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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크는 것도 병?” … 생각보다 심각한 ‘성조숙증’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09-22 13:58:37
  • 수정 2020-10-16 11: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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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가슴·고환 커지면 의심 … 치료 늦으면 성장 효과 적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아이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건강 영역도 침해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되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남에 따라 소아비만, 조기 초경, 성조숙증 등의 성장기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졌다.
 
“빨리 자라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성조숙증은 뭘까. 성조숙증은 여자아이가 만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나타나고,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졌을 때를 말한다. 성조숙증은 5000~1만명 당 한 명꼴로 발생하며 여자아이에게서 3~23 대 1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자아이에서 성조숙증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성호르몬이 쉽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성조숙증은 ‘진성 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나뉜다. 진성 성조숙증은 특별한 원인없이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이 조기 성숙돼 2차 성징 등 사춘기가 나타나거나 뇌종양, 뇌의 선천성 기형, 수두증, 뇌염 등 뇌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난다.
 
가성 성조숙증은 중추신경계가 아닌 부신, 난소 등 말초 신체기관에 문제가 생겨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불완전하게 사춘기 형태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여자아이의 95%에서 특별한 원인없는 진성 성조숙증이 나타나고, 남자아이의 성조숙증은 20% 정도가 뇌종양 때문인 것으로 본다. 성조숙증은 어떤 원인으로 발생되는 건지 알아보자.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가슴·고환 커지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보고 치료를 받아야한다.
비만이 초경 앞당겨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 체중이 늘수록 특히 체지방이 많을수록 사춘기와 초경이 빨리나타난다. 체지방에 있는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춘기 관련 물질인 ‘렙틴’이 비만아일수록 다량 분비되면서 사춘기 발현을 앞당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도 문제다. 환경호르몬이란 사람이나 동물에서 정상적으로 생성 분비되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활동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생성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환경호르몬은 소아나 청소년 신체 내에서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사춘기적 변화를 유발, 내분비계의 호르몬 교란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은 쓰레기장에서 발생되는 다이옥신, 장난감과 플라스틱 재료로 쓰이는 프탈레이트, 아기젖병 원료 중 하나인 비스페놀A 등이 있다. 미국소비자연맹에서는 아기를 가진 부모들에게 비스페놀A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젖병을 피하고 유리 등 다른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가족력이 가장 큰 원인 … 부모 조기 사춘기 자녀 신체변화 꼼꼼히 체크
 
지금까지 밝혀진 성조숙증의 가장 확실한 원인은 가족력이다. 부모나 친척 중 성장기에 남보다 일찍 큰 뒤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면 자녀 또한 그럴 확률이 높다. 부모가 사춘기가 빨랐던 경우 대개 자녀도 사춘기가 빠르다. 따라서 부모가 조기 사춘기 변화를 보였다면 성장하는 자녀의 신체변화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출생 전 태내 성장도 사춘기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이므로 출생 체중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출생 체중이 2.5kg 이하(저체중아)일 때 성조숙증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는 특히 성장관리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문제 … 가정내 불화가 성조숙증 불러와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육질을 좋게하기 위해, 달걀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 사료 등에 이용되는 여성호르몬도 소아 청소년이 간접적으로 섭취해 몸에 축적되면서 사춘기 발현 교란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가정 내 불화가 잦고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 있는 여자아이의 사춘기 발현이 빠르다는 결과도 알려져 있다.
 
이는 성인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경우 생리불순이 발생하는 것과 연관된다. 정상적 월경주기는 중추신경,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 등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에 기반한다.
 
빨라진 ‘몸’의 사춘기 … 지난해 소아청소년 10만8576명 병원 찾아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 시작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서도 사춘기 말기에 시작되는 여자아이의 평균 나이가 약 40여년전엔 14.1세였으나 최근에는 12.1세로 앞당겨 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성조숙증 어린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소아청소년은 10만8576명으로 2013년 6만7021명 대비 약 60% 이상 증가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성조숙증이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유방의 발달로, 남자아이는 고환의 크기(고환의 세로 길이가 2.5cm 이상이거나 고환용적이 4ml 이상)로 사춘기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평균 사춘기는 여자 아이의 경우 10~11세경, 남자아이의 경우 12~13세에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성조숙증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경이 빨라지고 키가 작아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에서다.
 
‘어차피하는 건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경을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실제로 처리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키 문제는 뼈의 발달이 빨라져 일찍 자라고 그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자랄 수 있는 키보다 작아진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특정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어 검사와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을 해야 한다. 한 번의 방문으로 진단이 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반복해 지켜봐야 정상적으로 자라는 아이인지, 빨리 자라는 아이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정인혁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교수 “치료는 증상이 나온 시점부터”
 
병원에 가면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들어봤다.
 
정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 방법에 대해 “4주나 1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는 것”이라며 “성선자극호르몬(생식샘자극호르몬)이라는 성호르몬을 많이 넣어줘 피드백 작용에 의해 성호르몬 자체가 나오는 것을 억제시킨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치료법”이라고 소개했다.

