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hepatitis B, HBV) 및 C형간염(hepatitis C, HCV) 치료제
B형간염과 C형간염은 각각 고유의 바이러스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간기능 저하로 피로감과 식욕감퇴를 경험하고 간경변과 간암의 위험이 증가된다.
이들 간염의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염증을 완화하고 섬유화를 방지해 간경변과 간암의 발생을 예방 또는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투여된다.
일부 신약은 근치(바이러스의 사멸)에 가까운 ‘증식 제로’ 상태를 자랑하고 있으나 원론적으로 근치적 치료제는 없으며 지속적인 투여를 통해 바이러스의 증식 재발을 억제해야 한다. 단일 약제로 투여하다가 내성 발현에 대응 또는 억제하기 위해 병용 투여를 시행하게 된다.
B형 간염치료제로는 뉴클레오시드 형태로 라미부딘(lamivudine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제픽스정), 텔비부딘(telbivrdine 노바티스 세비보정), 클레부딘(clevrdine 부광약품 레보비르캡슐), 엔테카비르(entecavir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바라크루드정) 등이 있다.
뉴클레오티드 형태로 아데포비어(adefovir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헵세라정),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tenofovir disoproxil fumarate, TDF, 길리어드사이언스 비리어드정), 베시포비르(besifovir, 일동제약 베시보정) 등이 있다.
B형간염 치료제는 대부분 HBV의 DNA가 양성일 때 투여되며 효과가 있는 경우 HBV-DNA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다. HBV가 증식할 때 DNA를 생성 또는 연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HBV가 증식하려면 DNA중합효소에 의해 DNA길이가 연장돼야 하는데 치료제들은 새로 합성되는 DNA 사슬에 끼어 들어가 정상적인 DNA복제를 방해한다. 이들 약은 과거의 인터페론과 달리 경구복용이 가능하고 DNA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므로 인체에 거의 부작용이 없다. 바이러스의 증식 억제 효과는 투여 2주 후 98% 이상에 달하며, HBV-DNA가 소실되는 효과는 최신약일수록 높은데 60~99%(바이러스 불검출)를 자랑한다.
과거 제픽스, 헵세라가 장악하던 시장을 바라크루드, 비리어드가 바통을 이어받아 시장을 지배했다. 지금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2017년 비리어드의 후속 치료제로 출시한 ‘베믈리디정’(성분명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르산염, tenofovir alafenamide fumarate, TAF)가 가장 첨단이다. 베믈리디는 비리어드와 항바이러스 효능이 동등하면서도 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비리어드의 TDF보다 향상된 TAF 성분을 기반으로 신장 독성과 골관련 부작용을 개선했다.
C형간염 치료제로는 과거에는 인터페론 또는 페그인터페론 주사제 단독요법,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rivavirin) 병용요법을 사용했으나 치료성공률은 각각 10%, 50% 수준에 그쳤다.
페그인터페론 알파 제제인 페그인터페론 알파 2a(peginterferon-α-2a), 페그인터페론 알파 2b(peginterferon-α-2b)는 세포의 면역 활성을 유도해 HCV를 제거하고 간염 증상을 완화한다. 다만 모든 세포의 면역 활성을 유도하기 때문에 C형간염 특이적 치료제라고 할 수는 없다. 인터페론은 독감 유사 증상(발열,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주사 부위 부종 및 통증, 구역, 수면장애, 근력저하, 간독성 등 전신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다.
리바비린은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RNA 대사를 방해하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다. 단독으로 사용하면 간수치가 개선되는 효과는 있지만 바이러스의 수준을 낮추지 못하는 게 한계다. 또 리바비린은 기형아 유발 위험, 용혈성 빈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환자마다 치료반응에 차이가 있고, 간독성을 띨 수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기존 항바이러스의 기전과 달리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과정 중 한 곳에 직접 작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의 경구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 acting antivirals, DAA)를 신약으로 승인하면서 만성 HCV 치료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DAA 개발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DAA는 치료 효과가 90~95% 이상으로 기존치료제에 비해 치료반응률이 높다. 더욱이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내성을 줄였으며, 경구제 형태로 복약순응도를 높였다. 투여중단율을 낮춰 치료성적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DAA 치료는 더 이상 주사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경구복용만으로 HCV를 컨트롤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바이러스 억제 도달시간)이 짧으며 치료율이 높은 장점을 갖는다. 바이러스의 유전자형, 이전 약물치료 경험, 간경변증 동반 여부 등에 따라 약물 선택이 달라지며 두 가지 이상 약물의 병용요법이 이뤄진다. 다양한 약제와 약물상호작용을 가지므로 처방 전에 이를 확인해서 조정해야 한다.
