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한방 물리요법 비급여 목록에 ‘한방경피전기자극요법’, ‘한방경근간섭저주파요법’이 동록된 것을 두고 양방 의료기기 시술인 ‘경피전기자극요법’(TENS)과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와 다를 게 없는 데 근거없이 등록됐다며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시행하겠다며 지난달 31일 발표한 ‘건강보험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에 최근 한방 물리요법 비급여 목록으로 ‘한방경피전기자극요법’, ‘한방경근간섭저주파요법’이 포함된 게 알려져 반발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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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보건당국의 비급여 관리강화에 분통을 터트리는 의료계는 양방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을 용인하는 듯한 당국의 행태에 더욱 거세게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 같은 의료기기 시술은 한방 원리가 아닌 의학적 원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한방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며, 효과에 대한 최소한이 근거도 없이 비급여 항목으로 포함됐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비급여 목록고시 4장 한방 시술 및 처치료에서 허-2 (49202) 한방물리요법(경피경근온열요법, 경피적외선조사요법 및 경피경근한냉요법은 제외)은 경피전기자극요법, 경근간섭저주파요법 등으로 행위구분이 돼 있지 않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8일 설명서를 발표하고 “한방 물리요법에서 말하는 경피전기자극요법과 경근간섭저주파요법은 의과 영역의 물리치료요법을 그대로 베껴다 쓴 치료요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급여 치료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이미 의과에서 급여 등재돼 있고 물리치료사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치료법과 어떻게 다른지 증명하고, 신의료기술 신청 후 엄중한 평가를 거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관련 담당부서는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중립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의과 영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치료임에도 재정적인 문제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는 치료법과 약제가 많다”며 “이 때문에 경제적 걱정을 하는 환자들을 외면하는 한방 편향적인 봐주기 행정은 무조건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대개협은 “이미 한의계가 근거라고 주장하는 ‘한방재활의학 제3판’은 이미 다수의 의학 교과서를 베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법원의 판례도 존재한다”며 “복지부는 근거 없는 한방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자동차손해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부정 행위 고시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도 “이미 한방물리치료는 한의계가 제시한 근거자료가 그 가치를 지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근거가 부족한 비급여 치료법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복지부가 신의료기술평가제도(NECA)를 악용해 근거 없는 한방물리요법을 의료행위로 확대시키려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개협은 “2019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경혈 두드리기가 근거 수준이 최하위 D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사례를 포함, 근거수준 C, D등급이 전체 인정 사례의 76.6%에 달하고 있다”며 “NECA를 본래 도입 취지대로 신뢰성 있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평가 명단과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평가 절차를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