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내시경 검사 중 위 점막을 100배까지 확대 관찰해 헬리코박터 감염 상태와 위암 발생의 고위험 병변에 속하는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준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헬리코박터 위염 및 위 전암성 병변 진단을 위한 일반 내시경과 확대-협대역 내시경의 비교 연구결과를 7일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편모를 가지고 위 점막 표면에 부착해 서식하는 나선형 모양 세균으로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구강을 통해 감염되며 한국인에서 절반 가까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성인기에 발생하는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의 주요 원인에 속하며 장기간 염증 물질인 싸이토카인 생성에도 관여해 상당수의 감염자에게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을 유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위암 발생과 관련된 감염성 세균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위의 만성 염증인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의 유병률은 40%, 12%이상이며 이를 진단 받은 경우에는 위암 발생 위험이 약 10배 증가하여 위암의 전구 병변으로 알려져 있다.
확대 내시경을 활용하면 위 점막을 80~100배로 고배율로 관찰하게 되며 협대역 이미지(narrow-band imaging) 내시경은 자연광 중에서 일부 파장만 광학 처리하는 특수 필터가 장착돼 있어 위 점막 표면과 미세 혈관 구조를 보다 상세하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확대-협대역 내시경을 활용하여 헬리코박터 감염 진단율을 분석한 결과 그 정확도가 96.1%였다. 중등도 이상의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진단에서도 민감도가 95%이상으로 보고됐다.
확대내시경 소견은 위암 위험도에 따라 정상적인 위 체부의 집합 세정맥 관찰이 소실된 경우에 3가지의 비정상적인 형태로 분류했다. 1형은 헬리코박터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부종으로 위샘 구멍이 확장된 경우, 2형은 확장된 위샘 구멍이 근처 영역과 융합하여 선형으로 과다하게 변형된 경우 3형은 지속적인 염증으로 인해 점막 표면이 대부분 파괴돼 코일 모양의 혈관까지 불규칙적으로 노출된 상태를 말한다.
특히 2,3형의 경우 1형과 비교해 중등도 이상의 위축성 위염은 8.7배, 혈청 펩시노겐 비율 3이하의 위산 분비 저하 상태는 5.7배로 높았다. 이처럼 내시경 소견으로도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등을 진단할 수 있어 위암 발생 위험도의 실시간 평가가 앞으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준형 교수는 “국가암진단 사업으로 위 내시경 검사가 만 40세 이상 성인에서 2년마다 시행되면서 암 사망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 조기 위암이나 선종을 진단받아 내시경 절제술을 받는 경우에도 90% 이상에서 위 절제술 없이 완치되고 있다”며 “헬리코박터 감염과 관련된 위축성 위염 및 장상피화생 환자에서는 위암 발생율이 높기 때문에 2년보다 짧은 간격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조기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확대-협대역 내시경과 같은 첨단 영상 기술을 잘 활용해 위 전암 병변을 정확히 진단해야 위암 고위험군을 올바르게 선별하고 환자에게 향후 검사 주기를 정확히 제시할 수 있어 검사실에서 내시경 의사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SCI 논문인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2021년 5월호에 ‘헬리코박터 위염 및 위 전암성 병변 진단을 위한 일반 내시경과 확대-협대역 내시경의 비교 연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