DAA는 항바이러스 작용기전에 따라 △NS3/4A 단백분해효소 억제제인 파리타프레비르(paritaprevir)·아수나프레비르(asunaprevir)·글레카프레비르(glecaprevir)·그라조프라비르(grazoprevir) △NS5A 복제복합체 억제제인 다클라스타비르(daclastavir)·레디파스비르(ledipasvir)·옴비타스비르(ombitasvir)·엘바스비르(elbasvir)·피브렌타스비르(pibrentasvir)·벨파타스비르(Velpatasvir) △NS5B 뉴클레오타이드 중합효소 억제제(nucleotide polymerase inhibitor)인 소포스부비르(sofosbuvir)·다사부비르(dasabuvir) 등으로 나뉜다.
국내외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은 애브비의 ‘마비렛정’(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glecaprevir·pibrentasvir),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하보니정’(성분명 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Ledipasvir·Sofosbuvir)과 ‘소발디정’(성분명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 한국MSD ‘제파티어정’(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 elbasvir·grazoprevir)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초의 DAA 제제가 소발디정으로 역사에 남을 만하다. 소발디는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HCV NS5B 뉴클레오사이드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피리미딘 뉴클레오시드 유사체(pyrimidine nucleoside analogue)다. 간에서 인산화돼 뉴클레오사이드와 경쟁적으로 바이러스의 NS5B 중합효소 부위에 결합해 HCV RNA 복제를 중단시키는 기전이다.
소발디의 페그인터페론을 포함하지 않는 치료법은 이상반응 발생에 따른 치료 중단율을 낮춰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간장애, 신장애, 간이식 전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치료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에이즈 치료제의 종류와 기전은 2023년 5월에 상세하게 다룬 바 있다.
B형간염 및 C형간염 치료제 상당수는 에이즈 치료제와 겹친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활용되고 있거나 응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는 HIV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레트로바이로스(retrovirus)에 속하고 HBV나 HCV는 파라레트로바이러스(para-retrovirus)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들 바이러스는 모두 RNA 바이러스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를 감염시킨 뒤 자신의 RNA를 역전사효소(retrotranscriptase)를 사용해 상보적 DNA로 역전사한다. 이같은 상보적 DNA(이중가닥)를 레트로바이러스의 통합효소(Intergrase)를 사용해 숙주세포의 핵내 유전체에 삽입한다. 이렇게 삽입된 레트로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프로바이러스(provirus)라고 부른다. 프로바이러스는 숙주 핵내 전사과정을 가져 단일가닥의 DNA로 풀어지고, 조립(assembly, 캡시드 단백질 안에 유전물질과 효소를 담음)과 싹트기(budding, 숙주세포막에서 캡시드에 외막을 입혀 숙주세포 밖으로 방출시킴) 과정을 거쳐 새로운 바이러스로 탄생하게 된다.
진핵생물은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는 ‘전사’를 거쳐 RNA를 바탕으로 단백질이 합성되는 원리로 생존한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진핵생물의 기본적인 생존원리를 따르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존재로서 자체 RNA를 바탕으로 상보적 DNA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DNA를 숙주세포의 DNA에 통합시켰다가 재자 분리하는 절차를 밟는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인 핵산이 캡시드에 의해 보호되는 뉴클레오캡시드(nucleocapsid) 복합체 형태를 갖는다. 캡시드(capsid)는 바이러스의 게놈(유전체)을 감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로 바이러스의 게놈이 핵산분해효소 등에 의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막의 수용체에 잘 부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캡시드는 숙주세포에 침입한 다음 숙주세포나 바이러스의 자가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파라레트로바이러스는 레트로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를 바탕으로 상보적 DNA를 만들어내는 역전사 과정을 공유한다. 상세한 생존 기작은 다르지만 크게는 같은 기작을 갖기 때문에 HBV나 HCV 치료제 일부가 에이즈 치료제로도 쓰인다. 에이즈 치료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단일제 또는 복합제 여부에 따라 수십 가지로 세분된다.
