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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의대 정원’ 둘러싼 갈등 첨예 … 6년만에 의료대란 초읽기, 금주 고비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8-05 19:41:32
  • 수정 2021-06-14 11: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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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원의‧전공의 오는 7일, 14일 파업, 의대생은 1주간 수업거부 … 정부 ‘강경대응’ 선언 후 ‘협의체는 수용’ 메시지

여당과 정부의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방안을 놓고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4일 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잇달아 파업과 수업거부를 선언하며 강경투쟁에 들어갔다. 정부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의 불법성을 따져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주 안으로 접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주에 6년 전에 일어난 의료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 파업 투쟁, 개원의·전공의에 이어 의대생까지 참여 … 코로나19 노고 잊고 ‘토사구팽’ 분노


정부가 지난달 23일 당정협의를 통해 2022학년도부터 향후 10년간 의과대학 입학전형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한 이후 의사단체의 반발과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증원은 포풀리즘의 산물”이라며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던 의협은 이달 1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14일 전국 의사 총파업을 결의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도입 등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12일까지 답변하지 않는다면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의사 부족 문제의 해결책을 찾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어 대한전공의협의도 오는 7일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 진료 분야를 포함한 모든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여기에 지난 4일 대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도 대의원 투표를 통해 7~14일에 8일간 의대 수업 및 실습 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8일 전국 규모 단체 시위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첩약급여·공공의대·비대면진료 등 정부 추진 방안에 건건이 정부와 각을 세우던 의협이었던 만큼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강력한 저항이 예견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포함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됐을 때도 의료계의 저항에 밀려 법안 심사가 불발됐다. 정부와 민주당은 178석의 거대여당이 들어선 만큼 21대 국회에서 입법 및 시행 착수를 마무리지을 작정이다.


하지만 의협 외 전공의와 의대생들까지 파업에 뛰어들며 파장이 예상보다 커지자 정부로서도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당장 7일 24시간 파업을 선언한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 등 1만5000여명이 소속된 단체다. 이들이 24시간 손을 놓으면 당장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대형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의료에 구멍이 나게 된다. 여기에 14일 의협 회원까지 파업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상황에서 평일진료가 마비되는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의료 파업은 의사단체로서도 부담이 큰 선택지다.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의료 추진 때 이를 반대하며 파업을 진행했으나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잡는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의약분업은 막아내지 못했고, 김재정 당시 의협 회장은 전면 파업 주도 혐의로 1개월간의 수감생활(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해야 했다. 원격의료는 파업으로 추진을 막아냈으나 이를 주도한 노환규 의협 회장이 구속됐다. 노 전 회장은 줄곧 법정 다툼을 벌이다 올 3월에서야 6년 만에 1심(서울중앙지법)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이 의료파업을 선택하는 것은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병의원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져 수입이 줄어들고 희소가치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의사들을 실컷 부려먹고 이제와 토사구팽하려 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선언과 관련,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 “집단행동 불법성 확인 시 엄중 조치” 경고 … “협의체와 세부사항 조율하겠다” 손 내밀기도 


의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는 엄중 조치를 경고하며 맞섰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집단휴진을 논의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집단행동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생한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응하며, 국민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초반 의료계의 반발에 대화를 요청하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보였으나 접점을 찾기 어려워지고 의료계의 집단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차관은 이어 “현재 의사부족 문제가 심화돼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는 10만명에 불과한 수준이고, OECD의 평균 의사 수만큼 필요한 활동 의사를 단순 비교해도 약 16만명이 요구돼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물러섬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의협이 요구한 협의체 구성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실질적으로 논의되길 희망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의협이 복지부에 요구했던 협의체를 만들어 지역 내 의료환경 조성에 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여론은 아직 정부편, 의료대란 시 바뀔 수도 … 병협은 내홍 중 ‘증원 찬성’에 몸 사리기


정부가 의사단체의 집단 반발에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는 여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달 2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정원 확대 공감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는 24%에 그쳤다(무선 80%·유선 20% 무작위 표본 생성을 통한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5.8%,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4.4%p). 의사 수보다 정책이 문제라는 의사집단의 주장보다 정부의 증원 정책이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는 뜻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4000명이 오히려 부족하고 5000명까지 늘려야 의료인력 수급을 맞출 수 있다”며 추가 증원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의사 수가 1000명당 2.4명(한의사 제외하면 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5명보다 부족하다는 통계도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의사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면 여론이 뒤바뀔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및 의료계가 강대강 충돌 구도를 이루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일관되게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던 대한병원협회 내부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상임이사회에서 일부 대학병원 병원장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고무적 성과로 해석하려는 정영호 회장에게 반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의사로서 대오를 흩뜨리는 병협 집행부의 행동이 길고 크게 보면 결코 의사이익에 이롭지 않다는 비판이다. 정 회장과 병협이 최근 의사단체의 파업과 관련해 일절 입장을 내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여당 측에서는 아직 세부적인 계획안이 수립되는 과정인 만큼 의료계와 논의를 통해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협상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여권 측 관계자는 “법안은 제출했지만, 국회에서는 더 논의하자고 문을 열어둔 상태”라며 “의협 측에서 구체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복지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의사들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불미스러운 일(파업)이 없도록 하기 위해 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며 “국민들에 피해가 없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의료계도 함께 노력해달라”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료 파업이 주말과 다음 주로 예정된 만큼 정부로서는 이번 주 안으로 접점을 찾아야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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