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조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는다. 총생산량(배양액)은 62만L로 늘어 세계 2위 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L)을 두 배 이상 앞서게 된다. 이 회사는 11일 25만6000ℓ 규모의 송도 4공장을 2022년 말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이다. 기존 1위였던 이 회사 3공장(18만L)보다 규모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밀려드는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계약 수주에 4공장을 송도에 건설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는 미국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와 계약금 3억62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코로나19) 치료제 대량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 Smith Kline, GSK)과 계약금 약 4394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중화항체 위탁생산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지난 5월에는 GSK와 2억3100만달러(2800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삼성은 올들어 총 1조8000억원 어치를 수주했다. 수주 물량이 늘면서 송도 1공장과 2공장은 이미 풀 가동하는 상태고, 3공장도 밀려드는 수주량에 허덕여 4공장의 조기 착공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인천 송도에 세워질 4공장은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올해 9~10월께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2년 말부터 부분 생산에 들어간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4공장을 설립으로 기존 단일공장 세계 최대 규모였던 3공장의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할 예정”이라며 “급성장하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CMO, CDO(위탁개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4공장이 가동되면 글로벌 CMO 시장의 약 3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공장은 총 연면적은 약 23만8000㎡(7만2000평)로 1, 2, 3공장의 전체 연면적 24만㎡(7만3000평)에 육박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약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공장은 세포주(細胞株·대량 증식해 원하는 항체의약품을 만들어주는 세포) 개발부터 공정개발, 임상시험용 물질생산, 상업생산용 완제품 생산 등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
투자금액은 1조7400억원이지만 향후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약 10만평)까지 확보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2017년 완공된 3공장 투자비인 85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 9년간 누적 투자액은 2조1000억원이다.
삼성은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 확보를 위해 인천시 및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 중이다. 김 사장은 “4공장 증설 투자와 병행해 인천 송도 11공구 바이오클러스터 안에 10만평 부지를 추가 매입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국내외 바이오벤처 회사들을 육성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센터도 건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2년 3만ℓ 규모의 제1공장을 시작으로 2015년 제2공장(15만4000ℓ), 2017년에는 제3공장(18만ℓ)을 가동한 바 있다. 4공장이 완공되면 총 62만ℓ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대규모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4공장 설립에 맞춰 임직원 1800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별도 건설인력 6400여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이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는 약 5조6000억원, 고용 창출효과는 약 2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공장 증설에 필요한 재원은 보유 중인 현금과 일부 차입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재 86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향후에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고 부채비율도 낮아 차입도 용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액은 7016억원, 영업이익 917억원을 기록했으며 개발·판매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 7658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을 올려 두 회사의 매출 합계는 1조4674억원, 영업이익 2142억원에 이른다. 4공장이 증설 및 가동되면 실적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에 앞서 최근 셀트리온도 송도에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셀트리온은 지난 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바이오 생산 허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3년 인천 송도에 제3공장을 착공하고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를 포함한 바이오타운(셀트리온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제3공장은 20만ℓ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재 제1공장(10만ℓ)과 제2공장(9만ℓ)을 가동 중이다.
이와 함께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한 바이오벤처 플라자 건립, 바이오 펀드 조성, 바이오 원부자재 국산화 지원 등 혁신클러스터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오산업 우수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가 추진 중인 ‘바이오 공정 인력양성센터’ 유치 사업에도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이 사업에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하고, 현장 교육 및 수료생 채용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날 업무협약은 작년 5월 셀트리온이 발표한 ‘비전 2030’ 계획의 후속 단계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한국을 세계 바이오·케미컬 의약품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킨다는 중장기 계획을 담아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25조원, 합성의약품 5조원,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10조원 등 총 40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연구·제조·서비스기업 60여개가 입주해 있으며, 단일 도시 기준으로는 세계 1위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