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물건이나 주먹을 쥐는 힘인 ‘악력(握力)’이 강할수록 ‘손목뼈의 골밀도’ 역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형외과(관절센터) 공현식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홍석우 교수팀이 손목 요골이 골절된 환자 108명(평균 75.2세)의 CT 영상을 통해 요골 부위에서 주먹을 쥘 때 쓰이는 근육들이 부착되는 뼈의 겉 부분인 피질골의 밀도를 측정, 악력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악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신장(키), 체중, 대퇴골의 골밀도를 설정한 뒤 악력과 이들 변수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분석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악력과 요골 피질골의 밀도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악력과 신장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즉 손목뼈의 골밀도가 높거나 키가 큰 환자에서 악력이 높게 측정됐다.
하지만 체중이나 대퇴골의 골밀도는 악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악력이 대퇴골보다 요골(아래팔 바깥쪽뼈)의 골밀도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난 점을 주목할 만한데, 이는 주먹을 쥘 때 쓰는 근육과 뼈가 서로 물리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육과 뼈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 있는 조직으로 상호 물리적‧화학적 신호를 통해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발표된 연구에서는 악력이 손가락뼈, 손목뼈 전체의 골밀도와 관계가 있다고 밝혀졌으나 근육이 붙는 피질골만을 분리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뼈는 근육이 붙어 있는 겉면의 피질골과 혈액세포를 만들고 대사를 조절하는 내부의 해면골로 이뤄져 있다. 피질골은 해면골에 비해 두께는 얇지만 단단하고 치밀해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피질골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고, 튼튼한 피질골을 가지려면 근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공현식 교수는 “근력운동은 활동적인 삶, 에너지 대사, 낙상 방지 등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근력과 피질골 밀도와의 밀접한 연관성이 규명된 만큼 근력을 키워 뼈의 강도를 향상시키면 결과적으로 골절 예방과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첨단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피질골의 두께와 밀도를 3차원으로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근육과의 물리적인 연관성을 밝힌데 의의가 있다”며 “일반적인 CT 영상만을 이용, 뼈의 미세한 구조를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는 점도 큰 성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