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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 묵직한 유혹, 포트와인의 강국 ‘포르투갈’ 와인
  • 이주현 와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1-03-12 02:57:57
  • 수정 2021-03-14 14: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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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뉴 베르데, 갓 익은 화이트와인의 청신함 … 100년전쟁 와중에 탄생한 주정강화 와인, 특이한 식후주로 이름값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 찬란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은 이제 많이 왜소해졌다.  땅 면적도 작고 경제력으로도 유럽에서는 소국에 속한다. 와인도 인접한 스페인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갈은 여전히 생소하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와인 강소국으로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나 품질이나 개성, 인프라 등에서 대단한 나라다. 이 나라는 청동기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와인을 제조했다. 이처럼 유구한 와인 역사를 지닌 포르투갈은 달콤한 디저트용 와인을 대표적으로 수출한다. 자국 내 와인 소비량은 유럽연합(EU)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더욱이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코르크 마개의 대부분이 포르투갈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면 포르투갈이 와인 종주국 중 하나라 해도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빛나는 도우루 계곡, 그 멋진 생산물

포르투칼의 와인은 대부분 도우루(Douro) 계곡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원료로 한다. 도우루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1756년 세계 최초로 포도 재배 구역을 지정해 통제했다. ‘원산지 통제 명칭(Denominação de Origem Controlada, DOC)’의 시초가 된 지역이다.

도우루 계곡의 토양은 편암으로 이루어져 척박한 편에 속한다. 게다가 바위로 형성된 경사지들은 한 여름에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며 건조해진다. 기계나 차량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에 와인을 담글 때 사람이 일일이 발로 포도를 밟는 전통적인 방식의 작업이 오랫동안 자리잡았다. 
비옥한 토질은 아니지만 배수가 잘 되는 편암질에서 재배한 포도는 섬세한 맛을 낸다. 건조한 바위 언덕에서 역경을 딛고 자란 만큼 더욱 짙은 맛이다.  

포르투갈 와인이 프랑스로 수출할 만큼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데는 독특한 기후 환경도 한몫을 한다. 두 개의 바다 면이 대서양과 지중해를 향해 있어 양쪽 기후를 누리를 한편 맞은 편으로는 유럽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여름에는 매우 뜨겁고, 겨울에는 춥고 건조한 극단적인 기후 특성 덕분에 어느 곳보다도 다양하고 고유의 개성이 넘치는 와인이 생산된다. 

지역적으로 근접해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이 레드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오크통에서 오랫동안 숙성시킨다. 포르투갈의 레드와인은 서양자두, 바닐라, 초콜릿 향이 어우러져 있으며 약간 시큼한, 매우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와인 변질 방지를 위한 신의 한 수, 브랜디 그리고 포트와인  

포르투갈의 대표 와인으로는 포트와인(Port Wine), 마데이라(Madeira), 비뉴베르데(Vinho Verde) 와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주종을 막론하고 수많은 발효주들이 특수한 환경에서 우연히 새로운 카테고리로 태어났는데, 포트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지리적 이점으로 뛰어난 항해 기술을 익힌 포르투갈은 12세기 미뉴(Minho) 지방에서 영국으로 와인을 수출하기 시작한다. 이후 전 세계 와인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이 발발하면서, 17세기에 포르투갈 와인이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백년전쟁에서 패한 영국이 과거 자국 영토였던 보르도(Bordeaux) 지방을 프랑스에게 빼앗기고, 그토록 즐겨 마시던 보르도 와인 수입이 금지되면서 이를 대신할 와인을 찾다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눈을 돌리게 됐다. 영국은 이때부터 포르투갈 와인을 대거 수입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거리 항해 과정에서 와인이 변질되고 만 것.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와이너리를 발견한 영국인들은 와인을 운송해 가는 도중 고온의 환경에서 와인이 부패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낸다. 포르투 항구에서 와인 통을 선적하기 전에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첨가하면 발효나 부패가 멈춘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인 포트와인의 역사의 시작이 됐다.  

포트와인이라는 명칭은 도우루강 지역의 와인이 수출된 항구 이름인 ‘오포르투(Oprto)’에서 유래되었다. 사실 ‘포트(Port)’라고 부르는 것은 영국식 표현이며, 생산지인 포르투갈 관점에서 보면 ‘포르투 와인(Porto Wine)’이 자연스럽다. 포르투는 항구란 뜻이기도 하고, 지명이기도 하며, 국명인 포르투갈의 어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리지널 포르투갈 산 포트와인의 패키지에는 ‘Port’ 대신에 ‘Porto’ 라 표기돼 있다. 포르투갈에서 처음으로 생산됐고, 후에 영국이 더욱 개량했으니 포르투든 포트든 둘 다 들어맞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달콤하고 상냥한 맛, 그러나 만만찮은 도수 … ‘포트와인(Port Wine)’

주정강화 와인이란 알코올 농도를 인위적으로 높인 와인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인 와인의 도수가 12~15% 정도라면, 포트와인은 보통 20~24%다. 

포르투갈의 포트와인은 대부분 달콤한 디저트용 와인으로 많이 나온다. 발효 중에 브랜디를 첨가시키면 효모가 파괴되면서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은 포도당 당분이 그대로 남게 된다. 이는 잔당 9~11%에 해당하는 양이다.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브랜디, 견과류 고유의 향이 그윽하게 나며 단맛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하지만 달콤한 맛 뒤에는 뜨겁게 입 안을 감싸는 타닌, 만만찮은 알코올 도수로 극단의 맛을 동시에 지니는 게 포트와인의 매력이다. 

