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만의 특별한 수술법이 있다. 바로 ‘유륜 절개 수술법’이다. 이 수술법은 유두를 둘러싼 갈색 빛의 유륜과 피부 경계선을 절제해 그 절개창 안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해 흉터를 최소화한다. 유륜 위를 반달 모양으로 5㎝ 정도만 절개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흉터가 보이지 않는 게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이대여성암병원만 거의 유일하게 진행하는 수술법이다.
이 병원은 우주현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와 홍승은 성형외과 교수가 최근 ‘깔때기(Funnel)’를 이용한 수술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우주현‧홍승은 교수 콤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유방암 수술 전문의 조합이다.
미용에서 이용하는 깔때기, 재건에도 활용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2년 간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유륜 최소 절개 후 절개창 구멍으로 이식 전용 의료기기인 실리콘 깔때기를 이용해 보형물을 밀어 넣는 것이다.
책임저자인 홍 교수는 “유륜 절개를 하면 절개창이 너무 작기 때문에 보형물을 넣기가 어렵지만 제빵 할 때 ‘짤주머니’를 이용해 생크림을 올리듯 작은 절개창에 깔때기로 보형물을 밀어 넣으면 훨씬 복원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용에서 이미 사용하는 보조 기구인 만큼 유방 재건에서도 활용했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수술을 했을 때 환자 통증도 적고 미용적인 효과도 높아 환자 만족도가 높음도 증명했다. 해당 논문은 성형외과 3대 SCI 논문지인 JPRAS(Journal of Plastic, Reconstructive and Aesthetic Surgery) 8월 호에 수록됐다.
신체적·정신적 만족도 향상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 수술이 유륜 절개에 집중하는 건 그만큼 흉터나 후유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현 교수는 “유륜 절개 수술법으로 흉터가 거의 남지 않으면 환자는 신체적으로 만족할 뿐 아니라 정신적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술 받은 20대 초반 여성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전성 유방암으로 양측 가슴을 절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이 환자는 큰 충격으로 힘들어했다. 이 환자는 유륜 절개 수술법으로 양쪽 가슴 유방 조직 제거 및 복원 수술을 받은 후 암세포가 완벽히 제거됐고, 양쪽 가슴의 균형이 맞아 수술에 만족했다.
우 교수는 “미혼에 나이가 어린 환자라서 유륜 절개도 더 최소화 하려고 노력했다”며 “수술 후 환자가 콤플렉스였던 작은 가슴도 커지고 원래 가슴보다 예뻐졌다고 만족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승은 교수는 “우리도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 한다”며 “매 순간 ‘내 가슴을 수술 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