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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병원의 공공연한 PA … 만성 의료인력 부족 메워줄까, 불법으로 남을까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9-28 16:43:12
  • 수정 2020-10-30 18: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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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간호사 제도 활용해 양지화 추진 중 코로나19로 중단 … 의료계 내부에선 입장차로 갈등
정부가 용역연구를 토대로 지난 3월 진료보조인력(PA)를 전문간호사의 업무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부령 시행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논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2018년 양성화 여부를 놓고 한참 논의됐던 PA(Physician's Assistant) 제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료보조인력이라는 의미의 PA는 환자의 처치나 수술 과정에서 의사를 도와, 때로는 실질적으로 의사를 대신해 의료행위에 관여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의사의 공백을 메운다는 현실적인 명분이 있지만 이들에게 의료행위를 분담시키면 환자안전에 위험이 따른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PA는 의사의 의료업무 일부를 분담하는 의료인력으로 국내에서는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많은 국가가 제도화하고 있다.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국내 의료계에서 PA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PA들은 지난 8월 의사들의 총파업 사태에서도 빈자리를 메웠다. 의대생의 의사국가고시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몇 년간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지금 PA를 공식화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정부는 전문간호사 제도를 활용해 PA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난 3월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새롭게 규정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하려 했으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절차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최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PA에게 진단검사를 맡긴 이른바 ‘빅5’ 병원 소속 교수들을 고발했다. 논란의 PA 제도가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 상황에 답이 될 수 있을지 알아본다.
 
국내 PA, 1000명 이상 추측 … 일선에선 만연, 제도상으론 불법의료

의료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하던 업무를 상당수 대신하고 있는 것은 소위 PA라고 불리는 간호사들”이라며 “위계와 권력적 업무관계 아래에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인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PA는 병원 내에서 의사가 아님에도 의사의 의료행위를 일정 부분 분담하고 있다. 주로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이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중 간호사가 95%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공의가 부족한 대학병원 등에서 SA(Surgical Assistant), NP(Nurse Practitioner), CNS(Clinical Nurse Specialist) 등 다양한 명칭으로 PA를 채용해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29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병원에서 총 971명의 PA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 중 15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PA는 762명이었다.

교육부가 2017년 국회에 제출한 ‘국립대병원 의료 지원 인력 PA 현황’ 자료에서도 전국 10개 국립대학병원의 PA 수는 2013년 392명에서 2017년 897명으로 늘었다. PA 활동이 불법에 속하므로 이를 감안하면 실제 PA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PA가 맡고 있는 의사 업무는 △동의서 받기(수술·시술, CT·MRI 등) △대리처방 △창상 소독 △수술 및 상처분위 봉합 △수동식 인공호흡기 작동 △채혈 △수술 기록지 작성 △중심정맥압(CVP) 측정 △중심정맥 삽입관 제거(C-line remove) 등이었다. 이밖에도 공휴일이나 야간에 의사를 대신해서 진료를 보는 등 의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고 있는 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PA 업무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엄연히 불법이고 만약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행위를 한 간호사가 불법 의료의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PA 업무 자체가 의료법 위반의 여자가 있어 PA 규모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PA 실태는 모두 내부고발을 통해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내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문제 발생 시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정부, PA 합법화 추진 움직임… 전문간호사 영역으로 편입

PA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단골 소재다. PA를 제도화해서 합법적인 영역으로 양성화하고 전문인력으로 육성해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미국‧독일‧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PA가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PA 육성에는 전문간호사제도 활용이 가장 쉽게 언급된다. 전문간호사는 2003년 ‘전문간호사과정 등에 관한 고시’ 법률안에 따라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산업, 보건, 아동, 응급, 임상, 정신, 종양, 중환자, 호스피스 등 13개 전문분여에서 상급 실무수행 자격을 인정받은 간호사에게 자격이 부여된다.

간호학사 취득 후 3년 이상 임상경력을 쌓았다면 전문간호 과정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대학원 과정은 2년 6개월이다. 전문간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만5718명이 배출됐다. 하지만 이들의 업무 범위가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의료현장에서는 크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전문간호사 유효 수요율이 54.9%에 불과했다.

정부는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PA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전문간호사제도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보고서에서도 PA를 전문간호사 직역 업무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도출된 이번 보고서는 “대형병원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일부 PA 역할을 엄격히 재정리해 전문간호사 영역으로 재편하면 일선의 불법적인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용역연구를 토대로 지난 3월 PA를 전문간호사의 업무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부령 시행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해당 안에 대한 논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의료계 내부서도 찬반 입장 갈려 … PA 행위에 대한 법원 결정 기다려

최근 PA의 합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파행으로 내년도 대형병원의 인턴 인력 수급이 문제로 떠오르자 PA를 서둘러 합법화해 이를 대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난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년도 인턴 수급 문제 관련, “병원에서 인턴들이 하는 업무가 사실 거의 대부분 간호사들에게 위임될 수 있는 업무이고, 의사의 지시를 받아 소위 ‘PA’에게 위임돼 있는 상황이다. 업무 공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단체 등 의료계 내부에서는 PA 합법화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김 교수가 말하는 PA의 정확한 용어는 ‘UA’(unlicensed assistant, 무면허 보조인력)”이라며 “간호사는 간호업무를 하는 인력이지 의사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인턴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법의 면허체계 근간을 흔드는 UA를 끌어들이는 것은 정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향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라며 “일부 의료기관의 불법적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 등은 PA들이 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의사와 간호사 간 업무 분장을 명확하게 하고, 근본적으로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초선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회장은 “기존 PA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 전문간호사 제도권 안으로 수용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내 상호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최근 검찰이 PA의 불법의료 행위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18년 12월 대한병원의사협회는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불법의료 명목으로 신고했다. 병의협은 이들 병원에서 PA가 골막천자‧심장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외과 수술실에서 봉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성모병원 고소 건은 고발인 측의 증거 부족으로 수사가 진전되지 않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아산병원 건은 PA가 심장초음파 검사했다는 혐의는 불기소, 골막천자 검사 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재까지 PA가 불법인 이상 행위가 확인되면 처벌을 면치는 못하겠지만, 검찰이 PA 합법화를 추진하려는 정부 움직임과 발걸음을 맞출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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