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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일본인에게 코로나19 중증을 막는 ‘FactorX’가 있다고?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8-12 16:55:00
  • 수정 2020-09-07 14: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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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교수 주장, 자국 전문가도 회의적 … 러시아 백신 최초 개발 선언, ‘2?3상 건너뛴 반쪽 승인’ 안전성 우려

6월 4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코로나19 중증화를 막는 ‘FactorX’ 유전자를 일본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여러 전문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한동안 지역감염자가 한자리를 기록하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가 다시 두 자리를 넘어서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나마 지속된 장마로 휴가철 이동이 줄어 코로나19 확산이 우려했던 것보다 주춤했다는 평가다. 이웃 일본은 지난 보름 동안 확진자가 2만여명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확진자 수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11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거의 성공했다는 깜작 발표를 했다. 한국 주변 국가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주장과 소문을 모아 사실을 점검해 본다.
 
국내서 새로 발견된 GR·GH·S변종 3가지 ·… WHO도 몰랐다? (O)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S, V, L, G, GH, GR, 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서는 GH그룹과 V그룹이 주종을 이루고 S, G그룹은 적은 비율로 정체 상태였고 L그룹은 4건(전부 해외유입)에 그쳤다. 최근 GR그룹이 크게 늘어 주목된다.
 
국내 환자(외국인 제외)의 검체 597건 중 북미·유럽·중동에서 유행하고 있는 GH그룹은 지난 10일 현재 437건으로 가장 많다. V그룹은 120건, S그룹은 32건, GR그룹은 8건이다. 반면 해외 유입 사례 179건 중 GR그룹 100건, GH그룹 40건, G그룹 18건, S그룹 7건, V그룹 7건, L그룹 4건, 기타 3건 등이다.
 
S그룹은 중국 우한, V그룹은 한국 등 아시아(대구 신천지), L그룹은 해외 유입, G그룹은 유럽(코로나19 팬데믹 초기), GH그룹은 미국과 유럽(초기 G형을 대체, 이태원클럽), GR그룹은 아프리카·인도·러시아·우즈베키스탄(부산 입항 러시아 선박) 등에서 유입된 것이다. 해외 유입의 경우 GR 비중이 56%로 가장 높다. 러시아 및 우즈벡 출신 입국자에서 최근 크게 늘어난 게 반영됐다.

질병관리본부는 10일 GR·GH·S그룹에서 각 1건씩의 변이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각각 파키스탄·파키스탄·우즈벡 출신 해외 입국자에서 검출됐다. 파키스탄 변이 사례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586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에서 ‘글루탐산’으로(GR그룹), 다른 사례는 787번 아미노산이 ‘글루타민’에서 ‘히스티딘’으로(GH그룹) 달라졌다. 우즈베키스탄 변이 사례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에서 ‘알라닌’(S그룹)으로 변이했다.
 
이같은 유전자변이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모르는, 세계 초유의 발견이어서 질본은 WHO에 보고할 예정이다. 통상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는 2주에 한 번 정도 신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팬데믹 초기에 G형이 약간 발견되다가 이태원클럽 사태 이후 GH형으로 완전히 대체됐으며, 부산 러시아 선박 페트르1호 선박수리공 및 청주 우즈베키스탄인 집단감염으로 최근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감염력 높은 새 변이 바이러스가 일본에서 퍼지고 있다? (X)
 

최근 이틀 700여명 대로 감소했으나 직전 일주일간 일본의 1일 신규 확진자수는 1200~1600명대를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이에 대해 지난 9일 일본 여러 언론에서 일본국립감염증연구소 발표를 인용, ‘일본에서 최근 새로운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변이 탓에 일본에서 갑자기 감염자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일본국립감염증연구소는 7월 16일까지 확보한 일본 내 환자 3618명과 다이아몬드프린세스 호 탑승객 70명, 일본 공항 검역소 확진 환자 67명 등 3700여 명의 게놈을 분석하고 이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본에는 3월 말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유행하던 ‘유럽 계통’ 바이러스가 들어와 4월 초 지역에 퍼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G’, ‘GR’, ‘GH’ 유형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핵심 역할을 하는 표면 단백질 ‘스파이크’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트산(D)에서 글리신(G)로 변했기 때문에 ‘G’로 표기한다.
 
바이러스는 일본 내에서 1~2개의 변이를 거쳐 전파되다가 5월 말 진정됐으나, 6월 초부터 도쿄를 중심으로 재확산을 시작해 7월 초 지역까지 퍼졌다. 연구소는 6월 말 이후 확산된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진행된 특정 게놈이 발견됐다며 이 변이는 3월 중순 일본에 유행한 유럽계통(G, GH) 바이러스와 6개 포인트에서 아미노산 변이(형질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이것만으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SARS-CoV-2는 1년에 24.1개의 염기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있어 매월 2개꼴로 변이가 발생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1개월에 변이가 2개씩 생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6개의 변이는 3개월이라는 시간차와 부합한다”며 6개의 변이 발생은 특이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6개의 변이 발생하기 전단계에서 이보다 적은 수의 변이를 거친 ‘중간 고리’에 해당하는 바이러스의 존재에 더 주목했다. 이 바이러스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은 ‘조용한 전파’를 통해 이미 확산됨으로써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허점을 노출시킬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3개월간 명확한 연결고리가 되는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 긴 시간 동안 환자로 드러나지 않고 보건소가 발견하기 어려운 경증 환자를 거쳐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개의 변이를 지닌 바이러스가 도쿄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변이는 시간에 따라 규칙적으로 누적되는데다 변이 증가 속도도 특별히 빠르지 않고 특이한 병원성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특이한 유형이나 변종으로 분류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코로나19 초기인 올 2월에 서울대병원과 마이크로젠이 국내 유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코로나(S형)와 9가지 형질(아미노산) 차이를 보여 변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지만 이로 인해 병원성이 심각해졌다는 등의 보고는 없었다.
 
