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건강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고 한다. 그만큼 건강한 치아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중요한 치아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85∼90% 정도는 평생 한 번쯤은 충치 또는 치주질환으로 고생을 한다.
그러나 충치와 잇몸 질환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치과 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이들 잘못된 상식인 진실인 것처럼 호도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치아의 건강을 잃어버리는 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치과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 등을 통해 치아가 아파도 통증을 그냥 견디다가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돼서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치아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바로 발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건강한 치아 관리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고 치통 또는 잇몸이 붓는 등 이상이 발생하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치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해 치아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잘못된 치과 상식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가족 모두가 충치가 잘 생기는 것은 유전 때문이다?
충치 그 자체는 유전이 아니다. 가족 모두 충치가 없거나 반대로 가족 모두 충치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전적인 이유보다 가족의 생활 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구강위생관리를 잘 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가 칫솔질을 잘하고 가족들 모두 단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충치가 잘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충치에도 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치아를 감싸 충치를 막는 법랑질의 강도가 유전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인데 해외 연구에 따르면 충치의 약 60%가 유전과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치아의 고랑이 선천적으로 깊은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음식물이 더 잘 끼기 때문에 이가 잘 썩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선천적으로 튼튼한 치아가 있어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길 수 있다.
금니를 씌워도 다시 충치가 생길 수 있다?
흔히 ‘금니’로 표현되는 크라운과 브릿지 등의 치아 보철물은 충치로 인한 치아 손상을 복원해주는 대표적인 시술법이다. 이들 보철물은 시술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리도 중요하다. 보철물 관리에 소홀하면 2차 충치나 잇몸손상·잇몸염증·잇몸 뼈 소실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과 브릿지 모두 평균 수명은 8~10년 정도다. 이 이상 쓰게 되면 충전 재료를 부착할 때 사용했던 접착제가 서서히 녹아 헐거워지면서 그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 등이 들어가 2차 충치를 유발한다. 보철물을 씌우기 위해 이미 상당 부분 갈아냈던 치아가 또 썩으면 썩은 부위가 치아뿌리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쉽다.
또한 치료한 부분과 치료하지 않은 부분의 경계부에서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치료하지 않은 부분에서 언제라도 새로운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뽑은 후 그 자리를 방치하면 안된다?
이를 발치하고 치아가 상실된 후 장기간 그 자리를 방치해두면 양 옆의 치아가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쓰러지고 치열이 나빠지게 된다. 치열이 나빠지면 치아 물림이 변해 음식을 씹는 기능이 떨어지고 음식 찌꺼기기가 치아 사이에 자주 끼거나 치아우식증과 치주병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발치 후 약 35∽40일 정도 지나면 그 자리의 치조골 조직이 보철치료를 하기에 충분한 치유가 이뤄지는 만큼 최소한 발치 후 3개월을 넘기지 말고 인공대치물에 의한 수복처치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케일링을 하면 이가 깎여나가 시리고 틈새가 벌어진다?
스케일링은 초음파 스케일러로 치아에 붙어있는 세균 덩어리인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다. 건강한 치아는 단단해 스케일러의 진동으로 깎여나가지 않으며 만약 치아가 스케일링으로 깎여나간다면 충치에 의해 치아가 연화된 상태이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스케일링을 해서 치아면을 감싸고 있는 치석이 제거되면 치아면이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이가 시리고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며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부어있던 잇몸이 가라앉으면서 치근이 노출돼 나타난다. 치아 사이가 벌어진 것 같은 느낌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런 증상들은 일시적이다. 이런 불편감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치석 제거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주염이 많이 진행될 수 있다. 스케일링은 잇몸 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의 첫 단계로 잇몸 질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유치는 영구치로 대체되므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
유치는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보존하고 영구치가 제자리로 올라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씹는 활동(저작)을 통해 턱뼈와 주변 근육의 성장 발달을 촉진하는 만큼 영구치 교환 시기까지 유치를 보존해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만약 심한 우식증(충치)이나 외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유치를 일찍 발치한 경우 그 공간을 유지시키기 위한 공간 유지 장치가 필요하다. 영구치열이 완성될 때까지 주기적인 검진과 관리가 필요하다.
칫솔질은 세 끼 식사 후에만 하면 된다?
음식물은 섭취 후 우리 몸의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구강 내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는 구강 내 세균 수가 증가한다. 이것들이 글루칸이라는 끈적한 물질에 의해 치아에 달라붙어 충치와 잇몸 염증을 일으킨다.
칫솔질은 이렇게 치아에 달라붙은 치태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 끼 식사 이후 뿐 아니라 음식물을 섭취한 이후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하는 것이 좋다.
잇몸질환은 잇몸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잇몸에 발생하는 염증은 잇몸에 있는 세균의 덩어리인 치태와 치석이 주된 원인이다. 잇몸 질환의 원인이 되는 치면세균과 치석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데 먹는 약만으로는 어렵다. 스케일링과 올바른 칫솔질로 치면세균과 치석을 제거하는 것만이 잇몸 질환을 치료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일부 잇몸 약에는 비타민과 소염제 성분이 함유돼있어 복용 후 일시적으로 붓고 피나는 증상이 개선되고 염증이 가라앉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잇몸 약은 항생제가 아니어서 세균을 죽이는 작용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잇몸약의 소염작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거나 소실되면 병원을 찾지 않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잇몸 약 복용 후에도 증상이 낫지 않아 치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 발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잇몸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 초기에 즉 경증으로 치료가 가능할 때 치과를 찾아 스케일링과 잇몸치료 등을 받아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잇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임신 중에는 치과 진료를 받으면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신 중에는 치과진료를 받으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임신 초기에는 유산의 위험성, 후기에는 조산의 위험성으로 인해 응급 치료를 제외하고는 치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줄어드는 중기(3∽6개월)에는 대부분의 치과 치료가 가능하다.
임신 중에는 입덧에 의해 칫솔질 횟수가 감소하고 호르몬 변화로 치은염과 치주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충치에 의해 생기는 염증이나 치은에 생기는 염증을 방치하면 스트레스와 음식 섭취 곤란은 물론 이차적으로 더 큰 염증을 초래할 수 있고 이것이 태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치과적인 문제가 발생한 임신부의 경우라면 비교적 안정된 시기인 임신 중기에 치과치료를 받아 안전하고 건강한 임신기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과치료나 국소 마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치과치료 공포로 인한 스트레스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가 아프면 통증을 가라앉힌 후 치과에 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가 아파도 통증이 가라앉은 후에 치과를 가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플 때 병원에 가야 적절한 치료와 함께 치통을 줄일 수 있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치료 후 재발 가능성만 높아진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 상 당장 치과에 내원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따뜻한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고 치실과 치간칫솔 등을 이용해 쌓여 있는 플라그 등을 제거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치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