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폐암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생체에서 검출되고 저농도라도 노출되면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은영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부 박사 연구팀은 환자-코호트 연구를 통해 폐암 환자의 혈청 샘플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농도를 분석하고 규명한 내용을 18일 밝혔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체내 축적되어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면역체계를 손상한다. 인체와 생태계에 대한 독성·잔류성· 생체 농축을 특징으로 하는데 대표적으로 다이옥신·PCBs 등이 포함된다.
최근 국외연구에서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전립선암·유방암·간암·비호지킨 림프종·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의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왕성한 1970년대에 수집된 혈청 샘플을 사용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생산과 사용이 금지된 지 수십 년이 경과한 최근의 환경적 노출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박은영 박사팀은 국립암센터 지역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2000년 이후에 수집된 암 진단 전 혈청 샘플을 사용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환자-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118명의 폐암 환자와 252명의 대조군을 대상으로 혈청에서 19개 유기염소계 농약과 32개 폴리염화바이페닐 (polychlorinated biphenyl, 이하 PCB)의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상당수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간의 연관성을 확인했는데 유기염소계 농약인 클로르단(chlordane)과 절연체에서 사용되는 PCBs의 혈청농도의 연관성이 특히 높았다. 클로르단의 체내 대사체인 트랜스노나클로르의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위험이 2.2배 높아졌으며 PCBs는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1.4배에서 3.3배 높아졌다.
또한 연구팀은 저농도 노출도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혈청 샘플의 트랜스노나클로르 농도 중앙값은 7.3 ng/g lipid이었다. 미국 일반 인구집단의 값이 17.3 ng/g lipid이다. 우리나라 일반인구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할 때 이번 연구대상 코호트는 일반인구집단보다 노출이 훨씬 적어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간의 연관성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은영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사용 금지된 지 20~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생체에 잔류해 검출됐으며 저농도 노출이라도 폐암 발생위험 등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현재 세대의 현안일 뿐 아니라 생태계 잔류성으로 인해 미래 세대의 심각한 보건환경 이슈로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저감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