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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주소 … 국내 제약사엔 기회되나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8-19 14:51:51
  • 수정 2020-08-19 16: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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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종비로 이윤 추구 여부 도마 위 올라 … 높은 가격 책정 시 주가 상승 경향 보여
SK바이오사이언스·GC녹십자 등 국내 백신업체는 원천기술 부족과 일천한 신약개발 노하우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밀리고 있지만 축적된 생산 노하우와 첨단시설 및 엔지니어링으로 위탁생산(CMO) 분야에서 빛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기세가 무섭다. 광복절 연휴 3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무려 642명에 이르며 1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97명 추가돼 현재 누적 확진자는 1만6058명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재빠르게 서울·경기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끝내줄 백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감염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보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훨씬 손실이 적다. 

치열한 백신 경쟁 속 ‘SK바이오’ 방긋 … 러시아도 한국 생산 협상 중

백신 경쟁이 치열할수록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천기술이 부족하고 , 개발 경험이 일천해 오리지널 새 백신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게 국내 바이오기업의 한계이지만 1960년대 이래 축적해놓은 생산기술과 마케팅 및 위기대응 능력은 높은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로서는 전량을 자체 생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노바이오나 노바백스, 바이오엔텍 같은 기업은 본래 생산보다는 연구개발에 치중한 신생 바이오벤처여서 만약 백신이 개발될 경우 시장 선점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험과 신뢰도 높은 수탁생산업체(CMO) 확보가 필수다. 이에 다양한 백신을 제조, 공급, 수출해본 경험이 있는 한국이 백신 글로벌 생산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위탁생산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GC녹십자·LG화학·에스티팜(옛 동아제약)·HK이노엔(CJ헬스케어) 등 전통적인 백신 강호와 유바이오로직스·바이넥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신흥 바이오벤처 등이 꼽힌다.  



더욱이 한국은 국내 업체 간 경쟁으로 최근 수년 새 첨단화된 생산시설을 갖춰 저비용 고효율로 백신을 생산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경쟁자로는 인도가 거명된다. 백신 생산 캐퍼서티가 클 뿐만 아니라 인도혈청연구소(Serum Institute of India)가 이미 지난 6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와 대규모 백신 생산계약을 체결하는 등 앞서가고 있다. 인도의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저렴한 인건비와 다양한 원료의약품 생산 노하우에 있다.

국내사 중 선도업체는 단연 SK바이오사이언스다. 단백질재조합 백신뿐 아니라 동물세포 배양 백신 생산역량을 갖춘 게 돋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위탁생산(CMO) 수탁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13일 노바백스의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다.

더욱이 노바백스와 맺은 CDMO 계약은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항원 제조 기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전받아 추가 공정을 개발한 후 경북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어서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백신 제품은 국내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NVX-CoV2373는 재조합 기술로 변형시킨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곤충세포에서 발현시킨 후 나노입자 형태로 만든 것이다. 노바백스가 개발한 면역증강제인 Matrix-M을 이용해 우수한 면역원성과 중화항체 형성 효과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10월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MO 및 CDMO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L하우스 연간 생산량을 완제 기준 기존 1억 5000만도즈에서 3배 이상 확대한 바 있다. 

최근 코로나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고 발표한 러시아도 한국 기업 두 곳과 위탁 생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미 브라질·필리핀 등 20개 나라로부터 백신 약 10억회분에 대한 주문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형 바이오 회사 두 곳과 위탁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며 “러시아 외의 나라에 공급할 백신은 생산을 외국 기업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아시아 허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국부펀드인 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스푸트니크V(Sputnik V)’ 백신은 2차 임상시험을 끝내고 최근 국가 승인을 받았다. 놀랍게도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승인을 받았다고 밝혀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세계가 이같은 불신의 눈초리로 주목하자 러시아는 결국 ‘승인 후 3상’이라는 독특한 시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드미트리예프는 “스푸트니크V는 장기간 연구해온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개발한 것으로 그 어느 백신보다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가 철저히 돼 있다“며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전까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가장 속도를 내왔던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내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에 백신 개발로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정치적인 계산 아래 재정 등을 총동원해 백신개발을 지원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습발표로 전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에 쏠린 상황이다. 현재 전세계 167개 팀이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다 … 천차만별 백신 접종비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제약사별 접종 가격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테라퓨틱스(Moderna Therapeutics)는 백신(mRNA-1273) 가격을 50~60달러(약 6만원~7만2000원)으로 정했다. 이는 1인당 2회분 투약을 전제로 산정한 가격대이며 1회당 가격은 25~30달러(약 3만~3만5000원)다. 정부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상당히 높은 가격을 책정해 비난을 받았다. 

화이자는 모더나보다는 싼 가격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계절성 독감 백신 접종 비용보다 30% 정도 저렴한 도스 당 19.5달러(약 2만3400원) 수준으로 시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회 접종 비용으로 2회 접종 시 비용은 39달러(약 4만7000원)이다. 모더나보다 11달러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백신으로 이윤을 남기겠다고 밝힌 모더나, 화이자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윤을 남길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1회 접종분량을 4달러 이하에 공급할 예정이다. 2회 투약 기준 8달러(약 9000원)다. 이와 비슷하게 러시아가 승인한 스푸트니크V는 2회분이 10달러 선으로 예상된다.

존슨앤드존슨(J&J)도 마찬가지로 백신이 개발되면 유행기간 동안 이익 없이 전세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도스 당 10달러 선을 제시한 바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노피도 공동개발 중인 백신으로 당분간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엠마 웜슬리(Emma Walmsley) GSK 회장은 전염병 대비를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재투자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란 대의 앞에서 백신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게 합당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많은 비용을 들여 생산한 백신을 대의 추구라는 명목 하에 손해를 보면서까지 제공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런 식이면 다음 팬데믹 상황에 어느 기업도 백신을 개발·생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공개 이후 나타난 각 기업의 주가 변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상승하는 가운데 특히 백신 가격을 높게 책정한 기업일수록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가장 높은 가격을 발표한 모더나는 연초 이후 주가가 3.7배로 오른 반면 백신을 통한 이윤추구를 포기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폭이 11%수준에 그쳤다. 백신 가격이 주가 변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원리에 충실한 기업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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