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전국 곳곳에 확산되면서 수능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리기 위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성 들여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이번 수험생 건강관리의 핵심은 ‘면역력 유지’다. 겨울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쉬운 계절이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라도 걸리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 유지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만큼 면역력도 떨어지기 쉽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가장 흔하고 주로 코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는 코 안에 잠복해 있다가 기온이 낮아져 체온이 떨어지고 코로 가는 혈관이 수축해 코의 온도가 33~35도로 떨어지면 복제능력이 향상돼 감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상엽 KMI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는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하는 반면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향상된다”며 “수능일까지 남은 기간 빈틈없는 체온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급격한 기온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위의 온도 변화에 따라 옷의 두께감을 조절할 수 있도록 얇은 옷을 겹쳐 입거나 두툼한 외투를 휴대하는 게 좋다. 손목과 발목을 긴 옷으로 감싸거나 목이 긴 양말을 신으면 체온을 2~3도 올릴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피로, 두통, 불면증, 변비, 어깨결림 등을 유발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자기 전 명상이나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30분 정도 산책을 하는 것도 긴장을 푸는 좋은 방법이다.
현 시점에선 하루 일과를 수능시험과 똑같이 보내면서 수면 및 식사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건강관리와 컨디션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 시험 당일까지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시험 결과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임상 근거가 불확실한 약물이나 보약 등을 먹는 것은 금물이다. 병원, 제약업계, 건강기능식품업체는 수험생과 부모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광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일반식품에 ‘수험생 기억력 개선, 피로회복’ 등을 표방한 허위·과대광고 282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광고 중에는 '면역 기능 강화', '기억력 개선', '항산화', '피로회복' 등을 내세워 일반식품(비타민C, 멀티비타민 등 함유)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거나 혼동할 수 있도록 한 광고가 13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거짓·과장 광고(75건), 의약품 오인·혼동 광고(57건), 기타 소비자 기만 및 질병 예방·치료 표방 광고(15건) 등이 이번 점검에서 적발됐다.
‘총명탕’, ‘총명차’ 등 한약의 처방명 및 유사 명칭을 사용한 오인·혼동 광고가 꽤 많았다. 총명차의 경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선물로 좋다고 설명하면서 '기억력 강화'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했다.
‘흑삼, 레시틴, 알부민’ 등 원재료가 가진 면역력 증강, 항산화, 각종 신체 질환 등에 효능·효과 등을 과장한 소비자 기만 표시·광고도 존재했다. 특히 타우린은 쓸개즙을 만드는 것 외에도 근골격계를 만들고 심혈관계가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많은 수험생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가 우황청심환이지만 섭취를 피해야한다. 공진단, 보약, 안정제, 진통제 등도 마찬가지다. 몸의 균형을 해칠 수 있는 약물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어서다.
우황청심원이 신경안정 측면에서 일정한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여겨 오남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수험생에겐 수험 당일 졸음, 두근거림, 멍한 정신상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가 우황청심원을 먹었다간 응급처치가 늦거나 기도를 막힐 가능성이 있다.
이형철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우황청심원은 구급약으로서 약재의 효능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시 신경이 과도하게 안정되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졸음이 올 수 있다”며 “반대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긴장감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황청심원과 같은 응급약은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며 “예비소집일이나 시험 2~3일 전에 반알이나 4분의 1알 정도를 시험적으로 복용해 자신에게 증상이 어떤 지 확인보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반 알 이상이면 두뇌활동이 둔화되는 증세를 보인다.
수험생 두통은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긴장으로 근육이 경직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긴장 완화(릴랙스)와 스트레칭, 간단한 물리적 치료를 통해 완화시키는 게 최선이다.
긴장감 완화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정도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켜 문제 풀이에 도움된다. 하지만 약 복용 등으로 긴장을 너무 이완시켜버리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빠져 고난도 문제를 신속히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험생들에게 합격 기원으로 많이들 주는 찹쌀떡과 엿, 초콜릿 등은 한두 개 먹고 절제하는 게 좋다. 찹살떡과 엿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이를 대사하느라 소화기관과 뇌가 피곤해질 수 있다. 초콜릿은 일부에서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초콜릿 외에 커피와 콜라, 햄, 소시지, 화학조미료 등 편두통을 유발시키는 음식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칼슘은 적당히 섭취하면 집중력을 높이지만 넘치면 뇌신경이 흥분하게 되는 만큼 하루 우유 한 잔 정도가 적당하다. 특히 밤샘 공부를 하려면 우유를 한 잔 이상 마시면 절대 안 된다. 새우나 게는 뇌 기능 억제 물질이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졸음이 올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보다는 마음에 보약이 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 수능 전에는 불안한 마음이 크고 자신감을 상실한 수험생이 많다. 특히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예상 외로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경우, 더욱 그렇다. 수능에서는 정답을 맞힐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숙면은 필수다. 다수의 뇌과학자들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험 전날 긴장감으로 인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민간요법을 적용하면 의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욕조에 캐모마일과 라벤더 등의 허브를 풀어 우려 놓고 목욕하거나, 베개속에 이들 재료를 채워 넣거나, 이들 성분의 차를 마시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