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가 공개한 보툴리눔 균주 도용 등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예비판결문에 대해 “과학적 증거로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혐의를 입증했다”고 주장하자 대웅제약이 반박에 나섰다.
메디톡스는 지난 10일 “양사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공정에 유사점이 존재하고, 대웅의 공정개발 과정에 대한 문서 기록이 충분치 않은 점으로 인해 ITC 행정판사가 영업비밀 유용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예비 판결문을 공개해 적극 반박키로 했다. 특히 △메디톡신의 6개 SNP가 대웅 균주에 존재함 △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허위 △대웅이 독자 개발했다는 증거 부재 △대웅제약의 메디톡스 영업비밀 도용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예비 판결문에 따르면 ITC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를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이 인용한 폴 카임(Paul Keim) 노던아리조나대 교수의 유전자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통되는 6개의 SNP는 다른 모든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오직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만 공유하는 유전자 변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임 박사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 약 370만개의 염기로 구성된 균주의 DNA 염기서열 중 정확하게 동일한 6개 위치에서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SNP가 독립적으로 발생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방증이다.
이어 행정판사는 균주를 토양에서 분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의 균주와 그 기원인 Hall A hyper 균주는 모두 실험실에서 개발됐다. 따라서 메디톡스 균주와 유사하고 6개의 독특한 SNP를 공유하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분리됐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같은 날 메디톡스 보도자료에 대해 “ITC 오판을 그대로 인용한 번역본에 불과하다”며 “두 업체 균주와 공정의 실질적인 차이와 유전자 분석의 한계 등 과학적 사실은 외면한 억지 주장일 뿐으로 이러한 중대한 오류를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지난달 19일(현지시각) ITC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메디톡스는 메디톡스 균주만 가진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가 대웅 균주에도 존재하는 것은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으나, 증인 심문과정에서 메디톡스가 고용한 폴 카임 교수조차 6개의 공통 SNP 정보만으로는 대웅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웅제약은 유전자 분석으로는 균주 도용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사실 계통도 분석은 상대적인 유전적 거리에 기초한 것일 뿐 특정 균주에 있는 돌연변이가 전세계에서 해당 균주에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유전자 분석만으로 균주 간 직접적 유래성도 입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에서는 대웅과 메디톡스 균주 외에는 다른 어떤 균주도 직접 확보해 비교하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비교를 위한 엘러간 균주는 엘러간 측이 제출을 거부하면서 절차적 무결성과 중립성이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제조공정에 대해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공정이 서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제조공정은 이미 1940년대부터 논문 등에서 공개돼 있는 것을 적용한 것에 불과하고, 대웅의 공정은 많은 부분에서 메디톡스 공정과 다르기에 일부 공정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도용의 증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는 제조기술의 특허 등록에 실패했지만 ‘나보타주’는 불순물을 극소화한 원액 제조공법 및 감압건조 완제제조 공법을 개발해 특허 획득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완료한 점도 강조했다.
‘비현실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에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완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메디톡스에 해당하는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국내 소장에서 소규모 벤처회사로 출발한 회사 설립일로부터 2년 3개월 만에 메디톡신주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반면 대웅제약은 충분한 인력과 집중 투자를 바탕으로 균주 분리 동정 이후 3년 만에 나보타 개발을 완료했다”며 “단순히 기간으로만 봐도 메디톡스 개발기간이 짧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설립 초기 메디톡스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제조시설과 인력, 자본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선문대학교 내 교수연구실을 연구소 및 동물연구실로 사용했고 초기 자본금은 7억500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했으며, 2001년경 메디톡스 인력은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을 포함해 6명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대웅제약은 이번 예비결정이 미국 국익을 우선해 보툴리눔톡신 제제 수입을 막으려는 ITC 행정판사의 의도가 담긴 것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회사 관계자는 “ITC 행정판사의 판단은 입증되지 않은 메디톡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편향적인 결론”이라며 “두 회사의 균주 및 공정의 실질적인 차이와 유전자 분석의 한계 등 과학적 사실은 외면한 억지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디톡스가 앨러간과 손잡고 K-바이오의 미국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이 이번 소송의 본질”이라며 “중대한 오류로 가득한 예비결정을 명백하게 탄핵하고 11월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같은 입장을 담은 이의신청서를 ITC에 제출했으며 최종 판결은 11월에 나온다. 그러나 행정판사는 예비 판결문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도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미국 엘러간사의 보톡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대웅제약은 엘러간사와의 수입 계약이 2010년 종료되자 보톡스를 대체할 제품 혹은 이를 생산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3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퇴사한 직원 사이에 보툴리눔 톡신의 자문 계약이 체결됐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인식했다.
행정판사는 또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대웅제약에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 공정 관련 영업 비밀 정보를 실제로 누설한 구체적인 경위는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메디톡스의 전 직원이 영업 비밀을 대웅제약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메디톡스는 그 전 직원을 의심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예비 판결문으로 봐서는 행정판사의 심증이 어느 정도 잡혀 있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이의신청서를 통해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