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RNA 기반 백신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 바이오기업인 모더나(Moderna)가 30일(현지시각) 자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mRNA-1273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다.
모더나 측은 지난달 16일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의 3상 임상시험 결과 94.5%(현재 94.1%로 정정)의 예방효과를 이끌어냈다며 미국 화이자의 백신후보물질(BNT162)의 90%(현재 95%로 정정)를 능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더나는 이날 자사 백신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의 심사일을 이달 17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달 10일 FDA에 EUA를 신청했으며, 열흘 뒤인 20일 FDA는 오는 12월 10일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accines and Related Biological Products Advisory Committee, VRBPAC)를 소집해 허가 여부를 논의한다고 공표했다.
모더나는 11월 30일 공표한 백신의 예비분석 결과 모두 19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중 185명은 플라시보(위약)를 투여한 그룹에서 나왔고,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그룹에서는 확진자가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중증 환자 30명은 전부 플라시보를 투여한 임상시험 참가자로 모더나 백신 접종자 가운데서는 한 명도 중증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모더나는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2000만회 분량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며 승인이 나면 곧바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시험도 연내에 착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임상시험은 총 3만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자사 백신이 나이, 인종, 성(性)에 관계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고 피로, 근육통, 두통, 주사 부위 통증과 같은 흔한 부작용이 나타났으나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모더나는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2000만회 분량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며 승인이 나면 곧바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또한 모더나는 청소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시험도 연내에 착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이자 백신과 관련,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신속 개발 및 보급하는 업무를 지휘하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정부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는 지난달 22일 “FDA가 12월 10일 화이자 백신을 긴급 승인한다면 바로 다음날인 11~12일에 미국 모든 곳에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배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2월에 최대 2000만명, 이후에는 매달 3000만명의 미국인이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英 AZ ‘90% 유효성’ 발표에도 저용량이 고용량보다 효과 나은 점 해명 못해 ‘불신’
한편 이들 미국 업체와 3파전을 벌이고 잇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3일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AZD1222(ChAdOx1nCoV-19)가 90%의 예방효과를 냈다는 3상 중간결과를 공표했다.
하지만 2건의 임상시험 중 저용량 투여군만이 90%를 보였고 더 높은 용량에서는 62%를 보여 가중 평균으로 약 70%의 면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왜 저용량에서 더 나은 효능을 보인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했다. 이에 미국 일각에선 벌써부터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력한 데이터를 내놓은 이상 승인이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연구팀의 실수로 피험자 2741명을 대상으로 처음 0.5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를 투여하고 한 달 뒤 1도스를 접종한 결과 90%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이와 별개로 브라질에서 임상시험 참가자 8895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모두 1도스를 접종한 임상에서는 예방 효과가 62%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실수로 저용량이 투여돼 우연찮게 행운을 얻었는데 상업적 승인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백신 효과가 90%로 나온 영국 및 브라질에서의 임상시험 참가자들 중 55세 이상 고령자가 없었다는 점도 백신의 신뢰성에 흠집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국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심사를 통해 승인할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정부에 1억도스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이번 연말까지 400만도스, 내년 3월 말까지 4000만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특정 백신을 도입하겠다고 낙점한 바는 없으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을 위탁 생산키로 했고, 가격 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는 도스 당 3파운드(약 4400원)로 책정돼 모더나 백신의 32~37달러(약 3만5000원~4만1000원), 화이자 백신의 19.5달러(약 2만1000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비교 우위가 있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승인 여부는 한국인의 코로나19 방역과도 직결된다.
한편 인도에서는 인도 백신 생산 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 SII)가 주관한 3상 임상시험에서 지난달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40세 남성이 두통, 빛과 소리에 대한 과민반응, 행동변화 등 심각한 신경·심리 증상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 보상금으로 5천만루피(약 7억5천만원)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로펌을 통해 지난 21일 발송했다. 인도 보건당국은 임상을 계속하면서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예정이다.
러, 가말레야 ‘스푸트니크Ⅴ’ 백신은 접종 후 42일째 95% 유효율 자랑
러시아 보건부 산하 국립 가말레야전염병·미생물학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 Ⅴ’ 백신은 면역효과가 95%라고 지난달 24일 3상 2차 중간분석 결과를 공표했다. 연구소는 첫 접종 후 28일째(두 번째 접종 후 7일째)에 백신 효능이 91.4%로 나왔고 첫 접종 후 42일째(두 번째 접종 후 21일째)에는 9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V의 국제 가격이 20달러(약 2만2000원) 이하일 것으로 알려졌다. 또 mRNA 백신으로서 콜드체인 유지 온도를 영하 70도로 맞춰야 하는 화이자 백신이나, 다소 완화된 조건이지만 동일 계열의 모더나 백신이 영하 20도로 보관해야 하는 것에 비해 스푸트니크는 동결건조 상태로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이 백신은 인도, 브라질, 중국, 한국 등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내년 1월께 국제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한국내 수탁생산업체로는 지엘라파(GL Rapha)가 지난 13일 선정됐다.
중국 시노백(Sinovac·科興中維)의 약독화 사균 코로나19 백신인 ‘코로나백’(CoronaVac)은 현재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ANVISA)로부터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시노백은 지난 7월부터 부탄탄연구소(Instituto Butantan)와 제휴해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왔다. 상파울루 주정부는 지난 9월 말 시노백과 백신 4600만도스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 허가가 나오는 즉시 600만회분은 12월까지 수입할 예정이며, 나머지는 부탄탄에서 자체 생산한다. 지난달 19일 1차로 중국산 코로나백 12만회분이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ANVISA의 승인이 나는 대로 곧바로 상파울루 등지에 공급할 예정이다. 필리핀도 최대 900만명에게 시노백 백신을 맞출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백신을 지나치게 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 매체는 “서방 국가, 특히 미국의 여론 기관들은 코로나19 백신에 관해 불공정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중국 백신의 진척 상황을 추궁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서양 제약회사들의 진척 상황은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제약회사 화이자 등이 발표한 호재로 증시가 치솟기도 했지만,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만든 백신의 개발 상황은 중국 백신과 같은 수준”이라며 자국 백신의 개발 성과 및 우수성을 옹호했다. 특히 “중국은 현재 백신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3상 임상시험에서 5개의 백신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양 측의 백신은 완전히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도 자국 코로나 통제가 워낙 잘 이뤄져 3상 시험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중국에서는 의료인, 공무원, 교사, 군인, 해외 건설노동자(예정돼 있으나 코로나19로 못나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요리사 등 서비스업 종사자 등이 자발적 참여 또는 비자발적 권유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또 이미 지난 7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시노백 백신을 400위안(60달러, 2도스)을 자비를 들여 맞고 있는 광경이 지난 10월초부터 저장성 해안도시 등에서 목격되고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무적’의 전사라도 된 것처럼 자신감을 과시하지만 정식 승인이 아닌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을 무모하게 투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 노바백스는 생산시설 증설에 차질이 빚어져 임상 전개 속도에 다소 브레이크가 걸렸다. 11월말이나 임상시험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좀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