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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재벌병원’ 서울아산병원 vs 삼성서울병원 라이벌전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09-28 23:50:23
  • 수정 2020-10-30 18: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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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공장’ ‘수술의 아산’ vs ‘고객만족 신화’ ‘관리의 삼성’ … 간이식 vs 폐암수술 … 선점 우위 고수 vs 양성자·신축 맞불
‘수술의 아산’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왼쪽)과 ‘환자 중심의 정수’로 통하는 삼성서울병원 전경
한국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인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1989년 6월 23일 개원한 서울아산병원과 5년 뒤인 1994년 11월 9일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은 현대와 삼성이라는 모 기업을 두고 있어 세간에서 ‘재벌병원’으로 불리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새 의료 장비 도입이 삐걱거릴 때 최고경영진에게 서로 “아산엔 있습니다” 또는 “삼성에도 있습니다” 한 마디면 결재가 일사천리로 났다고 의료계에서 회자된다. 이렇게 두 병원은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서로를 거울로 삼아 경쟁하며 끊임없이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해왔다.
 
서울아산병원 ‘균형’ VS 삼성서울병원 ‘환자행복’ 중시
 
우선 두 병원은 최대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 서울아산병원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균형을 이루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의 행복을 절대 가치로 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변화의 공감대를 형성, 급변하는 환경 속에 살아남기 위해 전문화된 진료역량을 구축하고, 모든 진료 시스템을 융합시키는 노력을 했다. 독자적인 질평가 기준(Asan Global Standard, AGS)을 만들어 글로벌 병원으로 우뚝 서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 당시 ‘환자중심, 고객만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고 2012년 9월 당시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이 환자 행복과 의료 혁신을 함축적으로 융합한 신개념인 ‘해피노베이션 20×20’을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2020년까지 20개의 진료 및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혹은 최초가 되겠다는 후발주자로서의 이를 꽉 깨문 다짐이었다.
 
삼성은 전문의 중심의 응급실 진료시스템을 도입하고, 실시간 응급의료정보시스템(POINT)을 구축했다. 2013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개설하고 24시간 중환자 전담 전문의 배치 등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은 의료혁신의 첫발을 내딛었다.
 
두 병원은 개원 당시 병상 수가 1100개로 규모가 비슷하고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막상막하의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5년 먼저 설립된 서울아산병원이 능력 있는 의사를 선점한 덕분에 승기를 잡았고 그 격차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게 의료계 전반의 평가다.
 
서울아산병원 ‘실력 있는 의사 대거 포진’ VS 삼성서울병원 ‘서비스 차별화’
 
1980년대 초 서울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을 개발하면서 병원 부지를 확보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는 병원 건립도 구상했다. 정 회장이 직접 ‘인물’을 찾아 나섰다.
 
정 회장이 만난 두 사람은 내과계의 거물인 이문호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와 외과계의 스타였던 민병철 고려대 구로병원장이었다. 이들이 각각 유능한 의료진을 영입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나중에 각각 초대, 2대 서울중앙병원(옛 이름)의 병원장을 맡았다.
 
이 교수는 ‘이문호 사단’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계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이 교수가 내과계, 민병철 교수는 외과계 의사들을 초빙하러 다녔다. 당시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에 몸담고 있던 교수들로부터는 대개 ‘퇴짜’를 맞았다.
 
‘재벌이 돈을 쏟아 부으면 공장은 지을 수 있어도 병원은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었다. 고심하던 두 사람이 눈독을 들인 사람들이 서울대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모교에 남지 못하고 다른 국립대 또는 사립대 병원으로 ‘밀려나’ 있던 의사들이었다.
 
하지만 실력이 쟁쟁한 교수들인 만큼 한 곳으로 모으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문호, 민병철 두 사람의 영향력이 힘을 발휘해 성과를 이뤄냈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 의사들을 접촉해 23명을 초빙해 오기도 했다. 주로 내과계 의사들이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만한 의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간이식 분야의 이승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자랑이라 할 만큼 대표적인 명의로 손꼽힌다. 이 교수는 2000년 세계 최초로 2 대 1 간이식(이식해야 할 간의 양이 적은 경우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에 성공하면서 세계 간이식의 역사를 바꿔놨다.
 
지난 7월 17일 기준으로 간이식 수술 누적 건수가 7000건을 넘어서는 대역사를 썼다. 수술 후 환자 생존율도 98%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간이식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간이식의 메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심장병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정 교수는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심혈관질환의 최고 명의로 불린다. 좁아진 심장관상동맥에 풍선을 불어넣거나 스텐트(탄성 금속그물망)을 삽입해 넓히는 중재지술의 세계적 대가다. 그가 이끄는 심장 스텐트 중재시술팀은 연간 2600~2800건의 시술을 시행해오고 있다. 성공률은 99.9% 이상으로 완치에 가깝다.
 