일본인이 ‘FactorX’ 보유해 코로나19 중증도와 사망률이 낮다? (X)
 
지난 6월 4일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교토대 iPS세포연구응용센터장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중증화를 막는 ‘FactorX’ 유전자를 일본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인류의 항체제시세포(HLA)가 2만7000패턴이 있으며 이 중 일본인은 260 패턴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인이 가진 패턴 중 일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증화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FactorX’의 존재에 대해 일본인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럽·아메리카 지역에 비해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낮다는 게 그 근거다. 일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2일 기준으로 2.1%로 한국과 같으며 다른 동아시아국가들은 중국(5.3%), 인도네시아(4.5%)를 제외하면 1.7~2.1%에 머문다. 야마나카 교수는 일본인의 HLA 배열 속 ‘factorX’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부야 켄지(Kenji Shibuya)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공중보건 대학원장은 “지역에 따라 코로나19 면역이나 유전적 취약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켄지 교수는 “4월 7일 아베 총리가 가급적 집에 머물라고 호소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 유효했다”며“조금만 늦었더라도 뉴욕이나 런던 같은 상황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상사태 선포로 확산이 저지되면서 의료붕괴가 일어나지 않아 사망률이 낮게 관리됐다는 것이다.
 
후쿠다 케이지(Keiji Fukuda) 홍콩대학 공중보건 대학원 원장은 “마스크 착용하는 습관이 유효했다”며 “마스크가 물리적 가림막도 되지만 모두를 조심하게 만드는 경고판 역할도 하고 있다”고 평했다. 마스크를 잘 하는 습관 탓이지 유전자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
 

지난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하고 사용하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백신명은 ‘스푸트니크V’로 1957년 구 소련이 쏘아올린 인류 첫 인공위성의 이름을 땄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미국, 영국, 중국 3파전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 사이 조용하던 러시아가 갑자기 백신 개발을 성공을 선언하며 자국 내에서 공식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내각회의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며 “필요한 모든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딸 중 한 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는데, 컨디션이 좋다”며 “등록한 백신의 양산을 곧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용에 대해 국제사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백신이 국제 지침인 3차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러시아 자체적으로 내린 ‘반쪽 승인’만으로 생산되는 만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에서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진행됐다. 신약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하는 3번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번 백신의 1차 임상시험은 지난달 끝났으나 이후 2상 절차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수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3상은 아예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릴 드미트리 RDIF 최고경영자는 “해외 20개국에서 10억회 이상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예비신청했다”며 “연간 5억회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으며 향후 생산 능력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3차 임상시험은 이번 등록 이후 곧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임상시험 자원자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며 “백신을 접종한데 따른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가 아니라 안전과 효과”라며 “3차 임상시험으로부터 나온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러시아를 꼬집었다. 러시아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임상시험기구(ACTO)는 정부를 향해 “3차 임상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승인을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WHO는 이날 “러시아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백신이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기 전에는 백신 개발 완료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2일 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 중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곳은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바이러스벡터 백신)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앤테크(RNA 백신) △중국 칸시노바이로직스-군 연구소(불활성 백신) △미국 모더나(RNA 백신) 등이다.
 
가글액이 코로나19를 예방·치료할 수 있다? (X)
 
지난 4일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가글액 10여종을 들고 나와 “포비돈요오드가 들어간 가글액을 사용하면 코로나19 환자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가글액이 코로나19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직후 일본 내 약국에서 가글액이 품절이 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다.
 
요시무라 지사가 근거로 든 것은 오사카부립병원기구 오사카 하비키의료센터의 연구결과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경미한 환자 41명 중 25명에게 하루 4번, 나흘간 가글을 하도록 했더니, 타액 속에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양이 크게 줄었다.

가글액을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첫날 검사 결과 양성율이 68.8%에서 4일 때엔 40%로 줄어든 반면, 가글액을 사용한 그룹은 56%에서 9.5%로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내 전문가들은 “가글액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요시무라 지사의 발언을 지적했다. 다카도리게 도시오 간사이대 공중위생학 교수는 다음날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글액이 감염을 예방하거나 증증화를 막을 수 없다”며 “예방할 수 있다고 과신하면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동이 커지자 요시무라 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가글액으로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며 “확인된 것은 타액 속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감소시켜, 타액 검사의 음성화를 가속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시무라 지사의 발언이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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