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영인 의원실 국회 토론회 주최 … 정부‧업계 등 전문가 모여 ‘리베이트’ 근절 방안 제시
의료인과 제약 및 의료기기 업체 간 불법적인 거래를 차단하고자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리베이트를 지급한 업체뿐만 아니라 의사까지도 영업정지나 면허정지, 벌금, 징역 등을 부과하는 이 제도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영업대행사(Contract Sales Organization, CSO) 활용 등 다양한 편법 탈법을 통해 여전히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고영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0주년, 선순환 보건생태계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리베이트’ 용어부터 변경해야 …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선샤인액트 등 제도 개선해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10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방식의 리베이트가 생겨나는 만큼 별도의 단속조직 구성은 물론 중립적인 ‘리베이트’란 용어의 변경, 제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 성과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형석 법무법인 LK파트너스 변호사는 “의약품 리베이트의 특성상 소비자인 환자가 아닌 의료인이 의약품 구입을 결정하고 비용의 상당액을 국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해 리베이트로 인한 이익이 환자가 아닌 의료인에게 귀속된다”며 “결국 리베이트 비용이 의약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초래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김 변호사는 “업계 현실상 리베이트가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며 “처벌이 강화되더라도 CSO의 활용, 사후 매출할인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 조성, 묶음 판매 시 부대물품 무상제공 판매 방식, 학술대회 활용 등 새로운 유형의 리베이트 등 새로운 방법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SO가 대표적인 사례로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며 “적발돼도 제약사는 CSO에 책임을 전가하는데 현행 약사법상 CSO는 단속망을 빠져나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제약사가 매출 실적의 일정액을 판매 장려금과 단가할인 등의 명목으로 CSO 또는 도매상에 지급하거나, 의료기기 회사가 의료기자재를 1+1과 같은 구성으로 판매하는 방식의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단속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로 이는 영업방식이 바뀌고 영업사원들이 바뀌고자 노력한 영향도 있다”며 “실제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계속 새롭게 진화하고 다양한 편법이 드러나 법령 적용이 애매하거나 수사기관, 단속기관의 역량이 더 투입돼야 해 단속이 어려워 건수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리베이트 용어의 재정립, 별도의 단속조직 구성,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범위의 현실화 등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리베이트라는 용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리베이트는 다른 시장에서도 흔히 쓰이며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뇌물을 뜻하는 ‘킥백’(kickback)을 쓰는 것처럼 부정 판촉 지원 등 불법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용어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운영되는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시스템상 매년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등 조직 자체가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며 “협조 체계 역시 각 부처 간 일반적인 업무협조보다는 원활한 수준이지 직접적인 컨트롤타워가 없어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각 부처의 기능을 포함한 별도 조직 신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추진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구조상 쌍벌제는 제약사의 일상적인 영업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의약품 특성상 의료기관과 제약사 간의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고 인정돼야 하는 만큼 의약품 판매촉진에 직접 관련이 없는 활동에 대해서는 허용 범위를 확대해서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제약‧의료기기 업계 “강압 말고 자율화 줘야, 학술대회 참가 지원 제약 풀어야”
쌍벌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의료계와 제약‧의료기기 업계는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규제로 억압할 게 아니라 이해 관계자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김명중 제약바이오협회 공정경쟁팀장은 “불법 리베이트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타율에 의한 윤리경영을 받아들여야 했던 산업계는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율에 의한 윤리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도 지난 10년간 쌍벌제는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 ‘단기 미봉책’이었다고 진단한 뒤 앞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의약품 질 향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소형 제약사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사들은 이득과 상관없이 질 좋은 약의 처방을 선호한다”며 “약품 마케팅 관련 학술대회나 설명회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해 모든 제약사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 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복제약 간 효능과 부작용 등 간격을 좁혀 약품의 질을 보증하고, 우선판매권 제도를 폐지해 동일 가격을 적용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이런 제도 정착은 고가약 처방에 대한 리베이트 의심은 물론 대체조제를 조장할 이유도 없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부회장은 의약품 거래 투명화 제도 도입과 관련해 미국의 선샤인 액트에 대해서도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형이 아닌 한국형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샤인 액트란 제약약업계가 의료인에게 지출한 비용 상세내역서를 기록해 보관하는 것을 말하며 2018년 1월 국내에 도입됐으나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약품과 다른 의료기기 특수성을 감안한 강연·자문 규정 완화, 의사의 학회 참가비 자부담비율 30% 및 잉여금 반환 삭제 등 국내 학술대회 개최 운영 지원 기준 완화, 국외 학술대회 참가 보건의료인 지원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政, 새로운 유형의 불법 리베이트 법적 대응 방안 마련 … “효율적 제도 개선”
신현호 경제정의실천연합 보건의료 정책위원은 "뇌물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뇌물죄로 처벌받을 확률이 교통사고 당할 확률보다 낮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수사단이 지난 8년간 약 960여명을 기소하고 9200여명을 행정처분한 것은 가볍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업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법 리베이트 신고자에게 리베이트액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특정약의 로비를 줄이기 위한 성분명 처방제도 도입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약가를 직접 계약하는 약가직불제 도입 △행위별 수가제에 따른 약의 오남용 막기 위한 총액계약제·포괄수가제 전환 검토 △보건의료인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부도 불법 리베이트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이득규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새로운 유형으로 나타나는 리베이트에 대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의약품 영업대행사와 공정경쟁규약도 검토할 여지가 있다”며 “시장에서 각각의 행위자들이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를 처벌보다 우선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토론회를 계기로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관련 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인 의원은 “불법리베이트는 단순히 주고 받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근간을 흔드는 아주 질 나쁜 범죄”라며 “보건의료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정부당 국은 예방과 감독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