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인수자로 CVC캐피털 지목 … 지난해 영업이익 5억달러 … MSD, 화이자도 여성건강 푸대접
애브비가 2023년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휴미라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가 바이오시밀러 경쟁업체에 빼앗길 것을 고려해 2019년 630억달러에 인수한 엘러간의 여성건강 약품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로이터는 애브비가 엘러간이 합병 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여성건강 약품군 매각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들 약품은 연간 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애브비는 그 10배인 50억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사모펀드이자 제약사 인수 경험이 있는 CVC캐피털파트너스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VC는 2017년 9월 테바 여성건강 의약품 자회사인 테라멕스(Theramex)를 13억8000만달러에 사들였다. 테바는 당시 부채 감축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고 당초 예상된 10억달러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엘러간은 투자자들의 압박에 못이겨 여성건강과 함께 전염병 부문 포트폴리오 매각을 2018년 5월에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엘러간은 애브비가 인수를 위해 2019년 8월 접근해오기 몇 주 전에 매각 계획을 갑자기 포기했다.
엘러간은 저용량 에스트로겐 함유 피임약인 ‘로로에스틴’(Lo Loestrin) 등 여성건강 의약품을 보톡스 등 미용의료 약물, 중추신경계, 안과, 위장관 분야 의약품 등 주력사업의 주변 요소처럼 여겨왔다.
여성건강은 유행병 기간 동안 바이오파마 회사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치료 분야 중 하나였다. 2020년 애브비의 이 분야 매출은 운영 기준으로 13.3% 감소한 6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2019년에는 전년 대비 13.8% 성장해 8억9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브비는 엘러간과 합병 이전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오릴리사’(Orilissa 성분명 엘라골릭스 Elagolix)를 갖고 있었다. 작년 5월 29일에 이 성분은 다른 브랜드인 ‘오리안캡슐’(Oriahnn)으로 ‘생리 전 여성의 심한 자궁섬유증(uterine fibroids, 자궁근종) 동반 출혈’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의 2020년 판매액은 1억2500만달러로 1년 동안 34.6% 증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약은 현재 진행 중인 여성건강 의약품 매각 과정에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의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궁내막염과 자궁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오래된 애브비의 호르몬 치료제로는 ‘루프론’(Lupron, 성분명 류프롤레린 Leuprorelin)도 있다. 애브비는 재무보고서 내 여성건강 포트폴리오에 이 약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엘러간 인수와 별도로 애브비는 면역학과 혈액암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기존 프랜차이즈는 휴미라가 주도하고 있다. 그 후속 제품으로는 건선 치료제인 ‘스카이리치프리필드시린지주’(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 Risankizumab-rzaa)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 등이 주목받고 있다. 혈액암에서 BTK 억제제인 ‘임브루비카캡슐’(Imbruvica, 이브루티닙 Ibrutinib)과 Bcl-2 억제제 로슈의 ‘벤클렉스타정’(Venclexta, 성분명 베네토클락스 venetoclax)은 모두 2020년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전자는 얀센, 후자는 로슈와 공동 판권을 갖고 있어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진다.
여성건강 약물은 주기적으로 제약사의 처분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머크(MSD)는 지난달 여성건강 및 바이오시밀러 65억달러 규모 사업을 새로운 회사로 포장해 오르가논으로 분사하는 과정을 본격화했다. 화이자도 2018년에 여성건강 분야를 20억달러에 매각하는 작업을 저울질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