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이 기대되던 여러 유망 신약후보물질 승인을 앞두고 퇴짜를 놓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쓸려 현안 처리를 위해 심사가 연장되는 게 불가피했지만 올해에는 추가자료를 요청하거나, 자문위를 소집해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정해진 심사 결정 시한을 연기하거나, 안전성 검토를 강화하는 등 다수의 제약사가 ‘FDA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선 화이자와 릴리가 개발한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 NGF) 항체인 타네주맙(Tanezumab)에 대해 FDA는 24~25일로 예정된 외부 전문가회의를 앞두고 작성한 위기관리 문건을 통해 급속진행성관절염(rapidly progressing osteoarthritis, RPOA)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타네주맙은 기존 진통제로 효과가 없거나 부적절한 경우에 쓸 수 있는 중등도 또는 중증 골관절염 치료제로 신약허가승인을 신청했다. 하루 2.5mg 용량을 설정했으며 고용량인 5mg은 안전성 문제로 실패했다.
3상 임상에서 이 약은 비스테로이로성 진통소염제(NSAID)와 비교해 1차 평가지표 3가지 중 2가지인 통증과 신체 기능 개선을 충족한 반면 골관절염(OA) 평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안전성 평가는 위약보다 나빴다.
FDA는 이 문건에서 “임상 연구의 위험평가 및 완화전략(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에도 불구하고 RPOA를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관절전치환술(total joint replacements, TJR)이 필요할 정도로 RPOA 발생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환자의 15%는 RPOA1(1단계) 이후, 60%는 RPOA2(2단계) 이후 TJR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가 RPOA 발생 후 약물을 중단해도 관절 손상의 심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것 같지 않으며, 의료 영상 촬영과 판독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요구되지만 실제로 실행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약의 다른 맹점은 약물이 주로 경증의 단일 신경손상을 특징으로 하는 비정상적인 말초감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것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 약물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효능은 ‘적당한’(중등도) 수준으로 보이며, 훨씬 오래되고 저렴한 NSAID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약의 개발에는 15년이 소요됐다. FDA는 이 문건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24일 열리는 FDA 자문위원회에서 위원들의 통찰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피브로겐이 개발한 ‘록사두스타트’(Roxadustat)는 지난해 12월 18일 FDA가 승인 검토 기간을 2020년 12월 20일에서 2021년 3월 20일로 3개월 연장했다. 그런데 지난 1일 FDA는 자문위를 열어 승인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발표했다. PDUFA 시한인 3월 20일이 다가오자 급작스럽게 이런 발표를 하면서 당사자는 물론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록사두스타타는 저산소유도인자 프롤린수산화효소(Hypoxia-Inducible Factor Prolyl Hydroxylase, HIF-PH) 저해제 계열 만성신장질환(CKD) 환자 대상 빈혈 치료제다. 투석의존성 및 비 투석의존성에 모두 허가받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아케비아(Akebia)의 바다두스타트(vadadustat) 및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다프로두스타트(daprodustat)를 포함, 총 3개의 HIF-PH 저해제가 개발 중이다. 이들 3개 성분은 모두 일본에서 이미 승인을 받았고, 록사두스타트는 중국에서도 허가받았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타(GllobalData)는 자문위 개최 결정이 FDA 승인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자문위가 현재의 표준치료인 적혈구생성자극제(ESA) 주사제에 비해 록사두스타트의 잠재적 안전성이 더 높다는 것을 지지해 승인 전망이 밝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당락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록사두스타트는 기전상 심혈관사건 위험 증가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의 BCMA 표적 CAR-T세포 면역치료제인 ‘이데셀’(ide-cel,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idecabtagene vicleucel, 코드명 bb2121)은 2020년 3월에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성인 치료제로 바이오의약품허가신청(BLA)를 제출했다가 화학·제조·품질관리(CMC) 모듈에서 미흡한 게 발견돼 같은 해 7월로 다시 BLA를 냈다. 처방약생산사수수료부담법(PDUFA) 정한 시판허가 결정 운명의 날은 오는 27일이다. 이 회사의 거대B세포림프종 CAR-T 치료제인 리소셀(Liso-cel, 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 lisocabtagene maraleucel, 코드명 JCAR017)이 작년 11월 코로나19로 공장 실사가 미뤄지면서 지난 2월 5일에야 가까스로 허가를 받은 전례를 감안하면 또 어떤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지 BMS는 숨을 조리고 있다.
이데셀은 다발성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Karmma 임상에서 128명의 환자 중 82%가 치료반응을 보였고, 31%가 완전반응에 도달했다. 다발성골수종이 치료 후 재발됐거나 첫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대상이다. 3차례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는 환자도 다수 포함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백금착제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중이거나 후에 dMMR(mismatch repair deficient)을 보이는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과 고형암에서 도스탈리맙(dostarlimab)의 FDA 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시설 실사가 지연되면서 검토기간이 미뤄졌다.
올해 허가만 난다면 2026년에 연 매출 48억달러를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젠 및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Aducanumab)도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FDA는 오는 3월 7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월 4일 3개월 더 연장해 오는 6월 7일을 승인 결정 마감일로 정했다. FD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아카디아파마슈티컬스(Acadia Pharmaceuticals)의 치매 관련 정신질환(dementia-related psychosis, DRP) 신약후보인 ‘뉴플라지드’(Nuplazid, 성분명 피마반세린 Pimavanserin)은 오는 4월 3일 승인 결정을 앞두고 지난 3일 느닷없이 FDA로부터 “신약 라벨링과 시판 후 요구사항 및 약정에 대한 논의를 방해하는 명백한 결함을 확인했다”는 서한을 받았다.
뉴플라지드는 2016년 파킨슨병 관련 환각과 망상(hallucinations and delusions associated with Parkinson's disease) 적응증을 획득했다. 아카디아는 1건의 HARMONY 중추적인 임상시험과 2상 시험으로 DRP에서 뉴플라지드가 충분히 효과를 보였다고 자신했으나 찬물이 끼얹혀지는 상황에 처했다. FDA가 새로운 임상시험을 요구할지, 아니면 별 문제 없이 승인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FDA는 JAK 억제제 계열의 고용량에서 나타난 ‘심혈관계 부작용’에도 관리 강화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애브비의 JAK 억제제인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은 건선성 관절염의 적응증을 추가 승인 받는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FDA는 안전성 리뷰에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 기간을 3개월 연장키로 했다고 지난 17일 애브비가 밝혔다.
게다가 FDA는 린버크가 보여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에 대해서도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애브비는 해당 자료를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