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사고로 오른팔이 절단된 남성의 팔 이식 수술이 성공했다.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된 후 첫 수술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가 뇌사기증자의 팔을 업무 중 오른팔을 다친 남성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손·팔 이식은 2018년 8월 법제화됐으며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경과해야 하고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손·팔 이식은 뼈와 근육, 힘줄,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접합하는 고난도 수술로 혈액형이나 교차반응 등 이식에 필요한 면역검사 외에 팔의 크기나 피부색, 연부조직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는 탓에 대상자를 구하기 어렵다.
이번 이식을 받은 환자는 2년 전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된 후 의수 등 추가치료를 받았지만 팔 이식에 대한 치료를 원해 1년여 동안 정형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거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상태에서 장기 및 조직을 기증한 뇌사자 보호자의 기증 동의로 팔을 이식받게 됐다.
9일 약 17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식 수술은 절단부위가 손목 바로 위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본래 남아있는 근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진행됐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현재 면역거부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로 곧 재활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홍종원 교수는 “환자의 팔 중 기능이 유지되는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식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번 이식 수술은 성공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팀의 협업을 통해 가능했다.
홍종원 교수팀이 이식자의 아래팔 절단부에서 피부를 들어 올리고 이식 팔의 혈관을 연결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준비하는 한편 최윤락 교수팀은 뼈와 힘줄, 근육, 신경을 박리하는 동안 수술과 마취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형외과 팀에서 기증된 팔의 혈관과 신경 박리에 들어갔다.
이어 진행된 이식수술에서 정형외과 팀은 정상 팔과의 길이를 맞추기 위해 미리 계측한 길이에 맞춰 뼈를 고정하고 이식한 팔의 손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손등 쪽 힘줄을 봉합했다.
최윤락 교수는 “이식된 팔이라도 정상인 팔과 되도록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며 “힘줄과 신경은 손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형외과팀 에서 팔에 혈류가 통하게 바로 혈관 일부를 연결, 혈류가 잘 통하는 것을 확인한 후 정형외과와 성형외과 팀이 교대로 남은 힘줄과 신경, 혈관들을 연결하고 혈류가 잘 흐르는지 피부상태를 평가하며 피부를 봉합했다.
홍종원 교수는 “수술 후 이식받은 팔에 피가 잘 통해야 이식한 팔의 정상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 수술 중에도 수차례 확인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식 수술을 위해 수부이식팀은 2018년 12월부터 수부이식을 준비했다. 홍종원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수술간호팀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수술해부교육센터와 협력, 수부이식팀을 구성하고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 팀, 마취통증의학과 김혜진 교수, 수술간호 팀, 수술해부교육센터 등 많은 부서들이 팔 이식수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이식 관련 법령에서부터 면역억제 사용 등 이식 전후 준비에 대해 국내 최초로 수부이식을 시행한 의료기관의 자문을 받는 한편 수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카데바 실습도 진행했다.
최윤락 교수는 “손이 가지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최대한 살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문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술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