성선자극호르몬유리호르몬(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 GnRH Agonist) 계열의 류프롤라이드초산(leuprolide acetate) 제제와 트립토렐린(triptorelin) 제제가 쓰인다. 이들 약은 남성호르몬 억제를 통해 전립선암 치료에도 쓰이고,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에 쓰인다. 또 여성호르몬도 억제해 자궁내막암 치료나 폐경전 유방암의 억제에도 응용된다. 과다월경, 심한 복통·요통·빈혈을 수반하는 자궁근종의 수축 및 증상 개선에도 투여된다.
 
류프롤라이드 성분으로는 대웅제약의 ‘루피어데포주’, 동국제약의 ‘로렐린데포주사’ 등이 있다. 트립토렐린 성분으로는 한국페링의 ‘데카펩틸데포주’ , 한국입센 ‘디페렐린피알주’가 있다. 

 
정 교수는 “치료에 들어가게 되면 주사를 정기적으로 잘 맞는 게 중요하고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치료 시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는 비만이다. 비만하게 되면 키 성장도 방해할 수 있고 지방세포에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성조숙증 치료 자체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사 치료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에 대해선 “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불임이 초래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다”며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생길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두가지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작용인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주사치료를 할 수 있는 시기와 나이에 대해선 “증상이 나온 시점부터 하는 게 제일 좋다”며 “3학년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멍울이 잡히거나, 젖꼭지 주변에 색이 변하는 게 관찰된다면 즉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볼 때 ‘어떤 질병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보다는 일단 우리아이는 건강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꼭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팩트체크] 성조숙증과 관련된 여러 낭설이 떠돌고 있다. 정인혁 교수와 사실 여부를 점검해봤다.

성조숙증 치료 약제는 항암제다. (X)
성조숙증에 쓰이는 일명 ‘사춘기 지연제’는 일종의 호르몬 유사체로 뇌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한다. 성호르몬의 분비를 줄여줘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쓰인다. 따라서 암세포를 파괴하고 정상세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항암제와는 다르다. 즉 성조숙증에 항암제가 쓰이는 게 아니라 일부 암치료에 사춘기 지연제가 쓰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암세포를 파괴하고 정상세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항암제와는 다르다.
 
성조숙증 치료제는 키를 키우는 치료제다. (X)
원칙적으로 성조숙증 치료는 키와 연관이 없다. 말 그대로 사춘기를 억제하는 것이지 키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를 늦추다 보니 성장 시기를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키에 대한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키 크는 약으로 오해한다.
키를 키워주는 것도 만 6세, 보통 1학년이나 유치원 정도 되는 아이들에서나 약 3~4cm 정도 키가 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을 뿐 만 8세 이후 어린이에선 똑같은 치료를 했을 때는 큰 차이가 없다.
키가 너무 작다고 걱정될 때 마땅히 병원에 가야할 시점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보통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 때 일반적 검강검진에서 평균 키보다 매우 적을 때 검사를 해보는 정도가 권장된다.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찍 맞춰주는 게 좋다. (X)
병이 진단돼야 치료하는 게 맞다. 혈액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호르몬 레벨이 이미 올라간 경우에 이를 낮추기 위해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낮추려고 하는 호르몬이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병도 없는 6~7세 아이들은 대상으로 치료하는 것은 문제다. 성조숙증 치료제 기전은 성선자극호르몬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아이에게 투여하면 사춘기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날 수 있다. 병이 없는 아이한테 강력한 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것 자체가 절대로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성조숙증치료도 보험적용이 된다. (O)
여자아이의 경우 만 9세 이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전에 사춘기가 올 때 성조숙증이라는 진단명이 붙어 보험 대상이다.
 
비만인 아이들만 성조숙증에 노출돼 있고 마른아이는 위험하지 않다. (X)
마른 아이들에게도 생각보다 일찍 오는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이 생기는 흔한 원인을 파악할 때 첫 번째로 부모님의 사춘기 시점을 물어본다. 유전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서 100% 유전이라고 볼 수는 없고 가족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엄마나 아빠가 사춘기가 일찍 온 경향이 있다면 아이가 아무리 말랐다고 하더라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비만한 아이들이 사춘기가 빨리 오다는 것은 이미 많은 데이터들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비만한 경우 면밀히 살펴보고 병원으로 데려가면 된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기 전에 먼저하는 치료로 고려해도 좋다. (X)
그렇지 않다. 성조숙증 치료를 한다는 건 증상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아니고 정상적으로 크고 있는데 일종의 성형수술의 개념처럼 성장호르몬을 투여해 키를 키워보겠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권유하고 있지 않다.
성조숙증 치료와 성장호르몬 주사치료는 완전 다르다. 성조숙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사춘기를 진행하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인 반면 성장호르몬은 키를 키우거나 여러 기관을 발달시키는 데 필요한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두 치료제를 헷갈리는 이유는 두 호르몬이 나오는 시점이 비슷해서다. 급성장기에는 성장과 성발달이 같이 일어나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장호르몬은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상태에서 성호르몬까지 더해지면 급성장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두가지가 한꺼번에 나타나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의 개념을 구분없이 이해하는데 전혀 다른 호르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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