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확인된 의료기기 재분류, 미용업자 사용토록 허가 개정안 발의 … 의협‧피부과‧전남의사회 반대성명
의료기기 일부를 미용기기로 재분류해 미용업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미용기기를 새롭게 정의하고 미용기기 분류를 신설해 미용업자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남 의원은 “의료기기 중 일부가 이미 비의료인이 사용 빈도가 높다”며 “규제 개혁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같은 개정안은 이번에 처음 발의된 게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규제기요틴’ 과제로 추진됐던 사안 중 하나로 제19대 국회에서도 청원을 통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개정안을 논의하려면 미용기기 제도 도입 여부, 미용기기의 범위, 기준규격, 관리기준 등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남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게 알려지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이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의협은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기기를 미용기기로 분류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민의 피해를 방관하는 무책임한 처사일 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국가가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공중위생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집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도 31일 각기 성명을 통해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피부과학회와 의사회는 “복지부가 전자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미용기기 제도 도입 및 관리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도 세계적으로 미용기기를 별도 범주로 관리하는 국가는 없었다”며 “국민이 아닌 미용업자의 편익만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과연 국회의 책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전남의사회는 “의료기기로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하는 것은 의료인이 적절한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해당하는 것이지, 비의료인이 사용할 때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며 “사용이 쉬워 보이는 기기라도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환자의 기저질환 등에 따라 화상이나 피부 손상 또는 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전문가는 이런 합병증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면허를 통해 사용권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라며 “전문 의료기기를 무자격자에게 개방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현재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에는 피부미용업소에서 의료행위를 하거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