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채취 부정확성으로 위음성 오진율 높은 편 … 신속·저렴·간편성 등에서 우위, PCR검사와 병용 필요
연말연시에 전국적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속한 예비 감별을 위해 항원-항체 반응을 기반으로 한 자가진단키트의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부는 양성을 놓칠 수 있는 위음성률 판정이 많이 나오는데다가 이를 빌미로 방역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정식 허가를 내줄 의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은 유전자증폭검사(RT-PCR)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 방식은 진단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판별)와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가 각각 95%를 넘기 때문이다. 반면 항원을 이용한 진단키트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높게는 50%, 작게는 30%의 위음성률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항원 진단키트 업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민감도(90%)와 특이도(95%) 기준보다 높은 항체진단키트(민감도 97%, 특이도 100%)로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며 해외수출용으로는 허가하고 국내용으로 허가하지 않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항원 기반 신속진단키트의 정식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C녹십자엠에스는 29일 미국 진단키트 전문 도매유통사의 파트너 회사인 MCA Partners와 총 2억6400만 달러(2904억원, 원달러 환율 1,100원 기준) 규모의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 ‘GENEDIA W COVID-19 Ag’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바이오젠은 침으로 코로나19을 자가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한 제노플랜에 101억7500만원을 투자해 지분 8.85%를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올랐다. 그만큼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충청북도는 이시종 지사가 나서 국민이 스스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자가 진단키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지난 23일 건의했다. 이 지사는 “현행법상 진단키트는 반드시 의료인이 검체를 채취하도록 해 신속한 검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재 전염병 확산 상황을 감안해 유연하게 관련 법령의 개정 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호응해 충북 영동군 보건소는 22~24일 고위험시설 종사자와 이용자, 대중교통·콜센터 근무자, 집단합숙시설 이용자 등 방역취약계층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신속 항원키트를 활용한 검사를 했다. 이들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된 검체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항원 기반 신속자가진단키트는 15분 이내에 검사결과를 알 수 있고, 손끝을 주삿바늘로 찔러서 얻은 혈액이나 침으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으며, 비용이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해 유리한 점이 있다. 또 병원을 찾아가거나 의료인과 접족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걸릴 위험도 차단할 수 있다.
FDA는 지난 15일 호주 제약사 엘룸(Ellume)이 개발한 가정용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긴급사용승인했다.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스마트폰에 부착한 진단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15분 정도에 진단 결과를 알 수있다. 가격은 약 30달러로 아마존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처방전 없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 FDA 관계자는 실험실에서 직접 진단하는 것보다 덜 민감하고 정확성도 덜하지만 집에서 빠르게 완벽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시장성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보건당국이 항원 기반 신속자가진단키트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무증상이나 경증이면 ‘포괄적 위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또 양성으로 판정된 경우 이를 믿고 개인 위생수칙 지키기를 소홀히 하거나, 이를 의학적 또는 법적 판단기준으로 내세울 경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부정확한 검사에 건강보험 재정이나 개인의 비용이 낭비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PCR검사(분자진단, 유전자진단) 진단키트만 생산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항원 신속키트의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필드 테스트에서는 50% 정도에 그친다”며 “혈액 채취의 경우 코로나19 항원이 적게 들어 있고, 비강 점액 채취의 경우 콧속 깊숙이 면봉을 밀어넣어 채취해야 하기 때문에 검체를 환자 자신이 정확히 채취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독감(인플루엔자) 항원 진단키트를 정부가 허가해 준 결과 오진에 따른 논란이 종종 제기되고 있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검사인데다가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건보 재정에서 비용을 부담해 재정 낭비 요소가 크다”며 “독감 항원 진단키트를 허가하고 비용을 대 준 것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도 여름까지는 급한 나머지 항원 진단키트를 허가해주고 실제 진단에 많이 활용했지만 가을 들어 점차 수요가 줄고 있고, 보건당국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자가진단키트가 허용될 경우 의사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현재 진단키트는 출하가가 1만5000원 내외로 유통 업자가 1만5000~2만원의 이윤을 취하고 병의원이 검사 당 7만 남짓의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자가진단키트가 허용되면 검사 수요가 확연히 줄면서 병의원 수익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정부 방침을 옹호한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약사는 “약사들도 매일 환자를 접하며 코로나19 노출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코로나19로 처방 및 일반약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라도 허용되면 약사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줄어들고 어려운 약국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가진단키트 찬성론을 펼쳤다.
자가진단키트가 약국에서 판매되면 개당 3000~5000원에 도입돼 소비자가격 1만~1만2000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속 자가진단키트를 개발해 수출하고 있는 한 업체는 “미국에서 신속 항원 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은 없고,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꼭 필요한 품목”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허가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이 달라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시장성이 높으니까 우리나라 제품도 수입하고, 국내 바이오벤처도 더 성능을 높인 신속키트를 개발하려 노력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내서도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시간 절약, PCR검사에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 또는 세금 낭비 방지를 위해 신속 자가진단키트와 기존 PCR 정밀진단의 병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감염학회도 지난 5월과 8월 발표한 항체진단 지침서와 가이드라인에서 항체진단검사가 분자진단검사보다 지역사회 감염 감시와 백신 개발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 보건당국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전향적 자세로 신속진단검사 도입과 활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