만명으로 주저앉았다. 트래블버블을 시작으로 그동안 못 간 여행을 가보려는 심리가 폭발하는 보복여행(Revenge travel)이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행사는 방역전담 관리사를 지정
트래블 버블은 접종 완료자로 구성된 단체여행부터 적용된다. 가족·소규모 인원 등 개별 여행은 방역 관리가 어려운 반면 여행사를 통해 통제 및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는 방역전담 관리사를 지정해 방역수칙을 교육·준수토록 하고 체온 측정·증상 발생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한다. 방역전담 관리사는 우선 접종대상에 포함시켜 접종을 받은 뒤 7월부터 단체관광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여행사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 관광상품 승인이 취소되고, 향후 승인신청을 제한하는 등 제재가 부과된다.
트래블 버블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 예방접종증명서를 지참해야한다. 여행 출발 3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용 가능한 공항은 인천공항과 상대국의 특정 공항으로 제한하고, 향후 양국 간 협의에 따라 다른 공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행객은 한국 및 상대국 국적사의 직항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다.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는 미취학 아동은 여행을 갈 수 없다.
여행 외의 다른 동선으로 이동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방역당국의 원칙이다. 단체여행으로 입국해 여행 일정 외 별도 시간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 가족·지인을 만나는 것은 불가하다.
현재 국가별로 여행이 가능한 백신 종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윤 반장은 “어떤 백신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실무적으로 논의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모더나·얀센 등을 접종 중이거나 접종할 예정인 반면 싱가포르는 화이자·모더나를 접종 중이다. 시노팜·스푸트니크V 등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의 국내 여행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도 국가간 협의가 필요하다.
2030세대 접종률 끌어올릴까
정부는 우선 싱가포르와 세부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트래블 버블이 적용되는 국가는 추후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태국·괌·사이판 등과 트래블 버블 추진 의사를 타진해왔다. 윤 반장은 “우리와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들을 아주 제한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트래블 버블 검토는 향후 방역 상황이 나아졌을 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며 국가간 교류 회복을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방역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해외이동이 통제되며 시민 불편과 항공·여행업계 어려움이 쌓여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트래블 버블은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중·장년층, 청년층 접종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접종을 받으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젊은층의 접종 수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래블 버블 적용 대상이 접종 완료자(2차 접종 후 2주 경과)로 제한됐기 때문에 당분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젊은층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AZ 접종자는 3월 말, 화이자 접종자는 5월 말에는 1차 접종을 받은 경우에 7월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미국령인 괌은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이자나 모더나, 얀센 백신을 맞아야만 괌 여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같은 미국이라도 화와이는 백신을 맞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도니다.
트레블버블 국가가 아니더라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제출하면 현지서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음성 확인서는 출국 72시간 이내에 PCR 검사를 받아서 발급받으면 된다. 필요할 경우 건강상태 진단서를 추가로 갖춰야 한다. 자가격리는 면제받지만 능동감시(수시로 현지 보건당국의 전화나 문자메시지 체크에 응답)를 받아야 한다.
여행 후 국내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면제받으려면 반드시 국내서 2회 접종하고 2주가 지난 뒤 출국해야 한다. 아직 해외에서 맞고 입국하는 경우에는 자가격리가 면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