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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유행 때보다 더 빠르다 … 코로나 19 수도권 비상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8-17 19:03:41
  • 수정 2020-08-21 17: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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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교회 중심 증가세, 광복절 집회 계기 전국 대유행 조짐 … 확산 저지 못하면 방역기준 최고 단계 격상도
지역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 8월 17일 0시 기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 등 개신교 교회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서울·경기권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지난 2월말~3월초 대구·경북지방의 대유행 때보다 더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지난 16일 서둘러 방역기준을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대로라면 대구·경북의 악몽이 수도권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룻밤 지나면 2배 증가 … 높은 인구밀집도에 연휴 집회가 도화선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97명으로 국내 누적 확진자가 1만5515명이 됐다. 이날 확진자 중 국내 지역발생은 188명, 해외유입은 9명인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지역별로 서울에서 90명(지역감염 81명), 경기도에서 70명(지역감염 67명), 인천 7명으로 전체 84.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이밖에는 부산·광주 각 7명, 충남 3명, 대전·충북 각 2명, 대구·강원·전북·경북 각 1명씩 발생했다.

1일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100명을 넘은 것은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했던 지난 3월 15일 이후 5개월 만이다. 그런데 이번 감염이 집중된 서울과 경기도의 확산 속도가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 대확산보다 빠르다는 진단이 나와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대구에선 지난 2월 18일에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9일 10명, 20일 23명, 21일 50명, 22일 70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는 23일 148명을 기점으로 100여명대를 유지하다가, 27일에는 340명, 28일 297명으로 크게 늘었고 29일엔 무려 741명이 쏟아져 피크에 달했다. 이후 3월 초순까지 하루 수백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지역 팬데믹에 들어섰다.

그런데 지금 서울·경기권에서의 확진자 발생 속도는 14일 0시 기준 69명, 15일 139명, 16일 237명으로 대구·경북 때에 비해 훨씬 빠르다. 17일 167명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뇌관은 언제든 터질 조짐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권의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1.5를 넘었다. 비수도권은 1 미만이다. 재생산지수란 감염병 환자 1명이 바이러스를 몇 명에게 옮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의 특성상 대구·경북 때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보다 수도권 인구 밀도가 높고 유동인구량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광범위함 확산으로 유행이 크게 일어날 수 있다“며 ”연휴 기간 일어난 대규모 집회로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범위도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1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서울, 경기 상황은 지난 2~3월 대구·경북 집단감염 사태를 떠올리게 하지만, 감염 양상이나 방역 대응 면에서는 그때보다 더 위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의 코로나19 유행은 한 집단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진단검사·역학조사 등이 용이했고, 주로 젊은 층이 감염돼 치명률도 낮은 편이었다. 반면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유행은 여러 시설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고령층의 비율도 높다. 

김 조정관은 “현재 서울과 경기는 언제 어디서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신천지, 이태원 클럽 이어 3번째 규모 … 300명 넘는 건 ‘시간 문제’ 

이번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은 데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6일 정오 기준으로 기준으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100명 이상 늘어나면서 누적 249명이 됐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가운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대구교회 집단감염(5214명),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277명)에 이어 3번째 규모다.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도 교인과 접촉자 21명이 추가로 양성판정을 받아 지금까지 총 126명의 환자가 나왔고,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에서도 3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7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등록 교인 수가 세계 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당국을 긴장시켰다. 지난 15일 교인인 경기도 주민 3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6일 충북에 사는 남성의 부모도 추가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남성은 9일 성가대 등 교회 소모임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6시까지 확인된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10명이다. 하지만 등록된 교인 수만 56만명에 이르는 메가교회에서 발생한 핵폭탄급 집단감염이 현실화된다면 기존 집단감염 사례와는 비교조차 못할 피해를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집단감염의 진앙지가 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집회는 광역 감염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요청을 받은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다수의 신도들이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17일 오전 진단검사 결과 확진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교회 교인들이 방역 당국에 협조를 하지 않고 있어 자칫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랑제일교회가 지역 보건소에 제출한 교인 명단은 총 4066명이지만 15일까지 검사를 받은 인원은 771명으로 18% 수준에 그쳤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해당 교회 교인, 방문자 및 접촉자들은 즉시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진단검사를 받아달라”며 “일부 교회에서 제출한 방문자 명단의 정확성이 떨어져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말 광복절 집회에 일부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교인이 참여한 정황이 있어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며 “해당 교회는 정확한 방문자 정보를 성실히 제출하라”고 강조했다.

범부처 수도권긴급대응반 가동 … 경제적 파급 불구, 거리두기 3단계 상향도 불사 

방역당국은 발빠른 대응을 위해 범부처 수도권 긴급대응반을 편성하고 17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긴급대응반은 집단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신속한 분석, 이를 위한 행정절차 등을 지원한다. 역학조사나 검사를 미루려는 위법·부당한 방해 행위에도 적극 대처할 예정이다. 확진자의 전파 가능성이 높은 증상 발현 2~5일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관련된 주요 시설과 가족·직장·학교·요양시설·종교시설 등을 대상으로 정밀한 접촉자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서울시와 경기도에 각 4명씩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지방자치단체의 심층 역학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기 위해 총 42개의 코로나19 권역별 긴급지원팀을 서울, 인천, 경기에 배치키로 했다. 

이밖에 △도보이동형(워크스루), 자동차이동형(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추가 설치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방문 검체채취 △ 고위험시설 방역수칙 이행 특별점검 등이 실시된다. 

또 교회 등에서 제출한 교인 명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자를 경찰의 협조를 받아 찾아내기로 했다. 1대1 전담공무원을 배치하고 추적 앱을 통해 자가격리 대상자 중 이탈자 발생 여부를 관리한다. 이탈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대응한다.

문제는 확진자가 수도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교회, 카페, 식당, 시장, 학교 등 여러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지역감염화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17일 0시 기준 7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은 방역기준을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밖에도 포항, 대구, 원주, 전북, 강원도 등 여러 지방에서 제일사랑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해 지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30대 남성 확진자도 부모와 함께 지난 10일 제주도에 다녀온 것이 확인돼 도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 본부장은 “지금 수도권에는 지금껏 진단되지 않았던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누적돼 있다”며 “코로나 감염의 위험은 ‘고위험시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제 매일 접하는 식당·카페·주점·시장 등 어디서든, 누구라도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을 ‘대규모 유행의 초기단계’라고 규정하며 “지금 바로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의료시스템의 붕괴,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주말 수도권의 방역기준을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한 당국은 이대로 확산이 저지되지 않을 경우 방역기준을 3단계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김강립 조정관은 17일 “이번 주까지도 서울·경기권의 환자 발생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거리두기의 방역조치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요건이 충족되는지를 보면서 중대본 회의를 통해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방역기준이 최고 수준인 거리두기 3단계로 상향되면 10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등교수업이 제한되며 고위험·중위험 시설 운영과 프로스포츠 경기가 모두 중단된다. 사회적·경제적 활동 제약의 파급력을 고려하며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대로 확산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강공책을 펼쳐야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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