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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먹으면 살찐다? 거짓 또는 진실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1-03-10 17:42:22
  • 수정 2021-06-28 17: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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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절한 처방, 살 빼고 건강에도 도움 … 중풍에 우황청심원은 위험 … 여름철 한약복용 약효와 무관

‘아이에게 녹용을 먹이면 머리가 나빠진다죠?’, ‘임신 중에 한약을 먹으면 잘못될 수 있다던데…’, ‘아들 낳는 한약이 있다는데 먹어야 겠어요’. 생활 속 주변에서 흔히 한의학(한약)과 관련해 나누는 말들이다. 


이처럼 한의학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적잖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신뢰하거나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속설을 한의학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지나며 잘못된 정보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예도 흔하다. 그러나 이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한의학 상식 중 상당수는 실상 검증받지 못한 것들이다. 


한의사들은 한의학과 민간요법을 혼동하거나 잘못된 믿음과 허황된 속설로 인해 건강을 상하게 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증되지 않은 속설에 귀중한 몸을 맡기지 말고 한의사의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도움말로 잘못 알려진 한방 건강상식의 오해와 진실을 가려본다. 


한약은 간질환에 독약이다?… No

한약을 오래 복용하면 간에 이상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간질환으로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한약은 간질환에 독약이나 마찬가지여서 절대 쓰지 말 것을 권유받는 데서 주로 기인한다. 물론 한약 중에도 감수, 대극, 반하, 부자, 백부자, 속수자, 초오, 천오, 천남성, 파두 등 간장에 해가 될 수 있는 약재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오미자(태음인), 인진쑥(소음인), 영지버섯(소양인), 냉이(모든 체질), 모과(태양인), 부추(소양인), 매실(소음인) 등 간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한약재도 많다. 약재를 잘 선택해 쓰면 다른 방법으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이런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간질환에 쓰이는 약재는 약효뿐 아니라 장기간 복용이 미치는 독성도 검증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 간질환에 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한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간질환 치료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여름철 복용하는 한약은 땀으로 다 나간다? … No

무더운 여름철 기력이 약해 조금만 움직여도 진땀을 흘리며 기진맥진해 힘들어 하면서도 한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철에 한약을 먹으면 약 기운이 땀으로 다 빠져 약효를 전혀 볼 수 없다”는 잘못 알려진 말을 믿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몸보신을 위해 땀을 흘리며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속설대로라면 이런 음식들도 모두 땀으로 배출돼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한약만 땀으로 배출된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려 전해질의 손실이 많아지고, 몸의 기가 많이 빠져 나가는 탈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 한약을 복용하면 몸의 외부를 튼튼히 만들어줘 빠져 나가는 기운을 수습할 수 있고 지나친 땀의 배출을 막아 우리 몸의 기운을 조절해줄 수도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식욕도 저하돼 몸이 허약해지기 쉬운 여름철에 복용하는 한약은 오히려 건강을 지켜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여름이라 해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손해를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녹용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 … No

녹용은 보약에 가장 빈번히 처방되고 애용되는 약재지만 어린아이에게 복용시키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아이에게 녹용을 많이 먹이면 뇌의 기능이 저하돼 둔해진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용은 호흡기 기능 또는 혈액 생성에 이상이 있거나 인체 면역기능의 저하, 원기 부족, 병후 허약, 수술 후 기력 감퇴 등에 쓰이는 약재의 대명사다. 특히 허약한 어린이의 성장 촉진과 건강한 몸 다지기에 도움이 된다. 아직 면역 기능이 완성되지 못해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 소화기 발달이 미숙해 소화 흡수에 지장이 있는 아이, 체력이 약해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처럼 허약한 어린이에게 효과적이다. 오히려 뇌 기능 발달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 No

많은 사람들이 한약(보약)을 먹으면 체중이 늘어 비만이 되기 쉽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약 복용 후 체중이 증가한 경우 한약으로 살쪘다기보다는 몸의 상태가 개선되고 소화력이 향상되면서 식욕이 증가한 반면 운동량은 부족한 게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키에 알맞은 체중과 식욕을 유지하고 적당히 배부름을 느끼지만 살찌는 사람은 식욕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식욕항진으로 인해 간식과 야식을 즐겨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을 먹고 체중이 늘까 봐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약을 복용해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한약 자체가 살을 찌게 한다는 얘기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보약을 써야 할 원기 허약 상태를 정확히 진단한 후 처방된 한약을 복용한다면 비만에 대한 우려는 접어두어도 무방하다. 다만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거나 불법적으로 빠른 호전을 위해 고의로 합성스테로이드를 넣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 


