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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사무장병원‧관리부실‧환자유인 … 윤석열 장모로 불거진 요양병원 불법운영 실태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1-28 14:49:15
  • 수정 2020-11-30 10: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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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허대여로 설립하고 서류조작해 공단 지원금 타고 … 2008년 ‘일당정액제’ 도입 후 불법운영 심해졌다 지적도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를 핑계로 서비스 질 개선에 소홀하고 경영논리상 어떻게 든 원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모 씨가 불법 요양병원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요양병원 관리실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요양병원은 불법 사무장병원, 요양급여 부정 수급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 부실관리가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10년간 병원수 2배 이상, 환자수는 2.5배 증가 … 불법 사무장병원, 환자유인, 가짜환자 입원 등 불법 횡행
 
윤 총장 장모 최 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순배 부장검사)가 의료법 위반 여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2일 최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장시간 조사를 벌였고, 진술 받은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집중 검증 중이다.
 
최씨는 2012년 10월 2억원을 들여 동업자 구모 씨와 함께 경기도 파주에 요양병원을 설립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만 설립할 수 있지만 최씨는 비의료인인데도 요양병원을 설립하는데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이 병원은 2013년 5월부터 2년 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원을 부정하게 타내다 적발됐다. 동업자 3명이 이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최씨는 수사단계에서 불기소처분됐다. 검찰은 당시 불기소 과정에서 윤 총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는지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은 의료진의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일정 기간 안정을 찾기 위해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에 1400여개 요양병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나 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등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개설 가능한 요양(보호)시설과 달리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만 설립할 수 있다. 일반 병원처럼 1·3·5·7·9인실 등 다양한 규모의 병상을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가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하면서 응급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국 요양병원의 수는 1445개, 병상은 27만2223개, 입원환자는 45만9301명이다. 10년 전인 2008년 요양병원 690개, 병상 7만6068개, 입원 환자 18만6280명에 비하면 병원수는 2배 이상, 병상 수는 약 3.5배, 환자는 2.5배 늘었다. 이 기간 환자 1인당 평균 입원기간은 125일에서 174일로 늘었다. 경증 환자 비율은 25.3%에서 51.2%로 배 이상 증가했다.
 
경쟁적으로 병원이 들어서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법행위도 많아졌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환자를 유인하거나, 비의료인이 의사면허를 대여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설립 및 운영하거나, ‘나이롱환자’ 등 가짜 환자를 입원시킨 뒤 허위 처방전을 발행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등 불법행위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적인 수법은 면허를 대여해 병원을 설립하고 필수인력을 제대로 고용한 것 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후 각종 조건에 맞춰 건강보험공단의 지원금을 꼬박꼬박 챙긴다. 지난해 부산에서 적발된 가족 의료재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가족은 재단을 세워 5곳의 불법 사무장 요양병원을 설립하고 급여비를 타 냈다. 이들이 2008년부터 타낸 급여비는 2500억원에 이른다.
 
‘일당정액제’로 환자 1명당 1달 최대 130만원대 진료비 지원, 비싼 비급여 치료도 강요 … 요양원도 비슷
 
요양병원이 ‘불법 의료행위’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2008년 1월부터 시작된 요양병원의 급여체계인 ‘일당정액제’가 지목된다. 일반 병원은 개별 진료행위마다 수가를 책정한 뒤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분담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개별 진료행위와 상관없이 평균 비용을 산출해 미리 정해진 비용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는다.
 
일당정액제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급성기 치료 이후 일정기간 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의 입원을 보장한다는 요양병원의 당초 취지와 달리, 상당수 요양병원은 입원 필요성이 낮은 환자들이 장기입원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조장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
 
예컨대 유통기한이 지난 값싼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거나, 요양병원장이 도매상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대놓고 수수하거나, 임종 직전의 환자를 침대가 아닌 휠체어로 이송하거나, 간호사 또는 간병인이 노인을 폭행 및 학대하는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이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30일 요양병원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 방안을 의결하고 10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2019년 4월 30일 보건복지부가 개정한 요양병원 1일 정액수가(1등급 기준, 입원료 약제비 치료재료 등이 포함된 금액)
이에 따라 현재는 요양병원이 환자 1인당 하루 입원비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는 요양급여비가 4만5100~8만0870원으로 차등화돼 있다. 이것도 1등급 요양병원이어야 가산비용을 받아야 한다. 1등급을 받으려면 의사와 간호사 수가 많아서 적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다. 간호사 1명이 4.5명 이하의 환자를 돌봐야 해서 간호사 인건비를 감안하면 매우 달성하기 어렵다. 이에 병원들은 등급이 낮아져 급여비가 줄더라도 적은 간호사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받는 작전을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 요양병원은 급여가 정액으로 묶여 있어 질 낮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할 수록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시설이나 인력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병상을 채우기에 급급한 요양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2014년 5월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에 이어 지난해 9월 김포요양병원(김포시 풍무동) 등에서 연이어 대형 화재사고가 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가절감을 위해 쥐어짜는 요양병원에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장비를 제대로 갖춰놓을 리 없었다. 화재가 나도 이를 대비시킬 인력도 당연히 모자랐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데에는 요양병원의 허술한 방역관리가 한 몫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비싼 비급여 치료를 강요하는 곳도 많다. 고주파열치료, 온열치료, 면역치료, 옻나무추출물, 겨우살이추출물, 고용량 비타민요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치료는 임상근거가 불충분하고 가격은 한달에 몇 백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전체 환자 80%가 노인이고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울며겨자먹기로 요양병원의 강요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보호자들은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불법은 규제가 더 약한 요양원에서도 횡행한다. 요양원(요양시설 및 요양보호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등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개설이 가능하다. 
 
건보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공단이 조사한 노인요양시설 2587곳 중 2258곳이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타냈다. 부당수급이 확인된 금액만 512억원이다.
 
외부에서 알기 힘든 폐쇄적 분위기에 내부고발도 쉽지 않아 … 지난해 ‘특사경’ 발의도 무위
 
비슷한 사례가 거듭 발견되고 있지만 요양병원의 불법 운영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외부에서 불법을 알기 힘들 정도로 폐쇄적인 요양기관의 특성과 규제 완화로 불법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의료계 관계자는 “적발되어도 대표 이름만 바꿔 다시 운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병원장들이 소지역의 유지이다 보니 함부로 제보했다가 보복을 당하거나 향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내부고발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건보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혐의점을 적극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특사경 법안)이 발의됐지만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의료계 반대로 끝내 폐기됐다. 이 법안은 올해 9월 서영석‧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대표 발의해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같은 요양병원 불법운영 사례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묻는 본지의 질의에 대해 요양병원협회는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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