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의 큰 분류 중 하나인 대마(마리화나)는 대마초(Cannabis sativa L)의 잎과 그 수지(樹脂, resin)를 말한다. 대마초의 종자(種子), 뿌리,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대마의 꽃심과 이삭도 대마(마약류)에 들어간다. 대마는 삼베를 만드는 원료식물이다.
대마의 진액을 건조시켜 만든 것을 해시시(Hashish)라고 하는 데 보통의 대마초보다 효과가 강하다. 마약류로 쓰이는 대마에서 짠 기름(Cannabis oil, 또는 CBD-oil, 또는 Hashish oil, Hash oil)은 마약류에 해당한다. 반면 대마씨와 대마유는 마약류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마유(Hemp-oil)는 대마씨에 짠 기름을 말하는데 현재는 일종의 가공식품이다. 해시시오일은 THC 함량이 높아 흡연용으로써, 해당 국가의 입법 상황에 따라 합법 또는 불법으로 유통된다. 국내서는 해시시오일이 마약으로 간주된다.
대마초 추출물에서 유래한 것과 동일한 성분의 합성물질인 칸나비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 등 3종도 대마(마약류)에 속한다.
의사의 마약류 처방 범위는 ‘무제한’? … 최근 ‘셀프처방’ 금지 등 개선책 강화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을 처방하려면 정부가 구축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arcotic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NIMS)에 해당 의사가 처방하겠다는 신고를 해야 한다. 의사면허자 수가 2022년 기준 13만4953명인데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는 10만3009명(2023년 기준, 치과의사 및 수의사 제외)에 달한다. 약 3만명의 의사는 향정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장롱면허 의사나 은퇴한 의사 외에도 마약관리에 따르는 번거로움에 비해 처방으로 부가되는 수익이 적어 처방을 기피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가진 자가 특정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기준이나 식약처 허가사항에 따라 처방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급여 지침이나 보건소의 행정지침 등에 의해서 향정 등 일부 마약류의 처방에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면제(또는 항불안제 : 향정), 비만치료제(향정), 항우울제(SSRI나 SNRI : 비 향정) 등은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한 모든 진료과의 전문의는 물론 일반의도 처방할 수 있다. 내시경검사 또는 수술 전처치용 마취제나 향정(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은 정신과 전문의보다는 오히려 내과, 외과 등 해당 진료과에서 더 많이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
항우울증약은 대부분 향정이 아니다. SSRI나 SNRI 등은 과거에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면 60일 미만으로 처방(단일 환자에 단회 처방)이 가능했지만, 2022년 12월부터는 모든 의사들이 60일 이내 범위로 반복 처방할 수 있게 됐다. 비 정신과 의사들과 환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에 개선된 것이다.
ADHD 치료용 향정도 법적으로는 모든 의사에게 처방이 개방돼 있다. 하지만 ADHD를 진단하려면 다른 정신질환 또는 정서장애와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 증빙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주로 정신과 의사만 처방하고 있다. ADHD 약물은 과량 투여 시 심장박동 증가(교감신경 흥분), 혈압상승, 식욕감소와 이에 따른 체중감소, 다른 정신질환(틱장애, 뚜렛장애, 양극성장애 등)의 초래 또는 악화, 공격성 증가, 불안·긴장·흥분 상태의 악화, 녹내장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처방해야 한다.
만약 비 정신과 전문의가 ADHD 약의 처방을 남발하거나, 비급여 임의 처방할 경우 의료법 및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제재,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따른 부당이득 환수조치, 요양비용급여 삭감, 의료인에 대한 교육 및 경고조치가 가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의료법상 정신과 전문의만이 진단할 수 있는 질환군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 기준으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사실상 정신과 전문의의 몫이다.
이런 질환으로는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 양극성장애 및 관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강박 및 관련장애, 외상 및 스트레스 관련장애, 신체증상 및 관련장애, 수면-각성장애, 신경발달장애,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 물질관련 및 중독장애, 성격장애 등이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되는 약물들이 다른 과에서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다른 과 전문의나 일반의도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정신질환은 약물치료에 앞서 상담치료,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이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통해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게 정신과의사회의 입장이다.
