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괄약근보존술, 배뇨기능·남성 성기능·신체에 대한 만족감 측면에서 우월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이 항문에 근접한 하부 직장암 환자 중 항문을 보존하는 ‘괄약근보존술’을 받은 환자와 항문을 제거하는 ‘복회음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괄약근보존술’이 배뇨 기능과 남성 성기능, 신체에 대한 만족도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직장암 환자들이 수술 전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항문을 살릴 수 있는지 여부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급적 인공항문(장루)를 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항문 보존술을 원하지만, 암세포가 괄약근까지 침범한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해 항문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또 항문 보존 시 수술 후 괄약근 조절 기능이 떨어지면서 변실금이 생길 확률이 높아 이런 후유증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복회음절제술이 널리 시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변실금 등 후유증을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복회음절제술을 선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재발 방지 목적으로 복회음절제술을 시행할 수는 있지만,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해 항문 절제를 선택하는 것은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강 교수팀이 2011~2016년에 국내 6개 병원에서 괄약근보존술을 받은 268명과 복회음절제술을 받은 74명의 환자를 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3년 후 포괄적 삶의 질 지수는 괄약근보존술 그룹에서 64.2점, 복회음절제술 그룹은 57.7점으로 항문을 보존할 경우 삶의 질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삶의 질 관련 설문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차이는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배뇨기능과 남성 성기능, 신체에 대한 만족감에서 괄약근보존술을 받은 그룹이 월등했다. 수술 3년 후 배뇨장애 점수는 괄약근보존술을 받은 그룹이 14점인 반면 복회음절제술을 받은 그룹에서는 23.3점에 달해 항문 절제 환자가 겪는 배뇨장애가 더 심각했다.
아울러 남성 성기능 장애 점수도 괄약근보존술 그룹에서는 46점에 그쳤지만, 복회음절제술 그룹에서는 72.9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항문을 보존하는 경우 배뇨와 성기능과 관련된 자율신경들도 보호돼 관련 장애를 겪을 확률이 낮고, 환자가 자신의 신체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높아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강성범 교수는 “기존에는 항문과 근접한 곳에 직장암이 발생할 경우, 항문 보존 시 나타나는 변실금 등 저위전방절제증후군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판단 하에 복회음절제술을 주로 시행해 왔으며, 국내 외과의사들이 복회음절제술 선택에 신중한 것과 달리 서구권에서는 광범위하게 권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항암방사선 치료 및 최소침습수술의 발달에 힘입어 직장암의 크기를 최소화 한 후 괄약근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하부 직장암이라 하더라도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항문 보존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수술 방법에 따른 직장암 환자의 삶의 질을 3년 이상 비교한 세계 최초의 장기 코호트 연구로 인정받아, 저명 의학저널 란셋의 서태평양 지역 자매지로 2020년 8월 창간된 ‘Lancet Regional Health - Western Pacific’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