눈 주위 얼굴근육이 잘 떨리면 반드시 중풍이 온다? … No

중풍은 발생하기 전에 신체 일부 또는 전신에 경미하고 부정기적인 증상들이 일시적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전조증상을 갖고 있다.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들거나 눈꺼풀이 실룩거리고 눈 주위와 얼굴이 떨리는 증상도 이에 해당돼 중풍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풍과 무관한 일시적인 근육경련인 경우가 많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일시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신체적으로 피로해져 발생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중풍의 선행 질환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당뇨·심장병·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앓는 사람은 정상인과 비교해 중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이같은 증상들이 단독으로 나타난 경우라도 중풍과 관련될 수 있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거나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정도로 얼굴을 실룩거린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중풍과의 관련성은 적을지라도 다른 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풍이면 응급처치로 우황청심원을 먹거나 손끝에서 피를 내야 한다? … No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중풍이 발생했을 때 우황청심원을 복용하거나 손끝에서 피를 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한의학 고서인 ‘동의보감’에 우황청심원을 비롯한 구급 약물을 복용시키거나 구급혈에 대한 침 치료와 뜸 치료를 시행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런 구급법이 민간에 전해져 중풍 발병 초기에 바늘이나 면도칼로 손끝에 피를 내거나,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중풍 환자에게 우황청심원 같은 알약을 먹이면 중풍의 흔한 증상 중 하나인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로 인해 흡인성 폐렴이 유발될 위험성이 높다. 또 손끝에 피를 내는 응급처치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은 물론 위생상의 문제로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중풍이 발병한 초기라면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응급처치를 시도하기보다 가능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에 따른 사혈요법이나 약물을 처방받는 게 바람직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약해진다? … No

흔히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잠을 잘 때, 혹은 밥을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 “너 몸이 약하니 보약 좀 먹어야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운이 떨어져서 무력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는 경우는 허약함이 원인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병을 오래 앓은 환자나 노인, 어린이에게서나 볼 수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허약한 사람보다는 몸에 열이 많거나 뚱뚱한 사람에게서 땀을 줄줄 흘리는 것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땀은 몸이 더워지거나 긴장했을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이다. 체온 조절에 필수적이다. 물론 당뇨병·갑상선항진질환·고혈압 등을 앓는 환자나 큰 병을 겪은 후나 산후조리 중인 사람 중에서 몸이 약해지면 땀을 더 많이 흘릴 수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땀을 흘리는 경우도 상당수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해서 무조건 몸이 허약한 증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등으로 자가치료를 하기 보다는 과다하게 땀이 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임신 중에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 … No

임신 중에는 금기사항이 많다. 그 중에서도 기형아 출산과 관련 있는 약물 금기가 가장 중요하다. 한의학은 임신 중 쓸 수 없는 약재와 쓸 수 있는 약재를 구분하고 있다. 임신 중 사용을 금기한 한약도 임신 유지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약물이지 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은 아니다.

 

한의학에서 임신 중에 사용하는 약은 대부분 태아 상태를 안정시켜주고, 임신 유지에 도움을 주며, 임신 중에 생기는 산모와 태아의 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문제가 될 만한 약은 임신 중 금기 약으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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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복용하면 아들을 낳는 한약이 있다? … No

임신 중에 복용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는 한약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물론 한의학 고서에는 ‘전녀위남법’(轉女爲男)이라 해서 임신 중 여아를 남아로 바꾸는 법이 나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녀위남법의 내용들은 3개월까지는 성의 분화가 완전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고 동원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남녀의 성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질 때 이미 결정된다. 따라서 임신 중에 한약을 복용해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임신 전 한약 복용을 통해 월경 주기를 조절하고 배란일에 맞춰 정확히 임신을 한다면 남아의 출생률을 높일 수는 있다. 여자는 알칼리성 체질, 남성은 산성체질을 지향하되 강한 분출력으로 사정해야 남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 들어 한약을 많이 먹으면 돌아가실 때 고생한다? … No

‘나이 들어 한약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말은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어쩌면 과거 잘 사는 일부 양반들이 보약을 구해 먹고 병을 고쳤으나 더 오래 산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음식은 물론 약도 구하기 어려워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일종의 질투이자 야유로 나온 말이 마치 정설처럼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약(보약)은 신체의 허약한 부분을 집중 치료하는 약이다. 그래서 때로는 보약이 곧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의 순리에 따라 건강하던 사람도 체력이 약해져서 병에 대한 저항력·면역력·방어력·치유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없던 병도 생기고 병을 치료해도 젊을 때처럼 잘 낫지 않는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몸의 기력을 보강해주면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증상과 체질에 맞게 보약을 지어 먹을 경우 오히려 큰 병을 막고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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