인유두종바이러스 치료제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는 유형에 따라 사마귀(warts) 또는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킨다.
사마귀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로는 이미퀴모드(Imiquimod, 알다라크림)가 있다. 성인의 외부생식기 및 항문주위 사마귀, 첨형 콘딜로마의 치료에 국소적으로 사용한다. 면역체계를 자극해 HPV와 싸울 능력을 증강시킨다. 도포 부위의 피부 발적과 팽윤이 흔한 부작용이다. 그 밖의 사마귀 치료제는 화학적, 물리적으로 사마귀를 파괴하는 것들이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HPV 백신은 이제 보편화돼 사춘기 소녀는 물론 가임기 여성, 중년 여성, 청년 남성으로 적용 대상이 넓혀지고 있다.
인터페론 제제
인터페론은 바이러스 감염 시 면역세포에서 생산 및 분비되는 물질로 항바이러스 효과와 면역조절 능력을 증강시킨다.
인터페론은 1형( IFN-α, IFN-β, IFN-ε, IFN-κ, IFN-ω), 2형(IFN-γ), 3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1형과 2형은 면역반응을 활성화한다. 1형과 3형은 세포질 및 엔도솜 수용체에 의해 바이러스 성분, 특히 핵산을 인식하면 사실상 모든 면역세포 유형에서 유도될 수 있는 반면 2형은 IL-12와 같은 특정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되고 T세포 및 NK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에 의해서만 유도된다.
인터페론알파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혈구(leukocytes)에서 생산되는 반면 인터페론베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섬유아세포(fibroblast)에서 생성된다. 인터페론감마는 항원에 감작된 림파구(선천면역계의 일부인 NK세포 또는 NKT세포, CD4 양성 보조T세포(Th1), CD8 양성 세포독성T세포(Cyt T) 등)에 의해 주로 생산된다. 또는 미토젠(mitogen, 유사분열 물질)에 의해 생산된다.
인터페론알파-2a와 인터페론알파-2b 주사제는 만성B형간염, 만성C형간염, 악성흑색종, 만성골수성백혈병 등에 투여된다.
인터페론에 페길화(폴리에틸린글리콘(Polyethylene glycol, PEG)을 결합시킴)를 시켜 반감기와 작용시간을 늘린다. PEG-IFN-α 2a는 라이신 잔기에 공유 결합된 분지된 40kDa PEG 사슬을 가지며 온전한 분자로 순환하는 반면, PEG-IFN-α 2b는 주사 후 가수분해되는 불안정한 우레탄 결합을 가진 공유 결합된 선형 12kDa PEG 사슬을 가지고 있다.
페길화된 PEG-IFN-α 2a는 만성B형간염 및 만성C형간염에만 쓰인다. 우수한 경구약이 등장함에 따라 최근에는 유통이 거의 중단됐다.
페길화된 PEG-IFN-α 2b(ropeginterferon-alfa-2b-njft, 상품명 BESREMI)는 저위험군(국내의 경우 세포감소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 한함) 및 고위험군의 증상을 동반한 비장비대증이 없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로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공식 허가된 제품은 모두 3종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주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 미국 머크(MSD)의 경구약 ‘라게브리오캡슐’(Lagevrio 성분명 몰누피라비르 molnupiravir), 라게브리오를 유효성에서 압도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정’(Paxlovid, 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nirmatrelvir, PF-07321332) 및 리토나비르(ritonavir) 혼합약) 등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2021년 12월에 상세하게 다룬 바 있다. 베클루리는 정맥주사제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회복 기간을 위약에 비해 5일가량 단축하는 수준의 효과에 그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감염 후 5일 이내에 복용하면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입원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니르마트렐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요한 SARS-CoV-2-3CL 프로테아제를 억제한다. 저용량의 리토나비르는 니르마트렐비르의 대사 또는 분해를 늦추어 더 높은 농도에서 활성 상태를 유지,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을 준다.
항바이러스제는 치료 대상 질환별로 효과와 투여기간, 부작용이 다양하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무력증, 피로, 두통, 발열 등이다.
치료 반응 및 부작용 관찰을 위해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감염이 불완전하게 치료되어 내성 발현을 가속화시킬 수 있으므로 정해진 용량과 복용기간을 지켜야 한다. 제품별 주의사항을 허가사항을 통해 확인해 임상치료에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