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8일 전임의 포함 2차 총파업, 의료공백 불가피 … 선별진료소 축소 등 방역 차질 우려
21일부터 각 종합병원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순차적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놓고 반목하던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속에 타협점을 찾고자 19일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물이다. 의협은 전공의들의 순차적 무기한 파업에 더해 오는 26~28일로 예고했던 3일간의 2차 의사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두고 3번째 손 놓는 전공의, 이번에는 무기한
인턴·레지던트 등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21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순차적 파업에 들어갔다. 전공의 파업은 지난 7일 전공의 파업, 14일 의협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집단휴진)에 이어 세 번째다. 무기한 파업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0년 만이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오는 22일엔 레지던트 3년차, 23일에는 레지던트 1·2년차 등이 차례로 업무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사실상 23일부터 전공의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관계없이 21일부터 모든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키로 했다. 복귀 시점을 정해놓지 않은 무기한 파업이어서 일선 의료현장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오는 26~28일엔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정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 속에서 의료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고자 지난 1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나 의·정 간담회를 가졌으나 2시간 대화에도 서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협은 간담회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가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만 반복했다”고 비난하면서 “예고된 21일 ‘제3차 젊은의사 단체행동’ 및 26일부터 예정된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병원, 전임의·교수로 임시 보강, 장기화 대책 없어 … 전임의 참가하는 26일부터 ‘의료공백’ 노골화
다행히 파업이 일찍부터 예고됐던 탓에 미리 대비하고 있던 일선 병원은 혼선없이 조용하게 파업 첫날을 보내고 있다. 주요 병원들은 21일로 예정됐던 수술을 연기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전날부터 파업에 대비했다.
서울대병원은 파업이 예고된 7일부터 외래 및 수술 일정을 조율했으며, 서울아산병원도 외래 진료와 입원 등의 예약을 줄여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급하지 않은 외과 수술을 연기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벼운 시술은 미루고 중증도 중심으로 수술 일정을 조율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용해 환자 진료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중앙대병원도 전문의와 임상 강사들이 전공의의 의료 공백을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공의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런 단기적인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집단휴진이 장기화하면 남아있는 교수, 전임의, 간호사 등의 업무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다”며 “아마 전공의 모든 인력이 손을 떼는 23일 혹은 24일부터 문제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26일부터 3일간 예정된 2차 총파업에는 1차에 참여하지 않았던 전임의와 봉직의도 일부 참가를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 1차 총파업에 의료공백을 메웠던 주역들이다. 이들마저 파업에 참여하면 병원에 교수밖에 남지 않아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병원 내부에서도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파업 참여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4일 총파업 때 “참여하는 전공의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가 대한전공의협의회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던 서울대병원은 이번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다른 병원들도 일단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관계자는 “아직 얼마나 많은 전임의가 파업에 참여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 대응 늦어져 방역 우려 … ‘총파업 참여 적을수도’ 조심스런 추측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무섭게 재확산되는 가운데 의료공백이 생기면 자칫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에 하나라도 중환자가 일시에 대거 발생할 경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꼭 중환자 발생이 아니더라도 인력이 줄어들면 전공의들이 주로 배치되는 선별진료소가 축소 운영돼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코로나19 진단검사가 늦어져 방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대전협은 “단체행동 중에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선별진료소 등 방역인력이 필요한 곳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전임의의 파업이 길어지지 않거나 참여자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들의 파업 강도가 높아질수록 교수와 임상강사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아직도 과거의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국내 의료계 문화에서 스승인 교수들에게 업무를 전가하고 파업에 참가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한편으로는 교수마다 성향이 달라 예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에서도 전공의와 전임의의 파업 참여 기간이 길었다” 며 “교수 중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이들도 상당수여서 향후 전개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경남도의사회 등은 의사 증원에 찬성 입장을 보여온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어 강성 의사들의 입김이 전체 파업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립대학병원협회·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한국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협회 등 4개 단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에 ‘잠시 멈춤’을 촉구하는 성명을 파업 전날인 20일 발표했다. 이들 협회는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등 쟁점이 있는 정책 진행을 중단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발표해달라”며 “의협과 대전협도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일단 보류하겠다고 선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4개 단체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느냐 여부에 따라 의협 총파업에 동참하는 전공의·전임의 수의 예상치가 결정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료대란’으로 피해보는 국민의 원성이 높아져야 의·정이 다시 한번 진지하게 협상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