마약류의 유사효능군 중복처방·명의도용 처방·대리처방·셀프처방은 사회적 문제
백종헌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DUR을 통해 마약류 유사효능 중복 처방 현황을 살펴보니 총 2190만건이 중복 처방됐고, 그 중에 1509만건 68.8%가 DUR 중복 팝업이 떴으나, 경고를 무시하고 처방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당한 사유로 중복 처방한 경우도 있지만 부작용 우려를 무시하고 약효가 중복되는 의약품을 처방한다면 정신신경용제(불안증 약물)의 병용 투여의 경우 진정, 호홉억제, 혼수상태 및 사망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고령자에서는 운동실조나 과진정도 우려돼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효능군 중복 의약품 팝업 정보제공(2018∼2023.6.) (단위: 건, %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효능군 | 연도 | 정보제공 | 처방유지 | 처방유지율 |
총계 |
| 21,909,639 | 15,092,530 | 68.8 |
마약류 아편유사제 | 전체 | 8,129,088 | 4,309,360 | 53.0 |
2018년 | 607,044 | 371,626 | 61.2 | |
2019년 | 831,917 | 468,114 | 56.3 | |
2020년 | 1,499,434 | 800,317 | 53.4 | |
2021년 | 1,968,418 | 1,028,143 | 52.2 | |
2022년 | 2,123,793 | 1,086,167 | 51.1 | |
정신신경용제 | 전체 | 10,757,610 | 8,458,075 | 78.6 |
2018년 | 1,914,440 | 1,594,144 | 83.3 | |
2019년 | 2,078,531 | 1,658,616 | 79.8 | |
2020년 | 1,918,752 | 1,484,323 | 77.4 | |
2021년 | 1,957,285 | 1,516,812 | 77.5 | |
2022년 | 1,931,031 | 1,486,775 | 77.0 | |
최면진정제 | 전체 | 3,022,941 | 2,325,095 | 76.9 |
2018년 | 489,951 | 398,072 | 81.2 | |
2019년 | 545,015 | 428,119 | 78.6 | |
2020년 | 520,322 | 398,962 | 76.7 | |
2021년 | 548,906 | 415,619 | 75.7 | |
2022년 | 597,819 | 448,263 | 75.0 |
향정의 유사효능 의약품 중복처방에 관련, DUR 경고가 떠도 환자의 질환 상태, 약물반응 등 개개인의 상황이 다른데 DUR의 시스템 한계로 일일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경고를 무시하고 처방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신과의사회 등 상당수 의사들의 반응이다. 환자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DUR 개선과 함께 유사효능 향정의 중복처방을 자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밖에 의사 가족·병원 직원·사망한 환자 이름으로 내는 ‘명의 도용 처방’, 병원 내 상급자 의사가 동료 의사에게 향정 처방을 강요하는 ‘대리처방’, 의사가 자신에게 내는 ‘셀프처방’ 등이 마약류 처방에서 횡행하고 있다.
명의도용 처방은 현행 법규상 명백한 불법이다. 대리처방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불법이다.
현재 의료법상 셀프처방에 대한 제한은 없다. 하지만 셀프처방은 의학적 판단에서 객관성이 결여되기 쉬워 오남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셀프처방은 명백한 처벌 조항이 없었으나 국회가 2024년 1월 9일 마약류 셀프처방을 금지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2025년 2월 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2024년 9월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5월 의사나 치과의사가 항불안제, 식욕억제제, 항뇌전증제 등 마약류 의약품을 본인에게 처방한 경우는 모두 5265명, 9940건(각각 중복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해마다 빠짐없이 본인 투약이 확인된 의사도 1445명으로 확인됐다.
실제 2023년에는 한 의사가 의료용 마약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스스로 14만정이나 처방해 투약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옥시코돈의 1일 복용량 최대치는 24정이며, 14만정은 옥시코돈을 하루에 440정씩 1년 내내 복용해야 하는 양이다.
요컨대 향정의 오남용을 조장하는 처방은 식약처의 NIMS와 DUR 시스템에서 1차로 걸러진다. 이후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사 후 급여 삭감 또는 환수 조치가 내려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할 조건소의 행정제제나 의사단체의 자율징계에 직면할 수 있다. 향정을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싶다면 관련 이수교육을 받아 근거와 경력 증빙을 축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양심에 기반한 적정한 처방일 것이다.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응
마약류 오남용을 예방하려면 마약류의 수요 억제, 공급 억제, 예방 활동(대국민 인식전환 홍보)가 맞물려야 한다. 마약류 오남용 예방에 정책자금을 투입하면 그 18배에 해당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아직은 우리 법 감정 상 마약법 위반 초범에게는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독재국가인 중국에서는 과거 영국에 당했던 ‘아편전쟁’ 패배의 수모를 깊이 새긴 영향인지 사형 등 가혹한 형벌을 가하고 있다. 사전 예방과 처벌 강화가 적절히 구사돼야 할 것이다.
혈액은 마약 투여 후 하루 이틀까지만 흔적이 남고, 소변에서는 투여 후 3~4일까지 검출된다. 모발은 한 달에 1㎝씩 자라고 6㎝가 되는 최장 6개월까지 마약물질이 모발에 잔류한다. 다만 마약물질에 모발에 침착되기까지 걸리는 투여 후 2~5일 이내만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모발검사로는 마약은 물론 마약대사체까지 검출할 수 있다 하니 마약 사범이 숨을 틈은 과학적으로 아주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