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암’의 대표 격인 전립선암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남성 암 발생순위에서 위암·폐암·대장암에 이어 4위를 기록했으며 지난 10년간 발생추이로는 유방암·췌장암과 더불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립선은 전립샘이라고도 하며 방광 바로 밑, 직장 바로 앞에 있는 밤톨만 한 크기의 남성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전립선의 정상적인 정액 분비 세포가 암세포로 돌연변이를 해 종양이 되면 전립선암이라고 한다.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빈뇨·잔뇨감·야간뇨·소변 장애(요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전이 될 가능성이 있어 악성 종양으로 간주되며 주로 뼈, 림프절로 전이되고 정낭, 직장 등 가까운 장기를 침범할 수도 있으며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
이처럼 전이 가능성이 높은 암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립선암이 진행이 느린 ‘자비로운 암’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로 특정 성분의 섭취를 통해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여겨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셀레늄과 비타민E, 필수 미네랄인 아연 등 영양 물질의 효과를 맹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셀레늄과 비타민E, 아연 등이 전립선암 예방과 보조적 치료에 미치는 효과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셀레늄과 비타민E의 전립선암 예방효과, 확실한 검증 없어
셀레늄과 비타민 E(토코페롤), 아연 등은 전립선암의 예방 혹은 전립선암 환자들이 보조적 치료를 위해 흔히 복용하는 영양 물질들이다. 전립선암에 대한 다양한 영양물질의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으며 몇몇 연구논문들을 통해 이들 영양물질들이 전립선암의 예방 및 보조적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셀레늄은 미세 영양소로 해산물과 육류, 곡식 등에 함유되어 있다. 특히 토양에 분포하고 있어 셀레늄이 많은 토양에서 재배한 채소나 곡식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하루 200mcg의 셀레늄을 복용한 남성에서 전립선암 발병률이 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혈중 셀레늄 농도가 낮은 남성은 농도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의 발생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독소와 수은·납·오존·이산화질소 등 발암물질로부터 인체를 지켜주고 혈관의 탄력을 유지해 생체막에서 지방질(LDL)의 산화를 억제, 세포막을 산화시키지 않으려는 작용을 하는 항산화물질로 알려진 비타민E의 경우 매일 50mg을 복용한 흡연 남성에서 전립선암 발생이 32% 감소했고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 또한 41%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필수 미네랄인 아연의 경우 미국 전립선암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아연이 전립선에 풍부하게 있을 경우 암 또는 양성종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성되려 할 때 일종의 연계반응을 통해 암세포나 비정상세포가 스스로 사멸할 수 있도록 하고 전립선암에서 아연이 세포의 먹이가 되는 ATP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결과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전립선암의 예방 및 보조적 치료를 위해 이들 영양물질을 복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들 영양물질의 효과를 맹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연구결과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전립선암에 대한 셀레늄과 비타민E, 아연의 긍정적인 부분만 조명했을 뿐 부작용 또는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연구결과만을 믿고 전립선암의 예방 또는 보조적 치료를 위해 자의적으로 과다하게 또는 장기간 복용했을 때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전립선암 유무를 떠나 셀레늄의 경우 1일 400mcg 이상 복용을 삼가야 하고 비타민E 또한 1일 400IU 이상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아연의 경우도 1일 권장량인 11mg을 넘어 고용량을 복용할 경우 체내 철분 및 구리 감소·면역기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연의 경우 1일 100mg 이상 고용량 복용 시 오히려 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다한 셀레늄·비타민E 섭취, 오히려 악성 전립선암 초래 연구결과 있어
이처럼 전립선암에 대한 셀레늄과 비타민E, 아연 등의 효과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발표된 각종 연구에서는 이들 영양물질들이 전립선암 예방 또는 보조적 치료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과다 복용할 경우 악성 전립선암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연구팀이 미국 국립암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셀레늄과 비타민 E, 미네랄이 포함된 영양제가 남성의 전립선암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만 5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셀레늄과 비타민 E가 전립선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연구결과 이미 셀레늄과 미네랄 수치가 높은 남성이 셀레늄을 과다 복용할 경우 셀레늄이 체내에서 유독물질로 작용, 악성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이 최대 91%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셀레늄이 부족한 남성이 비타민 E 보충제를 과다 복용한 경우에는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63%, 악성 전립선암 위험은 2배 이상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앨런 크리스탈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박사는 “남성이 셀레늄과 비타민 E를 복용해 얻을 수 있는 점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 보충제를 통한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며 “또한 사람들이 종종 식이보충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일일권장량을 훨씬 초과하는 미세영양소의 섭취는 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셀레늄 섭취가 일부에서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액 내 셀레늄 농도가 높은 것이 일부 남성에서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대상 남성 중 75%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어 진행성전립선암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사람들로 이들의 경우 혈중 셀레늄 농도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의 예후가 좋지 않을 위험이 2배가량 높았다. 반면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나머지 25% 남성은 혈중 셀레늄이 높을 경우 전립선암이 진행할 위험이 4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영양물질보다 다양한 식품 고른 섭취가 도움 돼
이처럼 전립선암에 대한 다양한 영양 물질의 연구는 지속되고 있으나 근거가 부족하고 확증되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전립선암의 예방 또는 보조적 치료를 위해서는 셀레늄과 비타민E, 아연 등 특정 영양물질 고집하며 섭취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의학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전립선암의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식생활 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서구식 식습관, 특히 동물성 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피하고 좌식 생활도 가급적 삼가며 평소 운동 등을 통해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항산화제인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와 녹색 채소·당근·브로콜리·양배추·마늘·자몽·살구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토마토·토마토 소스 등을 1주일에 5∼10회 섭취한 사람들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약 35∼4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 토마토를 많이 섭취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전립선암 발병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 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DHAㆍEPA 성분이 전립선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섭취하는 것도 권장된다.
이와 함께 좌식 생활을 피하고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통해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전립선암 발병을 지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만인 남성은 전립선암에 노출될 위험이 20% 정도 높아지므로 주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