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기의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에디 반 헤일런이 후두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그를 아끼던 전 세계 팬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알콜과 약물 남용으로 한 때 재활시설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여겨진 탓이다.
에디 반 헤일런을 죽음으로 몰아간 후두암은 악성암에 비하면 치료 결과가 좋은 편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80~90%까지 이르며 약 70%가 5년 생존율을 보일 정도로 예후도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두암의 의심 증상, 예컨대 쉰 목소리와 잦은 기침 등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가들은 후두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정도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늦게 발견해 후두 제거가 필요할 경우 목소리를 상실할 수 있고 완치율도 40% 이하로 급감하기 때문에 발병률이 높은 흡연자와 음주를 즐기는 정기적으로 후두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암 환자 100명 중 한 명…흡연·음주 발병 위험인자로 손꼽혀
후두암은 두경부(머리와 목)에서 중요 기관 중 하나인 후두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암 발생률의 약 1%를 차지한다. 암 환자 100명 중 한 명은 후두암 환자인 셈이다. 후두는 목의 식도와 기도의 입구 부위에 위치하고 있는 중요한 기관이다. 후두암은 두경부에서 빈발하는 암으로 전체 두경부암 환자의 약 3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후두는 일종의 파이프 같은 구조를 갖고 있는데 내부의 벽은 호흡상피 조직이 둘러싸고 있다. 이 호흡상피에서의 발암 과정을 통하여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이 후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후두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두경부암은 호흡이나 음식 섭취와 관련된 상부 기도소화관 내부를 싸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 이 부위에 가해지는 담배·심한 음주·여러 공해 물질의 자극·바이러스 감염·외부 자극 등의 원인에 의해 상피세포가 변성 과정을 거쳐 암세포로 변하게 되는데 이들이 증식하면 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후두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흡연·음주·영양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각화증·경피증·백반증 등의 질병도 악성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흡연이 가장 확실한 후두암의 발병 위험인자로 손꼽히고 있다. 후두암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의 경험이 있거나 흡연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후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40대에서 60대의 중장년층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후두암 발생률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음주도 후두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위험인자다. 특히 심한 음주를 하는 경우 비음주자에 비해 후두암 발생 위험이 몇 배 높고 특히 음주와 흡연을 동반하는 경우 흡연만 하는 경우보다 암의 발생에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영양부족과 비타민 부족도 후두암을 발생시키는데 기여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직업적 요인으로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 또는 알루미늄 생산, 고무 산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후두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 여러 발암, 항암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동등한 환경에서 후두암발생의 빈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쉰 목소리·이물감·호흡 곤란 증상 지속되면 즉시 검진 받아야
후두암의 대표적 증상은 쉰 목소리다. 이는 대부분의 후두암이 성대에 발생하는 탓에 발성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서 음성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후두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호흡 곤란, 천명(쌕쌕거림)이 나타난다. 따라서 2주 이상 쉰 목소리가 지속되거나 목 부위에 임파선이 만져지면 후두암의 증상일 수 있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 기침·각혈·체중 감소·구취·목에 혹이 만져질 때 후두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후두암의 진단은 기본적인 병력청취에서부터 시작된다. 병력청취를 통하여 위험인자 여부와 증상에 대한 상황을 파악한다. 이후 강직형 내시경 또는 굴곡형 내시경을 이용해 후두를 관찰한다. 후두의 혹이 암으로 의심되는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종양이 후두 내에 퍼져 있는 정도와 목의 림프절로 전이된 정도 파악을 위해 목에 대한 경부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시행하고 후두암의 진행에 따른 폐·뼈·간 등 신체 내 다른 부위로의 원격전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골스캔·복부초음파검사·식도조영검사 등도 시행한다.
최근에는 원격 전이 여부를 포함한 후두암의 범위를 보다 정교하게 검사하는 것이 가능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 검사법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검사법은 기존의 전이검사에 비해 예민해서 잠복병변을 더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고 한 번의 검사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두암의 치료는 다른 암과 동일하게 외과적 절제술·방사선 치료·항암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암의 크기와 위치, 전이 여부에 따라서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후두는 말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후두암 치료 후엔 어느 정도 발성의 장애가 발생한다.
암을 포함한 주위 조직을 가능한 광범위하게 치료하면 암의 재발 가능성은 낮아지는 반면 발성의 장애는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치료 범위의 결정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후두에 인접해 있는 하인두라는 기관에까지 암이 퍼지면 치료 후 음식물 섭취에 어려움 발생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탓에 더욱 신중하게 치료 범위를 결정한다.
또한 진행된 암에 대해서는 재발률을 낮추기 위하여 수술, 방사선 및 항암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하기도 한다. 병증이 심할 경우 수술 시 발성을 위한 조치를 진행하거나 후두 전적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금연·금주 실천하고 정기검진 통한 예방 노력 중요
모든 질병은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이는 후두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후두암은 발병 위험인자가 어느 정도 분명해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악성 종양은 치명적인 심각한 질환인 만큼 그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후두암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연이다. 비흡연자의 발병률이 전체 후두암의 5% 이하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러한 전제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흡연자의 경우도 금연한 지 6년이 지나면 후두암 발병률이 크게 떨어지고 1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비슷해진다는 보고가 있다.
음주, 특히 흡연과 같이 하는 심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그 자체로도 후두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음주를 할 때 주량을 줄이도록 하고 채소와 과일, 곡물 등을 자주 많이 섭취하고 비타민 A·C·E 등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도 후두암 예방을 위해 좋은 방법이다.
이와 함께 조기진단을 시행하는 것도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후두암의 경우 조기 발견은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성대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만큼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신속하게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