소화기내과의 김명환 교수, 위장관외과의 김병식 교수, 산부인과 남주현 교수도 서울아산병원의 자랑이다. 김명환 교수는 담도·췌장 질환에 대해 수백 건의 논문을 발표하고 췌장염 진단법을 개발해 자신의 성을 따 ‘김 진단법’을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김병식 교수는 위암 명의로 복강경 위암수술만 이미 2016년 6100건을 돌파해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 과정을 뱃속에서 진행하는 수술법을 통해 합병증과 통증을 최소화했다. 완치율이 95%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남주현 교수는 부인암 분야 1인자다. 그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로 여성암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강경 자궁경부암 수술만 1300건 이상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수술의 아산’이라 불리며 승승장구할 때 삼성서울병원은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다림, 보호자, 촌지 없는 3무(無) 병원을 내세우며 환자를 고객 대하듯 친절하게 모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원 당시 환자만족, 고객만족을 얘기하니 주변 병원에서 다들 미쳤다고 할 정도였고 ‘병만 잘 고치면 됐지 무슨 친절이냐’는 편견이 있었다. 그래도 삼성서울병원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다. 그 결과 현재는 모든 병원이 다 친절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삼성이 앞을 먼저 내다 본 결과다.

먼저 시작한 격차, 규모의 차이가 술기의 격차로 이어져
 

규모 면에서는 갈수록 서울아산병원과 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본관에 이어 동관, 신관을 증축하면서 2705병상까지 확대, 현재 ‘치료 공장’ 소리를 듣고 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공간의 제약 때문에 병상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병상 수는 1989개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도 본격 리모델링 공사에 나서면서 규모를 늘리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서울병원은 신축하려고 했던 남측 야산(광수산) 부지가 그린벨트에 묶이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원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은 리모델링 및 확장을 위한 공사를 물밑에서 준비해왔다. 운영자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4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삼성생명보험이 보유한 일원동 부지에 대한 건축 승인을 받아 지난 8월초부터 일부 공사에 들어갔다.
 
신축 건물이 들어설 곳은 서울삼성병원 정문 건너편 임야 등(일원동 175-4번지 외 61필지, 건축면적 9679.15㎡, 2928.46평)으로, 공사 예정기간은 2022년 9월 30일까지다. 몇 개의 병실이 들어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들어서게 된 다면 서울아산병원과 비등한 규모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 건물은 본원과 고가 육교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아직까지는 의사 수, 수술 건수, 외래 환자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서울아산병원은 의사 수가 1600여명에 달하고 수술 건수도 연 6만7228건이 넘는다(홈페이지 게재 기준). 외래 환자 수는 일일 평균 1만11885명이 다녀가는 셈이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의사 수 1344명, 수술 건수 연 4만0108건으로 서울아산병원에 못 미친다. 외래 환자 수는 하루 평균 7625명꼴이다.
 
두 병원은 모든 면에서 정주영과 이병철만큼 스타일이 다르다. 서울아산병원부터 보면 ‘불도저 스타일’로 잘하는 의사를 전폭 지원하며 키웠고, 이후 심장질환, 장기이식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실적을 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반도체 스타일’로 전체 의료진을 꼼꼼하게 관리하며 육성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 초창기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가 집안일로 휴가원을 냈더니 ‘의사가 알아서 쉬면 되지 연월차를 왜 내냐’라는 분위기였다. 반면 삼성서울병원 모 교수는 “새로 부임한 의사를 위해 동창 환영회를 했다가 위에서 ‘병원 내 사모임은 금물’이라고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의 서비스 수준을 호텔급으로 올려놓았다. 환자를 ‘고객’으로 부르자 의료계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친절하기만 하면 병이 저절로 낫느냐’는 등 처음엔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료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친절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고, 환자가 타고 온 승용차와 택시 문을 열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환자만족’에 관한 한 삼성서울병원을 능가할 수는 없었다. 이 병원은 원내 서비스 체크를 할 때 조사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 조사 동선이 ‘동→서’였으면 내일은 ‘서→동’으로 돈다는 후문이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이 진료 실적을 바탕으로 한 발 앞서 달리고, 삼성서울병원이 시설 투자 등에 힘을 쏟으며 추격하는 양상이다. 삼성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2016년 5월 양성자치료센터를 열었다. 국립암센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해서 의미가 다소 약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 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는 중입자 가속기를 2024년말에 본격 운영하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뒤늦게 검토했지만 2022년 한발 앞서 중입자 가속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중입자의 치료효과는 양성자를 압도하기 때문에 삼성의 투자가 빛을 잃는 아픔이 있다.
 
삼성은 의술 술기의 뒤떨어지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스타의사를 영입했지만 폐암수술, 인공심장이식, 신장이식 등에서 근소하게 앞설 뿐 대다수 영역에서 아산에게 밀리고 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전자 등의 IT 경쟁력을 활용해 암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맞춤치료 등에서 치고나가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산도 일찍이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등을 설립해 내공을 다져온 바 있어 쉽게 이기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연구원과 제휴해 상업화에 성공한 벤처는 압타머사이언스, 브렉소젠, 헬릭스미스 등 수십 개에 이른다.
 
하지만 두 병원 모두 고민해야 할 점도 있다. 규모가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문제다. 오래전 일이지만 서울아산병원 외과에서 촉망받던 김희철 교수가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 아산병원 의료진을 당혹스럽게 했다. 스타 교수였던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도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서울아산병원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간호사 인력의 혹사도 시급한 문제다. 환자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간호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가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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