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일 77명, 2일 63명으로 이틀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부산에선 병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든 확진자 규모가 급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연휴를 코로나19의 변곡점으로 보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상온에 노출됐던 독감백신에 접종한 이들의 수가 하루하루 늘어나면서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감과 코로나19에 동시 감염되면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역을 방해하는 '가짜뉴스'의 근원지로 지목됐다. 최근에 발표된 주목할 만한 코로나19 관련 연구결과와 주장을 찾아 사실 여부를 점검해본다.
미국에서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만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O)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짜뉴스 때문이며, 그 진원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에 관한 3800만개의 기사를 분석하고,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분석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세계의 영어로 된 3800만건의 코로나19 대유행 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체 가짜뉴스의 38%를 차지했으며, 이는 인포데믹(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 나타나는 혼란)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사라 에바네가(Sarah Evanega) 코넬대 과학부 책임자는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잘못된 정보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놀랍다”며 “사회에 나쁜 보건적 영향을 미칠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도 가짜뉴스를 퍼트리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4일 ‘소독약과 자외선으로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하다’는 발언한 뒤 1만개도 되지 않던 ‘기적의 치료제’에 관한 기사가 3만개로 늘어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주요 요인이라는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강조해 제약회사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소셜미디에서 ‘파우치 사퇴’ 해시태그를 단 뉴스는 1만1000여건 이상이었으며, ‘민주당사기’ 해시태그 기사는 4만건, ‘기적의 치료제’ 해시태크 기사는 29만5000건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보건 전문가들은 간결하고 정확한 정보가 감염병 발생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라고 말한다.
오바마 정부 시절 식품의약안전청 부국장을 지낸 조슈아 샤프스타인(Joshua M. Sharfstein)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Johns Hopkins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JHSPH)의 부학장은 “소문은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있을 때 퍼진다”며 “계속해서 잘못된 정보가 돌아다니면 ‘훨씬 더 많은 감염과 사망’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정직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대선을 한달 앞둔 2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와 영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즉시 격리하고, 회복 절차를 시작하겠다. 우리는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이 전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진단검사를 실시, 양성으로 판정됐다. 미국은 현재 재선을 한달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 상황이 투표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독감과 코로나19 동시에 걸리면 사망률 높아진다? (O)
올 가을‧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해 당국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시기를 한 달 앞당기고 대상자도 넓혔으나 백신 상온 노출 사건으로 인해 무료 접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독감과 코로나19는 증상이 비슷해 함께 유행하면 방역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고, 동시에 감염되는 중복감염이 일어날 경우 전파력도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중복감염자가 코로나19에만 감염된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공중보건국 연구팀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시 감염 환자 58명의 치명률은 건강한 사람의 6배, 코로나19 환자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올해 1~4월 병원을 찾은 환자 1만9000여명을 분석한 결과 독감만 걸렸을 때는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5% 높았다. 코로나19만 걸렸을 때는 사망률이 27% 올라갔다. 하지만 독감과 코로나19 모두 감염됐을 때는 사망률이 43%로 나타났다.
다만 독감을 앓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58%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흡기질환으로 타인과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와 독감에 중복 감염된 사례는 3번이었다.
다만 독감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은 지난해 가을 독감백신 접종률과 올 초 65세 이상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비교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중환자·사망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독감백신을 맞으면 인체의 전반적인 면역기능이 강화돼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거나 감염 시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종이 다르므로 상관관계가 없으며 호흡기질환의 유행이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지난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 이 센터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1만3000여명 중 독감백신을 접종한 4138명과 접종하지 않은 9082명을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감염 혹은 중증 발병과 독감백신 접종 간에 상관관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중개과학저널’에 발표됐다.
모유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O)
모유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중국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퉁이강 중국 베이징대 교수 연구팀은 2017년 모은 모유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양한 생물세포에 접촉시키자 대부분의 바이러스 번식(복제)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모유와 건강한 세포를 먼저 접촉하게 한 후 바이러스에 노출시켰을 때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사람 세포뿐만 아니라 동물 세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모유에 함유된 ‘유청’(Whey) 단백질 역할에 주목했다. 모유의 유청 단백질은 인체에 빨리 흡수되고 신체 발육 및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청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일부가 면역력을 강화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은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은 “소나 염소젖 속 유청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70%라고 볼 때 모유 속 유청의 효과는 100%였고, 부작용도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모유를 가열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떨어졌다. 모유를 90도로 10분간 가열한 경우 유청 단백질의 효능이 사라져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5분의 1 미만으로 감소했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모유 수유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모유 수유를 계속하라고 권장한 바 있다.
WHO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모유 수유한 산모 46명을 추적한 결과 3명의 모유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면 1명의 아이만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확진된 아이의 경우 다른 경로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있다며 모유 수유의 이점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퉁이강 교수는 “모유 수유가 HIV(에이즈 유발 바이러스) 외에 코로나19 퇴치에도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위한 요인을 밝히는 작업에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료 검증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지난 25일 발표됐다.
노숙자 중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 (△)
노숙자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방역 구멍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최대 노숙자 쉼터인 ‘MSC 사우스’에 집단감염이 발생해 68명의 노숙자와 2명의 쉼터 관리자가 감염된 게 그 예다. 브라질 사회복지국에서도 지난 5월 최소 22명 이상의 노숙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노숙자와 극빈층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컸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미등록 외국인과 노숙인 등 우리 방역체계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방역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며 재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조사에서 노숙자 감염이 1건도 발생하지 않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5일부터 8월 4일까지 결핵과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민 4599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한 결과 모두 코로나19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숙자에 대한 사회적 고립이 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감염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밀접 접촉했느냐가 중요한데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방역이 강조되면서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식사제공 봉사가 거의 모두 중단됐다”며 “노숙자는 일반 사회와 동떨어져 있으며 쉼터 등에서 머무는 비율도 낮아져 감염 위험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감염병에 취약한 방역의 사각지대로서 위험성을 가진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은 노숙인들이 야외에 주로 머물고 잠도 밖에서 자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오면 상황은 정반대가 될 수 있다”며 “노숙인 쉼터 등은 감염병 전파가 쉬운 ‘3밀(밀폐·밀집·밀접)’ 조건의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노숙인은 결핵이나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감염될 경우 일반 사람보다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겨울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결핵검진 때 신종 코로나 검사도 다시 한 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과 생활시설에 머무는 노숙인, 쪽방 주민 규모는 2018년 기준 1만646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