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은 대부분 간기능 저하를 동반하기 때문에 독한 항암화학요법을 견디기 힘들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치료에 바이엘의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이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 13년간 1차 표준치료제로 사용돼왔다.
2018년 한국에자이 티로신키나제 저해제 ‘렌비마캡슐’(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 lenvatinib)이 소라페닙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해 허가됐으나 전체생존기간은 개선하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로슈의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올랐다. ‘티쎈트릭주’(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는 지난 7월 31일 이전에 전신치료를 받지 않은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치료제로서 ‘아바스틴주’(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과 병용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올해 8월 기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국내에서 허가받은 면역치료 옵션이다.
한국로슈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1차 치료 국내 허가를 계기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병용요법은 상호보완적 메커니즘으로 항암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허가의 기반이 된 IMbrave150 임상시험의 공동 저자인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간암은 국내에서 폐암에 이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을 뿐 아니라 생산활동이 왕성한 4050 세대의 주된 사망 원인”이라며 “그럼에도 치료 발전이 더딘 분야로 원격 전이된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이 지난 10년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는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연구 결과에 대해 “IMbrave150 연구는 무엇보다 13년 만에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소라페닙 대비 월등한 생존 기간 및 반응률 개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아바스틴은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매개 면역억제를 감소시켜 티쎈트릭의 항암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이번에 허가된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환자에게 의미 있는 임상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IMbrave150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10년 이상 간세포암 1차 표준요법으로 사용돼 온 소라페닙 대비 사망위험을 42% 감소시켰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군은 전체생존기간은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소라페닙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3.2개월이었다.
또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역시 소라페닙 대비 우월하게 나타났다. 병용요법군의 mPFS는 6.8개월, 대조군은 4.3개월로 나타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다.
병용요법은 객관적반응률(ORR) 측면에서도 소라페닙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ORR을 소라페닙의 약 2배인 27.3%로 끌어올렸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기존에 알려진 각 약물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환자를 괴롭게 하는 수족증후군, 설사 등 이상반응은 넥사바 대비 월등히 적게 나타났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13년 만에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소라페닙 대비 월등한 생존기간 및 반응률 개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미국, 유럽 등 주요 가이드라인은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한국로슈 의학부 총괄책임자는 “기존 간암치료제로 도움을 받은 환자도 많았으나 생존율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병용요법은 미국, 한국을 포함해 총 10개 국가에서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간세포암 분야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