포트와인은 특정 품종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포도 품종의 블렌딩으로 구성된다. 법적으로 허용된 12가지의 품종들 중 대표적인 4대 품종으로는 투리가 나치오날(Touriga Nacional), 투리가 프란체스카(Touriga Francesca), 틴타 로리츠(Tinta Roriz), 틴타 바로카(Tinta Barroca) 등을 꼽을 수 있다.

포트와인은 색깔에 따라 화이트 포트와 레드 포트로 나뉜다. 화이트 포트는 주로 차게 해서 식전에 마시며, 청량감이 돈다. 그러나 화이트 포트는 최근에 개발된 제품인지라 전통적으로 포트와인 하면 레드 포트를 지칭한다.  

레드 포트는 색깔에 따라 루비(Ruby)와 토니(Tawny)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밝은 적색이 나는 루비는 2~3년간 숙성시켜 달콤하고 신선한 생동감을 낸다. 이에 반해 토니는 숙성기간이 더 길어 진한 황갈색을 띠며, 묵직한 맛을 낸다. 이밖에 특정 연도의 포도만을 가지고 양조하는 최고급 포트인 ‘빈티지 포트(Vintage Port)'가 있다. 수확한 해의 이듬해 1월부터 9월까지 포트와인기구(Instituto do Vinho do Porto, IVP)에 신청해야 빈티지 포트가 되며 그 맛을 보는 게 귀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맛, 강렬하고 자극적인 산도 … ‘마데이라(Madeira)’

포르투갈의 디저트 와인으로 포트와인이 있다면 식전 와인으로는 마데이라(Madeira)가 있다. 마데이라는 대서양에 있는 포르투갈 섬 이름 중 하나다. 

15세기부터 아프리카, 인도, 남미로 수출하기 시작한 마데이라 역시 장거리 항해 중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결과물이다. 마데이라 섬에서 만들어진 와인의 당 성분이 45도 이상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캐러멜로 변한 것이다. 그 결과 누른 냄새가 나면서 독특한 맛을 냈고, 무엇보다 보존성이 높은 와인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에스뚜아(Estufa)’라 불리는 가열실에서 인위적으로 고온 숙성시켜 제조하고 있다. 마데이라는 와인을 오랜 시간 가열하여 누른 냄새가 배게 만든 다음 브랜디를 첨가하기 때문에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다.

마데이라는 과장을 좀 보태면 영원히 보존된다고 할 정도로 와인 중에서 가장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실제로 약 100년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마데이라를 만들 때, 95%이상의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함량을 18~20%로 높인 뒤에 오크통에서 약 3년간 숙성시키기 때문이다. 포트와인이 75~77%의 브랜디를 사용하는 걸 생각하면 훨씬 높은 알코올 함량을 첨가하는 셈이다. 

마데이라 와인은 사용되는 포도 품종에 따라 나뉘는데, 식전주로는 ‘세르시아르(Sercial)’ 품종의 와인이, 강한 단맛을 지닌 디저트 와인으로는 ‘마르바시아종(Malvasjiya)’ 품종이 사용된다. 요리용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마데이라 와인을 졸여서 만든 소스는 스테이크와 곧잘 어울려 요리사들에게 사랑받는다.

어린 포도로 만드는, 신선한 비뉴 베르데 와인(Vinho Verde)

비뉴베르데 와인은 포르투갈에서만 생성되는 와인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슬슬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비뉴는 ‘와인’을, 베르데는 ‘어리다’ ‘초록’ 등을 뜻한다. 포르투갈에서는 어린 포도를 따서 화이트와인으로 만드는데, 포도가 아직 덜 익은 상태에서 숙성시키므로 신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흔히 ‘그린 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알코올은 9~11%로 낮은 편이며 여름에 시원하게 마신다. 

전체 수출량 40%에 해당하는 효자 품목, 로제 와인(Rose Wine)

포르투갈 와인의 수출량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이 로제 와인이다. 물론 포트와인 역시 포르투갈의 고급 수출 상품이다. 수출용으로 개발한 포르투갈 로제 와인은 톡 쏘는 발포성이 강하며 상큼한 맛을 지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호텔 조식 뷔페에서도 빠짐 없이 나와 식욕을 당긴다.  

여전히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몇 안 남은 국가, 포르투갈 

포르투갈은 12세기부터 부분적으로 원산지 통제 제도를 시행했을 만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이다. 유럽엔 아직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지역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오크통을 사용해 오랜 시간을 거쳐 숙성하며, 발로 직접 밟아 와인을 생산하는 전근대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지역도 존재한다. 

포르투갈은 사실 양적으로 우세한 스페인보다도 빠른 속도로 와인 생산 공정을 현대화한 바 있다. 1986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후로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해 품질 향상 및 신품종 재배에도 각고의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와인 산지이자 포트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포르투에 와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 개설됐다.  2020년 7월, 로컬 와인과 함께 포르투의 역사, 문화,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월드 오브 와인(World of Wine)’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총 5만5000㎡ 크기의 와인 저장고를 개조해서 만든 이곳은 2020년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관광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화 사이에서 와인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는 포르투갈 와인이 국내에서도 더욱 친숙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올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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