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나 CT, MRI 등 이미징 의존도가 높아 조기진단률이 20%에 불과한 폐암의 조기진단을 도울 새로운 바이오마커가 제시됐다.
폐암은 한국인 암 사망률 1위로 꼽히지만 조기발견시 생존률이 80%로 높다. 하지만 초기에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데다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드문 실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창환 교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폐암 진단 및 5년 생존률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을 발굴했다고 20일 밝혔다.
기존에도 혈액 내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 즉 바이오마커의 농도차이를 통해 폐암을 진단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폐암 특이성과 민감성이 충분하지 못해 조기진단의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폐암환자 104명의 폐암조직과 정상조직에서 유의미한 농도차이가 나타나는 단백질을 찾아내기로 하고 단백질 프로파일링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트림28’(TRIM28) 이라는 단백질이 폐암조직에서 확연히 농도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실제 트림28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조작한 세포모델과 생쥐모델에서 폐암의 증식이나 이동이 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생체단백질은 생성과 분해를 반복하며 순환하는데, 작은 표지(유비퀴틴)을 달아 분해시스템으로 직행할 단백질을 구분한다. 트림28은 이 과정에서 표지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트림28로 시작해, RLIM-MDM2-p53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표지달기 과정을 밝혀냈다.
나아가 폐암환자 101명의 조직샘플을 이용해 트림28과 RLIM 단백질과 5년 생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TRIM28 발현양이 높고, RLIM의 발현양이 낮은 환자들의 5년 생존률이 확연히 낮은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폐암의 조기진단을 위한 생화학적 지표이자 5년 생존률 예측을 위한 인자로 트림28과 RLIM을 이용하기 위해 향후 임상적 적용을 할 예정이며, 아울러 TRIM28과 RLIM을 조절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발굴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기초연구실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세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세포 사멸 및 분화(Cell Death and Differentiation)’에 지난 17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